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낭만을 이야기하며 내일의 태양을 꼭 먼저 영접하겠다고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그저 희망사항이었을 뿐이었다.
한 마디로, 편하게 푹 잠에 취해 눈을 떠보니 벌써 해돋이 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는 얘기다.
하지만 앞으로 10일이나 더 남았는데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우린 기꺼운 맘으로 아침식사를 위해 뷔페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식사후에는 남들처럼 수영복 입고 선베드 하나씩을 차지하곤
유유자적함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절대 연출이 아니었다! 정말 속세를 벗어난 건 아니지만
마치 모든 굴레에서 벗어난 듯(아니 여행기간인 2주 동안은 실제로)
홀가분한 심사를 견지했다.
참, 그 전에 우린 선상에서 온 종일을 보내는 오늘 같은 날은 지겨울
수 있으니 '스파 체험'을 해보자고 마음을 모와 일찌감치 스파 장소
(The Persian Garden)로 향했었다.
그곳에서 건식사우나, 습식사우나, 레인보우샤워, 따끈따끈한 리클
라인드 체어를 순환하며 몸과 마음을 릴렉스했다.
그리고 야외 수영장이 아닌 '솔라리움'이라는 실내 수영장에 몸을 담
갔다가 바로 옆에 마련된 '스파 카페'에서 눈길과 마음을 끄는 점심
거리를 발견했다.
그곳은 주로 채식주의자나 가벼운 점심을 즐기는 이들을 위해 준비된
카페인 듯 보였는데, 그 이유는 바로 마련되어 있는 메뉴 때문이었다.
직접 오가닉채소와 과일로 즉석에서 만들어낸 생과일, 야채쥬스가
그랬고, 질 좋은 토마토와 치즈에 발사믹식초로만 맛을 낸 플레이트
가 그랬고, 간단히 먹기 좋은 스틱 류 빵들, 그밖에 또띠야 샌드위치
와 파스타, 퀴노아 샐러드 등등.
그곳에서 우린 프리미엄베버리지 팩키지 덕(?)에 부담없이(선상 메
뉴에 적힌 가격이 많이 비쌌기에!) 실컷 생쥬스를 들이킬 수 있었다.
이것저것 골라먹는 재미까지, 그날 이후 우린 점심을 대개 여기서
해결했다. 그만큼 우리 취향에 딱인 곳이었다.
점심식사 후, 선베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다시 스파로 향
했고, 그곳에서 그간의 여독을 풀겠다는 심경으로 짧은 냅(Nap)도
청해보았다.
그렇게 비몽사몽 몸과 마음을 이완한 후 우린 흔쾌함에 젖은 채
룸으로 돌아왔다.
그날 드레스코드는 '이브닝 쉬크'였는데 뭐 때문인지 그날 난
드레스코드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검정 칵테일드레스를 입고
처음으로 남편과 정찬식당을 찾았다.
그날 이후 하선 전날까지 우린 저녁식사는 계속 정찬식당에서
했는데, 우리를 담당하는 주웨이터는 '마리오'라는 필리핀 출신
이었다. 주웨이터를 돕는 조수엔 러시아 출신 '리마', 그리고
와인을 도와주는 소멜리에는 인도 출신의 '아룬'이었고.
열심히 우리의 입맛과 기분을 위해 애써준 그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금 감사를 전하고 싶다.
물론 그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의 일부였을 뿐이라고 치부할 수
도 있겠지만, 그날을 포함 9일 동안 그들은 성심성의껏 우리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애썼다고 생각한다.
사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니었는데, 기항지 없이
선상에서 보냈던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빼기도 뭐하고 해서
선상에서의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고 말았다.
그럼 지금부터 바로 오늘의 주제에 대해 좀 더 심도 깊게 이야기
를 시작하고자 한다.
세계의 바다를 휘젓고 다니는 크루즈 회사는 대략 20여 회사
정도. 그 중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크루즈 회사도 있고, 어느
정도 연령이 있는 분들에게 인기가 좋은 크루즈 회사도 있다.
일단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크루즈 회사는 액티비티가 많이
갖춰져 있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선상 액티비티는 별개 없지만
음식의 퀄리티에 집중하는 크루즈 회사도 있다. 이런 크루즈는
대개 연령이 있으신 분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그렇다면 이번에 우리가 선택한 '셀레브리티'는 어디에 속할까?
대체적인 평으로 봤을 때 셀레브리티호는 음식의 질이 뛰어난
편에 속한다고 한다. 그게 우리가 이 배를 선택한 첫 번째 이유
이기도 했다.
참고로 이런 특성을 잘 몰랐던 나의 첫번째 크루즈(로얄 캐러비
안) 여행 경험은 약간의 실망감이 주로 지배했었으니 그 이유는
음식의 퀄리티도 그랬지만, 손님들도 주로 격식과는 거리가 먼
젊은이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확실히 이번 셀레브리티호는 40대 이상이 주고객으로
보였다.
또 크루즈 회사들을 등급 별로 나눠 보자면 대개는 메인스트림
(Mainstream)에 속하지만 고급스러운 6성급 크루즈도 있는데,
내가 알기론 '레전트 세븐 시즈'(Regent Seven Seas), '오시아
니아'(Oceania), '시본'(Seabourn), '실버시'(Silversea) 등등
이 그것이다. 물론 이것도 세분하자면 프리미엄과 럭셔리로 나
뉘긴 한다(좀 더 정확하게는 5.5등급과 6등급).
여기서 등급과는 별개로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디즈니 크루즈
라인'은 조금 예외에 속한다. 디즈니 영화에 등장하는 캐랙터를
중심으로 어른과 아이들의 마음을 홀딱 뺏어버리는 걸로 유명한
이 회사는 조기 예약 마감,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늘 인기 최고다.
이렇듯 크루즈 회사엔 등급과 더불어 각 회사마다 강점을 바탕
으로 고유의 개성에 집중한 전략을 구사하기에 고객의 입장에선
자신이 원하는 걸 정확히 파악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여겨진다.
여기서 잠깐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처음에 우리는
이탤리를 출발해 그리스 섬을 도는 7박 코스를 선택하려고 했었다.
거의 끝무렵 기항지인 '나폴리'에서 하선해 이탤리 남부여행, 즉
소렌토, 포지타노, 아말피, 카프리를 가려고 했었는데, 문의해 본
결과 중간 기항지에서 하선이 불가능하단다.
해서 우린 7박 코스대신 10박 코스로 바꾸기로 했고, 이탤리
남부 대신 이번엔 로마에서 3박을 보내기로 결론을 내렸었다.
그 결과 스케쥴에 맞추다보니 내가 진정 원했던 '셀레브리티 엣지'
대신 '셀레브리티 리플렉션'을 타게 된 것이다.
같은 셀레브리티호라도 배의 규모나 제작년도에 따라 인기도가
달라지는데, 이번에 승선한 '리플렉션'은 중간 정도 되는 듯 하다.
자, 오늘은 내 개인적인 지중해 크루즈 여정에 더해 크루즈사에
대해 조금 알아보았다.
다음 편에선 기항지 여행과 더불어 다양한 개인적 감회에 좀 더
집중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재미있게 글을 읽어주시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이
만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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