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펴내고 있는 흥미로운 심리상담가겸 작가
한 명을 알 됐다. 파리 출신의 프랑수아 를로르가 바로 그인데, 그는 우정 여행
외에도 행복 여행, 인생 여행, 사랑 여행, 시간 여행 등 여러 인생의 화두를
바탕으로 자신이 경험한 다양한 현대인들의 정신질환에 관한 보고서를 소설
형식으로 펴내고 있는 듯 보인다.
이제 막 우정 여행을 마쳤고 오늘 행복 여행 책을 빌려왔는데 벌써부터 어떤
내용의 책일지 무척 기대가 된다. 또한 알랭드 보통 이후 새롭게 불어권 작가
한 명을 알게 된 것이, 또 내가 좋아하는 류(?)의 글쓰기작가를 알게 된 게
아주 많이 기쁘다!
이 책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는 세 가지 종류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필요에 의한 우정, 여흥을 위한 우정, 선의의 우정이 그것인데, 어쩜
우정이란 무 짜르듯 딱 한가지 유형이라기보단 각각을 약간씩 합친 그런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절대적으로 이것이다!라고
확신에 찬 단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그런 건 더 가짜에 가깝지 않을까라는
게 평소 내 개인적 생각이다보니, 난 어떤 명제에 대해 너무 명쾌한 답을 내놓
는 사람들을 보면 호감보단 의심부터 앞서는 게 사실이고 말이다. 아무튼…
이 책에는 우정에 대해 심오까진 아니더라도 묵직한 질문 한 두가지 쯤은 던질
만한 단초가 꽤 많이 등장하는데, 예를 들어 <친구를 갖는다는 건 또 하나의
인생을 배우는 것이다.>라는 그라시안의 말이나 <다른 모든 것을 다 가졌다
해도, 그 누구도 친구 없이는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라는 아리스토텔레스
의 말, 그리고 주인공 꾸뻬의 관찰을 통해 작가가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잠언들은 빡빡한 일상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우리들이 친구로부터
기대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를 숙고하게 만들고 있음이 분명하다 여겨지니
말이다.
그리고 이 작가의 통찰에서 난 내가 평소 남들과 조금 다른 견해를 견지했던
이유 하나를 발견 했으니, 즉 난 만인이 손가락질하거나 잘못 혹은 죄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이에게도 대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입장을 취하곤 했는데 그건
바로 우리 인간이 겉으론 다 큰 척, 쎈 척 하지만 실은 우리모두가 어린아이
들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거다. 덧붙여 어린아이를
원망할 수 없듯 그 누구도 진심(?)으로 원망할 수 없는 것이었다는 걸 깨닫
게 된 거고.
다시 한 번 그의 말을 빌려 내 사유를 전해보자면, 우리는 애초에 스스로
선택할 기회 없이 태어나면서 받은 유전자와 어린 시절의 교육에 의해 형성된
존재들이고, 그러고 보자면 인간의 자유의지라는 것은 그리 믿을 게 못 되는
게 아닐까라는, 그러니 우리에겐 저마다 연민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라는
그런 생각이 다분히 내겐 있단 말이다. 덧붙여 토마스 아퀴나스의 관점에서
신의 모든 피조물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라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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