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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이야기

'지구를 지켜라'만큼 독특한 작품웹툰 원작의 '닭강정'

내 기억에 한국영화 중 독특함으로 뇌리에 각인된 영화 중 으뜸은 바로 '지구를 지켜라'이다.

물론 이 외에도 몇 작품이 더 있긴 하지만, 그래도 '독특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단연코 이 영화다.

그런데 며칠 전 감상한 웹툰 원작의 '닭강정' 또한 '지구를 지켜라'에 못지않는 독특함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어쩜 '지구를 지켜라'가 1위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를 만큼.

 

역시 웹툰 원작답게 만화적 요소가 가장 먼저 눈에 뜨였다.

거기에 출연 배우들의 다소 과장적인 연기 또한 도드라져 웹툰 원작임을 수긍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연출한 감독이 이병헌 감독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탄식이 흘러나왔다.

"역시!~"라는.

내가 아는 이병헌 감독은 코미디적 요소가 다분한 작품을 연출하는 감독임과 동시에 다소 엉뚱한 요소와 따뜻함을 작품마다 선보이는 감독이기에 그랬다.

 

어느 정도 생소하지만 안전빵에만 골몰하는 타 감독님들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비범함이 엿보인다고나 할까?

가만히 보니 지금까지 이병헌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다 재미있게 감상했다는 걸 또 깨닫게 됐다.

'스물'이 그랬고, '멜로가 체질'이 그랬고, '극한 직업' 또한 그랬다.

유머 코드가 나랑 어느 정도 맞다고 해야 하려나? 아니, 내가 감독님의 유머코드를 좋아한다고 해야 하려나?

아무튼 웃기면서 뭔가 가슴에 스며드는 따뜻함이 난 늘 좋았다. 그 따뜻함 안에 녹여져 있는 쓸쓸함까지!

 

이 작품 또한 내겐 그렇게 느껴졌다.

단순히 웃기는 게 아닌, 뭔가 심오하면서도 따뜻한 주제가 가벼운 코미디에 얹힌 느낌 같은 거?

예를 들어 은근 성형 부추김과 외모지상적인 세태를 꼬집는 거 같은 대사들이 내게 그리 느껴졌다.

거기에 더해 시대를 초월하는 순박한 사랑과 자식 사랑이 그랬다.

어쩔 수 없이 떠나간(갈) 것은 떠나 보내야 한다는 쓸쓸함도.

 

어쩜 이 시리즈가 더 좋게 느껴지는 건 단순히 감독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난 주연을 맡은 안재홍 배우를 참 좋아한다. 

순둥순둥한 인상도 좋고, 가식 없어 보이는 현실감 넘치는 그의 연기도 참 좋다.

그 밖에도 이병헌 감독과 이런저런 작품에서 인연을 맺은 배우들의 모습을 찾는 것도 꽤 흥미로웠다.

 

단 하나, 그의 작품 '멜로가 체질'은 무척 좋아하는 드라마지만 너무 자주 언급되는 건 좀 그랬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하는데 다른 이는 모르겠지만 내겐 그렇게 느껴졌다. 확실한 과유불급으로 말이다.

그것만 빼면, 슬프지만 그러므로 더 아스라한 옛사랑도, 절절한 부정도, 인간과 외계인 사이의 우정과 희생, 양보와 헌신도 다 납득이 됐다. 아니, 납득을 넘어 그걸 보여주는 이 작품이 아주 맘에 들었다.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릴 듯싶다.

하지만 INTJ인 내가 납득됐다는 건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좋아할 거 같단 예감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지 않을까 싶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