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레스토랑에서'는 음식에 관해, 또 사람에 관해, 거기에 역사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들로 가득한 책이다. 일종의 종합선물셋과 같은 책이라고나 할까?
그의 책을 읽다보면 한동안 TV에서 한참 주가 높았던 한 프로그램이 떠오른다.
"알쓸신잡"(알아도 쓸모 없는 신기한 잡학사전)이라는 프로!
그 프로그램이 주는 미덕은 너무 거창한 담론이나 해박하고 아주 심오한 지식이라기보다
그냥 알고 있으면 어디 가서 크게 꿀리진(?) 않을 것 같은, 그러면서도 살아가면서 한 번 쯤은 흥미를 느낄만한 가치가 있는 그런 지식들을 편안하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인데
바로 이 책이 그런 책이라고 감히 단언하고 싶다.
이 책에는 우리가 도무지 음식과 연관 지을 수 없는 시대의 사상가 혹은 작가들이 레스토랑이란 공간에 등장해 우릴 놀래키는데, 예를 들어 '1984'라는 책으로 미래의 디스토피아 사회상을 우리에게 일깨워준 조지 오웰이 실은 에릭 블레어라는 주방보조였다는 사실, 그리고 히틀러와 그의 나치정권 선전을 담당했던 요제프 괴벨스의 레스토랑에서의 만남 외에도 장 폴 샤르트르의 파리 음식점에 대한 언급, 유명화가였던 에드워드 호퍼의 레스토랑 그림 등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풍부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 밖에도 여성으로 직접 현장 취재에 뛰어들었던 프랜시스 도너번을 비롯해 프랑스 출신 유명 쉐프인 자크 페펭에 대한 이야기 등 레스토랑 관련 범세계적 이야기들이 실제적인 음식 이야기, 즉 다큐멘터리와 사회적인 시점, 즉 문화 연구 사이에서 활발하게 조합, 얘기되고 있다.
다만 굳이 이 책에 대한 트집을 잡자면 나처럼 여기저기 이것저것 가볍진 않되 얕은 지식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흥미로울만한 편집이 어쩌면 진지함을 추구하는 누군가에겐 일사분란하지 못하고 방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단 우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 이야기에서 갑자기 저 이야기로 점프하는 걸 견디지 못하는 누군가에겐 끝까지 읽어내기 어려운 요소로 작용할 듯해 보여서 말이다.
그럼에도<레스토랑에서> 좋은 사람들과 식사를 하며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찾는 이에겐 분명 반가운 책이란 걸 밝히고 싶다. 역사 이야기와 미학, 그리고 사람들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없이 반가운 책이라는 것 역시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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