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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방콕 첫 여행 이야기2 '왕궁 및 사원, 쏨땀누아와 팁싸마이'

 

 

방콕 여행 일정은 이러했다.

총 7박 8일 중 첫 2박은 방콕, 2박 치앙마이, 그리고 1박 치앙라이, 다시 치앙마이에서 1박, 마지막으로 방콕으로 돌아와 1박을 하는 것.

 

방콕의 이스틴 그랜드 호텔에서의 맛난 조식을 시작으로 우리의 2일째 태국 여행이 시작됐고, 우린 BTS를 타고 사판탁신역에서 내려 조금 걸은 후 수상보트를 탔는데, 이게 행인지 불행인진 몰라도 다른 현지인들이 타는 듯 보이는 보트가 아닌 1인당 100밧을 내고 달랑 2커플만 타는 조금은 럭셔리한 보트에 오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수상보트의 경험이 매일 있을 것도 아니고 조금은 느긋하고 여유롭게 배에서 풍광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사실 선택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리 된 것이지만^)이었다고 믿는(것 보단 그렇게 믿고 싶)다.

 

 

 

어쨌든 우린 비싼(?) 뱃놀이를 즐긴 다음 왕궁에서 가까운 역에 내려 왕궁구경에 나섰는데, 여기서 한 가지 껄끄러운 일이 벌어지게 된다.

 

그건 바로 나보다 훨씬 짧은 스커트를 입고 현지 학생들이 들어가는 건 눈감아주는 입장요원이 내겐 다리를 가리라고

명령(?)을 내린 것! 내가 입은 건 7부 바지다 보니 넘넘 억울했지만 어쩌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이니~

 

할 수 없이 각자 100밧을 내고 허접한 코끼리 바지를 하나씩 사서 남편과 사이 좋게 입고 입장을 할 수 있었다(참고로 난 7부바지였고, 남편은 반바지).

 

 

그렇게 시작은 조금 껄끄러웠지만 여행객이란 흥취를 곧 갖고 우린 왕궁에 이어 '왓 포' 구경을 마쳤고, 마지막엔 유명하다는 '왓포 마사지'까지 받고야 말았는데 다소 우리에겐 아픔을 준 전통 태국마사지였지만 별 불만은 없었다는 걸 첨부한다.

 

마사지를 마친 우리는 방콕의 또 다른 명소라는 '카오산 길'을 가기로 하곤 밖에 있는 택시와 흥정을 했는데, 첨에 150을 부르는 기사에게 100을 이야기했더니 다시 120을 부르다 내가 그래도 100! 하니까 오케이라고 하더라. ㅎ

 

지금 와 보면 한 50이면 충분히 갈 거리이긴 했지만 여행자의 넓은 아량으로 그쯤은 눈감아 줄 용의가 충분하다는 걸 밝히고 싶다. 왜냐면 여행 가서 넘 빡빡하게 굴면 내 기분도 꿀꿀해짐은 물론 전반적으로 수입이 그다지 넉넉하지 못한 이들에게 야박하게 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앞서서다.

 

결과적으로 그쪽 이쪽 다 기분 좋게 방콕에서의 첫 택시경험은 끝이 났고, 우린(아니 사실 남편은 이 길에서 오래 전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다니 나만이 맞겠지만) 처음으로 카오산 길에 도착했는데, 낮이라 그런지 생각만큼 뭔가 대단한 임팩이 없어 다소 실망스러움을 멈출 수 없었다.

그냥 그런 허접한 동네였고, 왜 이 길이 유명한 지에 대해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역시 여행은 스스로 경험하고 느끼는 게 최고라는 걸 다시 한 번 강하게 느꼈던 순간을 경험했다는 말로 카오산에 대한 내 감상은 끝낼까 한다.

 

 

그리고 슬슬 배가 고파진 우리는 카오산 길에서 가까운 유명 식당 2군데를 찾아가기로 했는데, 구글맵을 찾다 보니 오프닝시간이 오후 5시라는 걸 알게 됐고, 그럼에도 일단 눈도장은 찍어보자는 맘으로 그곳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참, 유명 식당 두 곳은 바로 빠따이로 유명한 '팁싸마이'와 미국의 음식프로인 'Somebody feed Phill'에 소개됐던 방콕의 명소 'Jay Fai' 식당이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몬트리올에서부터 벼르고 별렀던 그곳은 일, 월 휴무였으니 럴수럴수~를 외치며 안타까워할 수 밖에 없음이었다.

 

 

허무한 마음을 가다듬으며 겨우 발길을 돌린 우리는 아쉬운대로 일단 점심을 먹으러 '쏨땀누아'로 향했는데 그곳은 워낙 대기줄이 길다 하긴 했지만 그날은 운 좋게도 아주 금방 자리가 나서 'Jay Fai'의 아쉬움을 그나마 달랠수 있었다고나 할까?(사실 남편도 캐나다에서부터 기대를 하긴 했지만 방콕에 도착해 검색해 보곤 거긴 보통 4시간에서 6시간 대기라고 해 기겁을 했었기에)

 

기대 이상으로 맛 또한 만족스러워서 우린 금방 또 행복해졌다. 맛난 음식 앞에선 천진난만한 아이마냥 마구 단순해지는 남편과 나는 이럴 땐 그야말로 천생연분인지라 이 아니 기쁠소냐~  더더군다나 계획에 넣지도 않았던 곳에서 횡재한 기분까지 느꼈으니 말이다!~

 

 

어느 정도 배도 부르겠다, 또 근처에 있는 유명하다는 디저트집인  'Mango Tango'에서 망고로 입가심도 했겠다, 기분 좋아진 우리는 근처 쇼핑센터 구경도 하다, 커피도 마시다, 조금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팁싸마이'로 향했고, 다행히 긴줄이 아닌 두 번째로 도착했기에 문이 열리기만 기다렸는데, 구글 정보로나 문 앞에 적어놓은 걸로나 5시에 시작이라고 했지만 막상 4시40분 정도 되니 입장을 시키기 시작하더라~

이 또한 행운이다고 자평한 우리는 잽싸게 안으로 들어가 자릴 잡고 앉았다.

 

 

그리고 기다리고기다리던 나의 왕새우 빠따이가 도착했는데 와우~ 이런 자태의 새우는 오래 전 청담동 퓨전레스토랑에서 먹어본이래 그야말로 오랜 만인 왕건이!였다!

 

점심 먹은지도 그리 오래 돼지 않았건만 흡사 난 걸식 들린 모양새로 왕새우의 몸통과 머리 모두를 순킬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팁싸마이의 또 다른 명물인 오렌지 쥬스를 들이키다 도저히 하나로는 성이 차지 않아 하나를 더 주문해 테이크아웃까지 해 왔다.

 

역시 역시! 사람은 먹어야 사는 게 아니고, 맛난 걸 먹어야 사는 맛이 나는 게 확실하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이었고,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도 않고 큰 것이어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또 강하게 느꼈던 순간들이었다.

 

150프로의 만족감을 안고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비록 오랜만에 수영장에 몸을 담글 수 있는 기회는 자발적으로 던져버렸지만 말이다. 

 

내일은 드디어 우리가 가고 싶어했던 그곳, 치앙마이로 떠나는 날!

과연 그곳에선 어떤 새로운 경험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라는 뱃 속이 간질간질하는 기대감에 떨며 잠을 청하고 말았다는 거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