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면서 감동을 받은 게 참 오랜만이다.
가까이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나의 해방일지'에서부터 조금 멀리는 '나의 아저씨' '눈이 부시게' '우리들의 블루스'를 잇는 최고의 드라마라고 여겨지는 드라마 '나쁜 엄마'가 그 주인공이다.
제목 또한 짙은 패러독스로 참신하다!
라미란 씨의 섬세한 연기와 더불어 조연을 맡은 등장인물들이 다들 연기라면 한가닥 하는 분들이라 조금은 과장되고 신파적이어도 결국엔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납득, 몰입하게 된다.
바로 이런 게 연기자들의 힘일 것이다. 발성부터 표정,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는 디테일함까지 갖춘 힘!
방송작가 공부를 시작한 후부터 이전보다 더 자주 드라마를 볼 때 작가가 누군지를 먼저 살피게 됐다.
이번 드라마도 예외 없이 그랬는데, 배세영이라는 드라마작가는 처음 들어본 지라 "의외네!" 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영화 '완벽한 타인'과 천만 관객을 모왔던 영화 '극한 직업' 시나리오를 쓴 작가였다.
"역시~" 했다.
완벽한 타인에서도 느꼈지만 이 작가님은 사람의 감정 묘사에 능한 분 같다! 그래서 보는 사람 마음을 잘 보듬어주고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적절하게 포인트를 잘 잡아 관객들이 함께 울고 웃을 수 있게 만드는 재주가 탁월한 듯!
한 마디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아직 겨우 4회라 확언하긴 어렵겠지만 드라마 마니아(어쩜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만 그럴 지도)에겐 꽤 많은 공감을 얻을 거 같단 예감이다.
뭔가 위트와 유머 코드가 올드한 거 같으면서도 미소를 자아내게 하고,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다 안정돼 보이고, 특히나 처음 보는 얼굴들이 대거 보이는 것도 환영할만한(구태의연한 연기를 일삼는 배우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지라) 일이라 좋고 아직까진 다 좋다.
이전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도 차분한 연기가 돋보였는데 주인공을 맡은 이도현 배우의 연기도 냉엄함과 순수함을 오가며 안정적으로 보였다.
또한 안은진 배우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부터 발성이나 표정이 참 귀엽다고 생각해 오고 있는데, 여기서도 역시 상큼하면서도 비련한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나쁜 엄마 역 라미란 배우의 사실적 연기는 대개의 엄마들에게 큰 호응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거 같단 생각이 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덕목은 작금의 세태(잘못된 자식 사랑)를 묘하게 비틀면서도 따뜻함을 견지하며 우리에게 영향력을 끼친다는 그것일 것이다.
예를 들어 잘못됐던 자기 방식을 깨닫고 본인부터 다시 태어난 듯 아들을 보듬는 엄마를 보면서 우린 "그렇게 길렀으니 당연히 아들이 그 꼴이 됐지."라고 비난하기보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린 엄마에게 박수를 보내게 되는데, 이건 보편적인 인간성에서 기인하는 정서다.
그리고 당연히 다시 한번 기회를 부여받은 그 둘을 응원하게 되는데 이 또한 정성을 다하는 이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인지상정이다.
그렇게 우리들 선한 본성을 일깨우는 게 바로 이 드라마의 힘이다.
어쩜 현실이 너무 팍팍해 우린 점점 더 동화 같은 스토리에 매료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사악한 무리들은 사그라들어야 하고, 선한 심성을 가진 이들이 흥해야 하는 건 만법귀일일 것이다.
사람의 선한 본성을 일깨우는 것 외 제대로 된 자식 사랑을 통해 만고불변의 진리를 환기시켜 준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를 기꺼이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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