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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지중해 크루즈 이야기 7(내 맘 속 최애지는 바로 이곳! 몬테네그로 '코토르')

 

다음 날 눈을 떠 발코니 커텐을 젖히니 우리 눈 앞에 비경이 한껏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안개와 어우러진 묘하고도 신비로운 기운이 순간 우릴 감싸 우린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감탄의 눈빛을 교환하고야 말았다.

 

"와우!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지 않아?"

 

난 눈빛에서 그치지 못하고 소릴 내질렀고, 남편이 자못 흥분한 어조로 되받아쳤다.

 

"그러게! 내 생애 최고의 풍경이라고 기꺼이 받아들이겠어!"

 

우린 이렇게 그날의 시작점에서부터 흥분했다.

마치 이 세상을 떠나 또 다른 세상에 도착한 듯 한껏 천진난만함을 견지한 채 희열과 도취를 

즐겼다.

 

몬테네그로라는 나라. 전에 한 두 번 들어본 적은 있지만 이번 크루즈 여행을 준비하면서 

'코토르'라는 도시는 첨 들어봤다. 기껏해야 크로아티아 끝자락에 인접한 크루즈 기항지라는 

그 정도?

 

하지만 남편과 나는 한 눈에 이 도시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해서 많은 기대를 안고 이른 아침식사를 마친 후 우린 '텐더 보우트'를 타고 코토르로 달려

갔다.

'텐더 보우트'(Tender Boat)란 항구에 정박하지 않고 항구에서 멀찌감치 크루즈 배가 

정박할 시 항구와 크루즈 배를 연결하는 작은 배를 이른다.

 

하선을 위해 우린 행운의 숫자 '7번'을 받아들고 호명되길 기다렸는데 잠시 후 '세븐!' 하길

래 맨 처음으로 달려갔고, 스태프 말이 번호 '7번'이 아니라 '7명'이란 뜻이었지만 상관없다

며 우리를 패스시켜줬다.

 

거의 마지막에 타다 보니 우리는 또 운좋게도 뱃머리에 앉을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고,

그것이 바로 눈 앞에 파노라마 뷰를 담을 수 있는 '최고의 명당'이었던 거다.

 

 

이렇게 시작이 좋았던 코토르에서의 시간은 끝까지 좋았다.

우선 우리는 공식적인 '기항지 관광' 대신 자유관광을 택해 작은 마을 곳곳을 누볐는데

그 전에 우린 관광안내소에 들렀고, 미리 얻어간 정보로 나는 한국어로 된 지도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동유럽의 작은 나라에서 한국어로 된 지도를 얻게 되다니!~'

 

하며 감격했던 건 물론 이 사실로 난 더욱 코토르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한다.

물론 텐더 보우트를 타고 오고가며 목도하게 된 산으로 둘러쌓여 아늑한 분위기의 그 

풍광을 빼놓고 말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한껏 고조된 흥분감을 간직한 채 우린 올드 타운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동화 속 마을처럼 아기자기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우린 한참을 걸어다녔다.

이곳 역시 전망을 위해서는 '코토르 요새'를 올라간다고들 하는데, 우린 그 대신 커피

한잔에 디저트를 곁들이며 주변을 살피는 여유로움을 택하기로 했다.

 

 

그런데 맛 보게 된 커피와 디저트까지 어쩌면 그리도 맛이 좋은지!

에스프레스와 카푸치노, 그리고 두 개의 디저트에 8유로 15센트가 나왔지만 우린

기꺼이 10유로를 지불하고 자리를 떴다.

 

지금도 떠올려보면 이탤리에서의 커피보단 '코토르'와 후에 방문하는 '그리스'의

커피가 나의 마음 한 자락에 고이 똬리를 틀고 간직돼 있다는 말로 나의 감격을 대신

할 수밖에 없음이다.

 

 

조그만 타운 구석구석을 살펴본 우리는 점심은 배로 돌아가 해결하기로 하고 돌아

가는 '텐더 보우트'를 타기 위해 선착장을 향해 걸었다.

걷다보니 조그맣게 형성된 과일시장엥서 특이한 색감과 모양의 플럼(일종의 자두)을 

발견하게 돼 나는 곧 흥정에 들어갔다. 흥정이라고 해서 깎는다는 의미는 아니고 

물건을 비교해보며 맘에 드는 곳을 찾아 말을 예쁘게 건넸다는 뜻.

예를 들어 "참으로 먹음직스럽게 생겼군요! 덤도 주시나요?" 뭐 이런 식이다.

 

 

기억은 희미하지만 대충 3유로 정도에 1킬로 그램이 넘게 받아온 거 같다. 그리고 

그 플럼은 크루즈 내내 냉장고에 고이 모셔 놓았다가, 로마로 돌아와 다시 냉장고로

직행했다가, 몬트리올 돌아올 때까지 몇 알이 남아 함께 귀가했다.

 

좋은 인상을 가득 안은 채 우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코토르를 떠나 배로 돌아왔다.

물론 돌아올 때 역시 감사하게도 우린 뱃머리에 앉아 최고의 풍광을 또 감상할 수 있었다.

 

가슴이 턱!허니 막히는 듯한 풍광이라고 표현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