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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감동과 어려움, 그리고 묘한 느낌을 전해준 책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드디어 이 책을 다 읽었다. 보통 책에 비해 분량도 많고, 무엇보다 내가 가장 취약한 부분, 

과학을 이야기하고 있는 많이 어려운 책을 손에 잡기 시작한 지 어언 보름이 지난 어제 드디

 책장을 덮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글자를 읽은 게 아니고? 스스로에게 질

문을 던져보니 몹시 부끄러워진다. 글자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했고, 이해하려고 노력한 건 맞

지만 내용을 다 이해한 건 아닌데도 과연 나는 이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리고 학창 시절 이후 이토록 고통과 어려움을 가지고 책을 읽은 기억은 전무후무하다. 

자신의 미흡함과 무지, 그리고 무식함을 탓하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낸(?) 건 이런 이유에서다. 우선 이 책을 받아 들기 한 보름

전쯤, 예스24 내 블로그에 쪽지 하나가 왔었다. 출판사 북하우스에서 보낸 쪽지에는 책을 살

펴보고 만약 관심이 가 서평을 하고자 하는 그 이유를 메일로 보내주면 내부 심사 후 책을 보

내주겠다는 거였다. 워낙 책 욕심이 많은 나는 색다른(이미 다소 어려운 책이라는 걸 암시했

었다)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냉큼 서평을 하겠다고 답하면서 난 한국이 아닌 멀리 캐나다

에 사는 사람이라는 말도 덧붙였는데, 그럼에도 북하우스에서는 이미 약속을 했으니

보내주겠다는 아주 반가운 답장을 메일로 보내왔다.

 

세상 인심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점점 느끼고 있던 나는 내심 감동하면서 그 메일을

받던 날 하루 종일을 기분 좋게 보냈다는 답장을 했고 그 후 책을 받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더

욱 내가 감동하게 된 건 책이 한 권도 아닌, 두 권 집에 막상 배달되고 나서였는데, 그 이유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책 한 권을 덤으로 받은 것 외에 조그만 메모지에 북하우스마케팅팀 이

으로 보내진 앙증맞은 편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로 얼마 만에 받아보는 육필 편지인지, 또 얼마나 진심이 느껴지던지 난 가슴이 멎는 듯한

진한 감동을 맛보면서 그날 이후 몇 날 며칠을 행복 속에 보낼 수 있었다. 전혀 안면도 없는

이로부터도 이렇게 기쁨을 얻을 수 있다니~ 하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기쁨이 되고 싶단

생각이 불뚝 솟아나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호의를 베풀어주고, 내게 기쁨을 주었던 분

들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난 이 책을 열심히 읽고 리뷰를 작성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이 책

을 알리는 게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유로 보통 때 같으면 책을 읽다 포기하고, 

냥 덮어둘 수도 있었을 이 책을 나름 성심껏 읽어내게 된 것이다.

 

자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해 볼까?^^

 

제목이 의미하는 대로 이 책은 생명체의 탄생과 우주의 탄생, 그리고 우리 인간의 탄생이 신

에 의해 행해진 게 아니라는 걸 조근조근 밝히고 있다. 동시에 자연에 관한 탐구서라 칭할 정

도의 방대한 과학적 지식을 우리들에게 무려 500 페이지가 넘게 전달하고 있다. 지은이인 

브 파칼레씨는 다양한 철학자들과 자연과학자들의 이론에 덧붙여 자신의 생각들을 유머와

, 냉소로 유쾌하게 버무리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신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불편한 내용들일 게 뻔하지만 나처럼 유신론과 무신론, 거기다 불가지론까지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는 내용으로 받아들여질 듯싶다.

 

먼저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지은이가 밝힌 바에 의하면, 고대 로마의 시인이자 첱학자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를 현대적으로 다시 써 보게 된 것이 바로 이

책이 되었고, 그 밖에 많은 책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되어있다. 그래서인지 챕터마다 루

크레티우스를 흠모하며 그에게 헌정하는 내용이 넘치고 있다. 그 외에도 낙천적이면서도 인

류의 미래를 암울하게 바라보는 지은이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많고도 많은 철학, 과학, 신화,

설화와 어우러져 다양한 내용들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그가 전해주는 신화나 설화, 철학은 힘든 과학이론에 지쳐가는 내게 마치 힘든 사막을

여행하다 오아시스를 만난 듯 위로와 휴식을 전해주었는데 그러고 보면 난 절대 자연과학과

는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그나마 학창시절에 별로 좋

아하지 않던 과학책을 한 권 끝까지 다 읽어냈다는 것만으로 자긍심이 생기기도 하고, 전체

적인 맥은 짚어냈다는 걸로 작은 위안을 삼기는 하지만 역시 나는 철학이나 역사 등 인문과

학에 더 깊이 경도되는 사람이 분명하다.

 

이런 사실을 더욱 확신하게 만드는 것은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보다는 첫 장인 들어가며

서문이 내겐 더욱 인상 깊었다는 것, 그리고 그가 밝히는 이 책의 두 번째 권의 목표 인간

은 어디에서 왔는가?”에 더 깊이 관심이 간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저러나 우주는 어

에서 왔는가?” 생명은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해 이렇게 한 무더기를 써놓고도 아직

다 못 쓴 게 여전히 남아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고, 더불어 그의 탐구심에 혀를 내두를

이다.

 

또한 그가 일관되게 이 책에서 일갈하는 주제의식에 난 깊이 공감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리 인간이란 종()은 무한한 우주란 공간에서 그야말로 거대한 공룡의 발톱의 때만큼도

한 존재일 수 있다는 것, 우리가 그러한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인식한다면 우리는 무한한

손함을 유지하는 게 너무도 적절한 처사고, 우리가 존재론적으로 타 생명계보다 의미가

있다거나 특출 난 존재라는 맹신의 오류를 범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걸 거듭 밝히고 있는 게

바로 그러한 그의 사상을 대변한다.

 

그리고 여기에 그의 후기작에 대한 내 추측을 조금 덧붙여보자면, 아마도 그는 모순덩어리인

우리 인간의 시작은 아주 미미하고, 보잘것없으니 그런 우리 자신의 주제를 파악해 세상과

만물을 지배하려는 말도 안 되는 야욕을 접고 세상과 조화롭게,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세상

에 의지해 생명의 아름다움을 시적으로 승화해보자!는 걸로 자신의 낙천적이면서도 시

적인 감성을 드러내게 될 것 같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참고로, 지은이인 이브 파칼레씨는 프랑스의 탱가브 마을에서 태어나 소르본 대학에서 철학

을 공부하던 중 68혁명에 가담하여 격동의 세월을 보내다가 칼립소 호를 타고 바다를 항해

하기도 했고, 이후 프랑스 유수의 잡지에 다양한 글을 기고하고 많은 책을 펴냈으며, 현재는

생태주의자, 자연학자, 식물학자, 철학자, 환경보호 운동가, 자유기고가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지내고 있다고 한다. 1945년 생으로 그리 젊은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끊임없는 탐구 정신과 도전의식, 그리고 그의 특별한 열정과 빛나는 유머에 경의를

표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