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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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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만큼 독특한 작품웹툰 원작의 '닭강정' 내 기억에 한국영화 중 독특함으로 뇌리에 각인된 영화 중 으뜸은 바로 '지구를 지켜라'이다. 물론 이 외에도 몇 작품이 더 있긴 하지만, 그래도 '독특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단연코 이 영화다. 그런데 며칠 전 감상한 웹툰 원작의 '닭강정' 또한 '지구를 지켜라'에 못지않는 독특함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어쩜 '지구를 지켜라'가 1위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를 만큼. 역시 웹툰 원작답게 만화적 요소가 가장 먼저 눈에 뜨였다. 거기에 출연 배우들의 다소 과장적인 연기 또한 도드라져 웹툰 원작임을 수긍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연출한 감독이 이병헌 감독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탄식이 흘러나왔다. "역시!~"라는. 내가 아는 이병헌 감독은 코미디적 요소가 다분한 작품을 연출하는 감독임과 동시..
미약한 인간군상의 집대성을 접하고 울컥함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던 영화 '서울의 봄' 사실 우리 모두에게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한 사람 안에 존재하는 악과 선은 늘 우리를 갈피 못 잡게 하고 이리저리 내동댕이치기도 한다. 그런 아수라 속에서 정신줄을 제대로 붙잡고 소신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사람이야말로 인간의 미약함을 넘어서는 '바람직한 인간상'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보는 내내 울컥함과 응어리를 짊어진 채 피 토하는 심정이 되곤 했던 영화 '서울의 봄'에서 보여주는 인간상은 바로 이런 '바람직한 인간상'의 재정립이 절실한 작금 대한민국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 범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거창한 담론을 내세우며 자신의 영달과 안위를 위해 애쓰고 있는 게 현 대한민국 대개 정치인들의 현실이다. 가장 대한민국에서 낙후된 분야가 바로 정치라고 느끼고 있는 일인으로 이 영화가 시사하는 바는 ..
악당들을 악으로 벌하는 제대로 된 빌런 이야기 'A Killer Paradox' ​ ​ 작금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보다 보면 늘 느끼는 게 있다. 세상 모든 악의 집대성처럼 보이는 이루 말할 수없이 잔인무도하고 극한 범죄가 서로 경쟁하듯 온라인 오프라인을 달구는 걸 보면 말이다. '이런 것들을 법의 이름으로 단죄하느니 차라리 가까운 주먹으로?' 란 생각과 말이 절로 나오면서 종국엔 깊은 한숨을 내뱉게 된다. 이런 생각은 비단 나뿐만이(나 역시 이런 내용으로 웹소설을 썼다!) 아닌 듯하다. 왜냐면 악당들을 악으로 벌하는 스토리가 끊임없이 영화로,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있으니까. 가장 최근 시청한 'A Killer Paradox' 외 '비질란테'란 시리즈에서도 경찰인 주인공이 직접 범죄자들을 응징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오늘 리뷰할 'A Killer Paradox'는 한국 말로는..
다시 봐도 좋은 영화 '타이타닉' 지금까지 이 영화를 통틀어 너 댓 번은 보았지만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련해지곤 했다. 슬프고 애잔한 주제가와 함께... 그런데 얼마 전에 있었던 타이타닉잠수정 침몰사고로 인해 다시 이 영화가 소환됐고, 타이타닉호가 침몰된 지 무려 111년이 지난 후에 타이타닉호로 인한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긴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의 감동은 가시지 않았다. 이 영화가 처음 나온 게 1997년인데, 당시 나는 한참 영어강사 생활 하느라 정신없이 바쁠 때였다. 남편하고 시간을 맞추기도 그렇고 해서 짬 나는 틈에 나 혼자 처량맞게 영화를 보러 간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둘의 사랑이 부럽고 저런 사랑이 내게 닥치면 난 과연 어떻게 대처할까를 한참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만약에 내가 로즈가..
영화 '쎄시봉'을 보고 떠올린 내 추억의 편린들 어찌 보면 개인적으로 가장 감성적이었고 추억이 많았던 시대가 바로 70년대가 아닐까 싶다. 70년대 초등학교와 중, 고등학교를 다녔던 나로서는 이 영화의 장면 장면이 바로 나의 과거, 그리고 추억과 어우러져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게 사실이었다. 우리 학창 시절 최고로 잘 나갔던 명동의 모습, 그리고 명동 입구에 있었던 미도파백화점, 한국은행 앞의 분수대는 내 어린 시절 가끔 어머니와 돈가스, 함박스택을 먹으러 갔던 바로 명동의 그곳을 연상시켰고, 미도파백화점에서 괴기 전을 관람하곤 혼비백산했던 당시를 뚜렷하게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전의 한국가요와는 뭔가 좀 다른 분위기의 노래들이 당시 새롭게 등장하면서 내 맘을 사로잡았던 기억이 떠올라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영화 '쎄시봉'은 한국의 ..
철학과 해학이 어우러진 참 좋은 드라마 "나쁜 엄마" 드라마를 보면서 감동을 받은 게 참 오랜만이다. 가까이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나의 해방일지'에서부터 조금 멀리는 '나의 아저씨' '눈이 부시게' '우리들의 블루스'를 잇는 최고의 드라마라고 여겨지는 드라마 '나쁜 엄마'가 그 주인공이다. 제목 또한 짙은 패러독스로 참신하다! 라미란 씨의 섬세한 연기와 더불어 조연을 맡은 등장인물들이 다들 연기라면 한가닥 하는 분들이라 조금은 과장되고 신파적이어도 결국엔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납득, 몰입하게 된다. 바로 이런 게 연기자들의 힘일 것이다. 발성부터 표정,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는 디테일함까지 갖춘 힘! 방송작가 공부를 시작한 후부터 이전보다 더 자주 드라마를 볼 때 작가가 누군지를 먼저 살피게 됐다. 이번 드라마도 예외 없이 그랬는데,..
넷플릭스 드라마 '퀸메이커', 이 드라마가 불편한 이유 다른 드라마 리뷰도 그렇지만 특히 이 드라마에 대한 내 감상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는 걸 먼저 밝히고자 한다. 아직 감상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스포가 될만한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을 예정이고, 일단 드라마가 보여주는 상황보다 현실은 더 처참하고 암담한 지라 거기에 대해서도 언급을 최대한 자제할 요량이다. 대신 지금부터는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가 불편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먼저, 지극히 단순하고 뻔히 보이는 전개방식에 대한 불만을 말하고 싶다. 마치 아침드라마나 막장드라마처럼 앞으로 전개될 일들이 너무 명약관화하다. 더불어 촘촘하지 못한 서사가 널 뛰듯 개연성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예를 들어 갑자기 어제까지 충성하던 마중석이 난데없이 서민정의 치부를 드러내는 장면, 자매처럼 ..
프랑스 특유의 유머가 돋보이는 코미디'Le Dîner de Cons' 오랜만에 꽤 오래된 프랑스 영화를 감상했다. 제목을 우리말로 옮기면 '바보천지들의 저녁식사'쯤 되겠는데, 제목에서 감 잡을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바보스러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바보 같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했던 많이 비열하고 무례한 한 사람이 실은 바보 같은 사람으로 인해 자신이 진정한 '바보'요 '루저'라는 걸 알게 된다는, 말하자면 역설적 교훈을 유머와 함께 보여주는 코미디를 표방한 드라마 장르 영화다. 외모에서부터 웃음을 자아내는 주인공 프랑스와 삐뇽은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착하다 못해 너무 어수룩한 처신으로 냉정한 출판업자이자 부르주아인 사악한 피에르 브로샹의 레이더(?)에 포착된다. 그로부터 저녁식사 초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