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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이야기

몬트리올 근교 스파 이야기 1 'Finlandais Spa'

 

 

 

 

 

 

우리 부부가 겨울을 이기는 방법 중 하나로 주로 써먹는 게 바로 스파 방문이다.

길고도 긴 몬트리올에서 그나마 행복한 시간은 스파에 가 하루종일 뒹굴뒹굴하는 것인데, 날씨까지 좋다면(추위는 말할 필요 없고 여기서 날씨가 좋단 의미는 바로 찬란한 햇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돌아오게 된다.

 

지난 겨울에도 눈보라치는 하이웨이를 뚫고 집에서 한 20분 정도 떨어져있는 스파를 방문했었다!

15년도 훨씬 전 이곳을 처음 알게 돼 방문한 후 내 블러그에 이곳을 소개하고나서부터 이곳 스파에서 심심치 않게 한국분들도 만날 수 있었고, 우린 그야말로 이곳 스파 단골에 매니아인 셈인데,

그날은 처음으로 클리닉에서 마사지가 필요하단 처방전까지 구비하고 그곳을 방문해 마사지까지 받았었다.

고로 아주아주 행복한 날로 내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다.

 

겨울에 스파를 애용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은 추운 날 몸을 이완시킬 수 있는 사우나를 즐긴다는 것도 있지만, 사방이 설원인 곳에서 야외 노천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희열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운 좋으면 눈까지 내려 허연 눈모자를 쓴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자아내게 되고, 그 덕분에 절로 유쾌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스파홀릭들인 우리가 애용하는 이곳은 그동안 가격의 변천이 심했는데, 그 이야기를 조금 해야겠다.

먼저 언젠가부터 다양하게 존재했었던 할인 혜택이 아예 사라져버렸다는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예전에는 오전 10시 전이나 오후 6시 이후에 입장하는 가격과 그 외 시간 입장 가격에 차등을 뒀었는데, 우선 그게 없어졌다.

또한 쿠폰북(한 번에 10매를 구입하면 가격이 훨씬 싸서 그걸 많이 애용했었다.)이 있었는데 그것도 없어졌고, 대신 이미 가지고 있는 쿠폰북을 사용할 순 있지만 차액은 고스란히 지불해야만 했다.

그렇게 되고 보니 언젠가부터 스파를 방문하는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해 적어도 한 달에 한, 두 번은 방문했던 것에서 급기야는 년중 행사가 되고 말았다.

 

가격이 부담되는 것도 그렇지만, 코로나 시국 후엔 시간 제한까지 생겨 이전에 비해 훨씬 비싼 가격에 4시간 패스 혹은 온종일 패스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물론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두기라는 개념이 생겼으니 그쪽에서도 어쩔 수 없을 터. 또한 다른 물가도 다 올랐으니 어느 정도 가격 인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집 드나들듯 자주 그곳을 방문했었던 우리는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던 게 솔직한 고백이다.

왜 아니겠는가? 가격이 두 배로 오르고 혜택은 반 이상 줄어버렸으니!

 

 

 

 

 

 

그날 나는 실로 오랜 만에 마사지를 예약했고, 마사지를 받은 후 시원함과 행복감에 몸을 떨었던 거 같다.

오랜 만에 맛보는 풍족함에서 비롯된 전율, 바로 그거 말이다.

물론 혼자만 마사지를 받아 남편에게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다소 고집이 있고 잔머리 굴리는데 약한 남편은 클리닉 가서 처방전 받는 걸 많이 주저했다.

이유는 스트레스로 어깨가 결리긴 하지만 그 정도로 처방전을 받아 보험처리한다는 게 심히 양심상 꺼려지나 보았다.

이렇게 고지식한 남편에게 난 매번 지고 만다.

"남들이라고 다 그렇게 하는데! 일하다 보면 스트레스로 몸이 찌뿌둥할 때 쓰라고 마련된 제도를 왜 활용하지 못하는 거지?"

라는 잔소리를 할 수가 없다.

'대신 내가 혜택을 좀 누리는 거지 뭐!' 이렇게 위로하고 만다.

 

마사지가 끝난 후에도 우린 냉탕과 온탕을 드나들듯 드라이사우나 스팀사우나와 차디찬 콜드배스를 왕복하며, 인피니티 온천을 즐기며, 그리고 휴식을 취하며, 그렇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돌아왔다!

중간에 맛있는 샌드위치와 슾, 샐러드로 포만감까지 채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