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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이야기

다시 봐도 좋은 영화 '타이타닉'

지금까지 이 영화를 통틀어 너 댓 번은 보았지만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련해지곤 했다.  슬프고 애잔한 주제가와 함께...  

 

그런데 얼마 전에 있었던 타이타닉잠수정 침몰사고로 인해 다시 이 영화가 소환됐고, 타이타닉호가 침몰된 지 무려 111년이 지난 후에 타이타닉호로 인한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긴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의 감동은 가시지 않았다.

 

 

이 영화가 처음 나온 게 1997년인데, 당시 나는 한참 영어강사 생활 하느라 정신없이 바쁠 때였다.

남편하고 시간을 맞추기도 그렇고 해서 짬 나는 틈에 나 혼자 처량맞게 영화를 보러 간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둘의 사랑이 부럽고 저런 사랑이 내게 닥치면 난 과연 어떻게 대처할까를 한참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만약에 내가 로즈가 되어 선상에서 우연히 운명적인 사랑의 대상자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녀처럼 그렇게 담대하게 현재의 좋은 조건을 다 뿌리치고 사랑을 찾아 가난뱅이 화가지망생에게 나를 던질 수 있을까라는.  

 

그때도 그랬었는데 몇 년 전 다시 한번 이 영화를 감상하면서도 똑같이 생각이 들어 혼자 싱긋이 웃고 말았던 기억이 또 남아있다. 

내게 여전히 남아있는 사랑에 대한 환상과 꿈을 확인한 순간 왜 그렇게도 부끄러워지고 우스워졌던지. 

그럼에도 여전히 난 착각에 빠져 나 자신을 로즈에 대입하며 내가 원하는 잭 도슨을 찾아 떠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했었다. 

 

원치 않았던 약혼자에 대한, 또 강압적인 어머니에 대한 불만 속에서 자살을 시도하려는 자신을 구해준 순수한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건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라 싶기도 하고, 가장 통속적인 것이 가장 처절한 사랑의 방정식을 만드는 것이라면 이 둘을 이어준 조건은 그 무엇보다도 가장 완벽한 통속적 조건이 아닐 수 없으리라~는 생각을 해봤었다.  

 

그것이 잠시동안의 착각이었든 아니면 첫눈에 알아본 숭고한 참사랑이었든 보는 이들을 가슴 졸이게 만들고, 마침내 자신의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사랑하는 여인을 책임진(?) 잭 도슨 같은 남자를 어느 누가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사랑을 받고 그 사랑을 끝까지 지켜 내고 자신의 이름을 로즈 도슨이라고 했던 그 여인을 어느 누가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치명적인 사랑에 대한 그리움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깊이 숨겨져 있다고 봤었다.  단지 그걸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일 뿐이고 애써 감추며 대리만족으로만 안도하면서 숨 쉬고 있을 뿐이라고 여겼었다.  

 

좀 더 나이가 들어 감상했을 땐 젊은 로즈와 잭이 서로를 갈망하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좋았지만 특히 할머니가 되어버린 로즈가 과거 목숨까지 바쳐 자기를 지켜 준 참 사랑에 대해 회고하는 장면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었다.  

 

사랑하는 남자 잭을 바닷속 깊이 떠나보내는 바다 위에서의 가슴 아픈 장면에도 또 한 번 눈시울을 적시며 아!~  했지만 그렇게 지켜 준 사랑을 위해서라도 살아야겠다는 그녀의 결심과 결국 살아남는 장면이 여전히 감동이었었고 사랑을 묻은 채 결혼을 했지만 그 누구에게도 자기의 귀중한 추억을 발설하지 않았던 할머니의 그 숭고한 사랑의 보존방식이 맘에 들었다고나 할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역시 가슴에 깊이 와닿았었다.  바닷속으로 깊이 빠져 들어간 그처럼 그렇게 그와 연결해 주었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바다에 던지고 조용히 자기 방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할머니...  그녀에게 더 이상 남은 사랑의 아쉬움은 없고 찬란했던 추억만을 안고 홀가분하게 세상과 이별하며 자신을 끝까지 도슨의 여자로 여겼던 그녀.  

그녀의 죽음마저도 아름다운 사랑의 승리로 보기에 지나침이 없었다.  왜냐면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묻고 함께 지내왔었고 이제 함께 떠나는 것이라 봤기에 그랬었다. 

 

이 영화를 보며 죽음으로 사랑의 완성이 이루어짐을 믿게 되었었다.  현실에서 불가능하다면 분명 죽음을 넘어 둘의 사랑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고, 그렇게 이루어지는 사랑도 있다는 걸 믿게 된 거였다.  꼭 현실의 사랑이 다는 아니고 우리가 알 수 없는 죽음 뒤의 세상도 있고, 거기에도 사랑은 분명 있다고 말이다.  

 

지나고 보니 젊은 시절의 사랑은 화려하되 생명이 짧은 아이리스와 닮았고, 나이가 조금 들어가며 알게 된 사랑은 은은한 데이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게 변하듯 사랑도 변할 수 있고 사랑의 깊이와 색깔도 변할 수 있지만, 변하지 않는 건 우리 모두가 사랑을 그토록 갈망한다는 그 사실!

해서 우린 죽는 그날까지 사랑타령을 할 수밖에 없음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