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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어쩌다 방문하게 된 독일 도시 '프랑크푸르트'에서 베프와 조우하다!

나처럼 시간 약속 칼인 내 베프가 호텔에 도착해 연락을 해왔다.

난 반가운 마음에 버선발 대신 샌들발로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가 그녀를 맞았다.

우린 허그했고, 약간의 담소를 나눈 다음 그녀가 가져온 선물을 들고 난 이층으로 다시 올라갔다.

이미 정리해 놓은 핸들링 가방에 그녀가 준 선물을 넣고 방을 점검한 후 우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친구는 오랜만에 보게 된 남편과 다미안에게 반갑게 인사했고, 남편과 다미안도 화답을 했다(2018년 다미안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친구도 한국에 체류 중이었고, 다른 중학교 동창 친구 두 명과 함께 만났었다).

친구 왈 "걸어가긴 멀고 프랑크푸르트 관광 스폿을 보자면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그룹 티켓을 끊으면 경제적이라 내가 이미 준비해 왔지!"라고 했다.

역시! 그녀는 준비완벽의 여왕이다.

문득 그녀와 했었던 97년 여행이 떠올랐다.

나와 세상에서 가장 찰떡인 여자가 있다면 그건 바로 이 친구다!

시간 개념 철저하고, 준비성 완벽하고, 인간성 최고다!

우린 호텔에 잠시 짐을 맡겨두고 가볍게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역이 바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과 연결돼 있고 어제 우리가 타고 왔던 그걸 전진 방향으로 타면 시내로 나갈 수 있었다.

 두 정거장 지나 우린 하차했고, 천천히 '뢰머광장' 쪽으로 걸어갔다.

 

 

프랑크푸르트 관광 명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기도 하고, 마인 강과도 가깝고 암튼 빼놓으래야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그곳에서 친구와 사진도 찍고 남편과 다미안과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물론 나야 97년에 다 들렀던 곳인지라 크게 관심도 없었고 온통 신경이 친구에게로 향했지만 남편이나 다미안도 그리 관광명소엔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우린 강을 지나 거리를 걸으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의의를 두고 내처 걸었다.

커피 대신 젤라토도 사 먹으며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내는데 남편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지는 걸 발견했다.

왜? 뭣 때문에?

이런 의문이 들었다가 난 곧 사태를 파악했다.

걱정이 많은 남편은 공항 갈 시간만 따지고 있는 거였다.

혹시나 늦어 비행기를 놓칠까 봐 지레 걱정하면서 은근 날 푸시하는 게 느껴졌다.

곧이어 친구도 남편의 불편해하는 기색을 눈치채고 내게 물었다.

난 가감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남편에겐 일종의 포비아가 있는데 집안 내력이라고, 불안에 꽂히면 안절부절 못 하고 그런다고 답했다.

동시에 친구에게 많이 미안했다.

하지만 어쩌랴? 남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가질 수밖에 없는 집안 내력인 것을!

난 대신 친구에게 사과했고, 남편에겐 시간 충분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좋게 달랬다.

눈치 빠른 내 친구는 이만 일어나자고 했고, 우린 서둘러 호텔에서 핸들링 슈트케이스를 픽업한 후 공항으로 향했다.

 

 

 

당연한 결과지만 공항에 도착해 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검색대를 지나 공항 안으로 들어가니 아직도 한참 시간이 남아돌았다.

다미안조차 "우리 너무 일찍 왔네요." 했고, 친구에게 점심 대접도 못한 게 맘에 걸리기 시작했다.

남편은 조금 미안한 내색이었고, 그제야 난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이 이러는 거 하루 이틀 안 것도 아니고 이해는 하지만 내 친구한테 미안한 건 어쩔 수 없어요. 다음부터는 내 말 믿고 좀 기다려줬음 좋겠어."

남편은 미안하다고 했고, 단순한 난 금방 모든 걸 잊기로 맘먹고 그리 했다.

친구에겐 따로 전화해 다시 한번 사과하면 될 일이고 이해해 줄 만한 친구라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면서.

 

점심을 걸러 배가 고파 비싼(이것도 남편이 서두르지만 않았으면 더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ㅠ.ㅠ) 가격에 샌드위치를 샀지만 막상 먹자니 시간이 어정쩡해 기다리기로 했다.

얼마 후 우린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했고, 한 달간의 여행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일상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안도하면서도 아쉽고, 그러면서도 집으로 가는 건 그곳에 남은 가족들과의 만남이니 늘 여행의 끝은 이렇게 묘한 구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