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온천의 한화리조트에 여장을 푼 우리들은 우선 문어를 살짝 데쳐 맛봤는데, 그 맛은 역시나~ 였다. 내가 몬트리올에서 냉동한 것을 녹였다 먹었던 것과는 맛의 차원이 달랐다고나 할까? 암튼 가족과 함께라 더 그 맛을 깊게(?) 느꼈던 건지 아님 실제로도 그 맛이 우월했던 건지 솔직히 확신은 없지만 어쨌든 맛 좋게, 기분 좋게 문어를 먹었다는 건 한치 거짓없는 진실이란 걸 명백히 밝힌다!
그리고 문어만 가지곤 저녁식사가 되지 않으니 우린 또 무엇으로 배를 채울까 고민하다가 그곳 지하에서 치킨집을 발견했고, 가장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닭고기와 그곳의 명물이라는 게와플로 저녁을 대신했다. 그 다음 날 아침, 가벼운 산책을 마친 후 남편과 나는 그 도시를 순례하던 중 또 아주 훌륭한 맛집을 운 좋게 발견했는데, 바로 그곳은 백암온천리조트 초입에 위치한 즉석순두부집 ‘전주로얄식당’!
이른 아침이라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던 남편과 나는 양해를 구하고 순두부정식을 하나만 주문했는데, 그 맛이 그야말로 완벽해서 우린 따라 나온 반찬까지 완전 싹싹 비우고 말았다. 그리고 당장 부모님와 동생, 아들에게 달려가 그곳의 순두부를 맛봐야 한다고 입에 침이 고이다 마를 정도로 강력추천했고, 그 결과 아침은 늘 생식으로 대신하시는 부모님께서도, 시장기 느끼던 동생과 아들도 맘이 많이 동한 듯 보였다.
맛있게 식사를 한 후 우린 꼬불꼬불 국도를 따라 주왕산으로 향했는데, 워낙 길이 험하다(?)보니 속들이 안 좋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 게다가 겁 많으신 아버지께서는 좀 천천히 가자고 뒤에서 계속 눈치를 보내시고 운전대를 잡은 내 옆에 앉은 남편까지 이 길말고 고속도로로 가면 이렇게 고생할 필요 없을텐데 하면서 은근 눈치를 주니 내 맘은 망망대해의 일엽편주의 바로 그것이었다.
그럼에도 일단 밀어부치는 게 내 장기니만큼 난 계속 앞으로 고고씽을 몸소 보여줬고 고생끝에 낙이 있다고 우린 드디어 주왕산에 도착한 듯 보였는데, 실은 그게 또 다른 고생의 서막일 줄이야…
주왕산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찾다보니 주차장이 없는 뒷길 쯤 되는 길로 가게 돼 우린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며 등산객들에게 민폐를 엄청 끼치고 말게 된 것이다. 도저히 갈 수 없는 길이 나타나서야 우린 뒤로 빽!을 외치며 차를 돌릴 수 밖에 없었고, 운전대를 잡은 내가 이 모든 잘못을 다 옴팍 뒤집어쓰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지금부터는 활기차고 기쁜 소식만이 남아있다는 얘기 또한 조심스레 전하고자 한다.
그렇게 복잡하고 사연 많은 주왕산으로의 여행은 결국 많은 볼거리와 흥분, 재미로 해피엔딩이 되었고, 우린 조금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경주의 ‘요석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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