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참 재미있게, 의미있게 보고 있다.
꽤 오래 전 캐나다로 이민 와 한국 드라마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할 때
우연히 보게 된 <청담동 살아요>를 보면서 참 웃기면서도 짠하고 좋은 드라마
란 생각을 했었고, 그 드라마로 박해영이란 작가님도 알게 됐고, 아무튼
저런 드라마 많아졌음 좋겠단 생각을 했었는데
그 드라마를 함께 쓰셨던 작가님이 역시 내가 흥미롭게 봤던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를 쓰신 작가님이었고, 이 드라마<눈이 부시게>란 드라마까지...
이 드라마엔 흔히 말하는 찌질함, 궁색함이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게 거부감이 드는 그런 찌질함이나 궁색함이라기보단
뭔가 짠하면서도 우리들로 하여금 숙고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다.
그게 바로 작가와 연출가, 작가 혹은 연출가의 능력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데,
아마도 내가 드라마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그저 재미있고 감동적이라고만
느끼고 넘어갔을 테지만
드라마에 대해 공부를 하고 난 지금은 그들의 탁월함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고민하게 만든다.
공부할 때 내가 좋아하는 장르와 내가 쓸 수 있는 장르는 다른 것이다!
라고 배우긴 했지만
역시 내 취향은 휴먼드라마 장르고, 그걸 잘 쓸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그러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란 고민을 하게 된다.
웃음과 눈물을 씨줄과 날줄처럼 교묘하게 엮을 수 있는 능력,
과연 그 능력을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쌓아야 하는 걸까?
끝으로 이 드라마의 미덕은 여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첫째로, 젊은이들이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노인들의 행동이나 사고, 혹은 습관이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지를 젊은이의 눈높이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점.
그래서 아직 나이 들어본 적 없는 젊은이들이 세대 간의 소통에 대해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보겠단 생각의 여지를 던져준다는 점. 그렇게 역지사지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려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
두 번째로는, 착한 드라마라고 다 지루한 것은 아니다라는 걸 증명해보였다는 점,
그러니까 억지스럽게 드라마틱하지 않아도 충분히 우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
마지막으로, 살다보면 나쁜 일이 좋은 결과를 나을 수도 있고, 또 좋은 일이 안
좋은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는, 즉 전화위복과 세옹지마라는 우리 인생사의 테마가
사자성어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는 걸 새삼 또 깨닫게 해줬다는 점이다.
만약 혜자가 할머니가 되는 체험을 하지 않았던들 착한 마음씨야 늘 그대로지만
세상을 보는 안목이 이렇게 넓어질 수 있었을까?
이렇게 이 드라마는 여러가지를 숙고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한없이 웃게 만드는
참으로 따뜻한 휴먼드라마다.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