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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야기

사적인 내 경험에 비춘 한국 내 집단이기주의 현주소

내 어머니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인해 척추가 마비되셨고, 그 사고로 많은 걸 잃으셨다고 난 믿는다.

대학을 앞두고 벌어진 사고로 대학 진학을 하시지 못하셨고, 자신감 넘치던 성향도 어느 정도 위축돼 알게 모르게 열등감을 갖게 되신 것도 사실일 듯싶다.

그런 몸으로 나와 내 여동생을 낳으셨고, 비록 몸은 장애가 있을지언정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다른 이들보다 더욱 열정적으로 삶을 개척해 왔다고 난 역시 믿고 있다.

 

오늘 내가 내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사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연로해지시면서 해외에 살고 있는 나는 걱정이 많아졌고, 그래서 몇 년 전부터 한국을 방문할 때면 두 분께서 지내실만한 곳을 마련하기 위해 어머니를 모시고 여러 시설들을 둘러봤던 내 경험을 말하고자 함이다.

대개는 실버타운이었는데, 몇 곳을 돌아본 결과 일반적인 실버타운은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한 이들'이라는 단서가 붙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오직 한 곳, 안성 미리내에 있는 '미리내 실버타운'만은 천주교 재단인 만큼 어떠한 차별 없이 60세가 넘은 모든 분들에게 문이 열려 있었다.

이쯤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실버타운에서 이런 단서를 정한 이유가 뭘까라는 점이다.

몸이 불편하신 분이 계시면 당연히 그들을 수발 들 인원이 더 필요할 것이고, 그건 바로 실버타운의 지출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좀 더 머리를 써 방법을 찾고자 한다면 다른 건 몰라도 신체가 불편하신 분들을 모시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라는 게 나의 생각이었다.

예를 들어 휠체어 사용자나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들어 놓는다면(한 두 개 층 정도?) 그분들은 그곳에서 식사를 하시고 타 입주자들의 활동이 뜸한(주로 식사 시간에 엘리베이터 사용이 빈번하므로) 시간에는 그분들도 타인에게 민폐를 끼친다는 심적인 부담 없이 자유롭게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어머니처럼 워커나 휠체어를 사용하는 신체적 장애를 갖은 분들의 입소를 거절하는 실버타운 담당자들의 항변은 다 하나같았다. 기존의 입주자들이 불편해한다는 그 말이다.

 

심각한 치매나 완전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실버타운에서 생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건 나 역시 인정한다. 그분들은 특별한 케어가 필요하신 분들이라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아니면 요즘 새롭게 등장한 케어실버타운 같은 곳을 선택하시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내 어머니처럼 단지 자유롭게 걷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실버타운을 선택할 수 없다는 건 명백한 차별로 여겨진다.

 

며칠 전 유튜브에서 실버타운 관련한 한 유투버가 내가 쓴 댓글에 답글을 남긴 걸 보고 난 기함 했다.

 

새롭게 시행될 예정인 실버타운 정책(내년부터 몸이 불편하신 분들도 실버타운 입소가 가능하다는)에 다소 공격적인 그의 발언을 듣고 난 이렇게 썼다.

"실버타운에 사시는 분들 젊은 분들 들어오길 원한다고 하셨는데 그건 실버타운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실버타운은 여자분들은 나이 들어 이젠 좀 가사에서 해방된 삶을 살고 싶다는, 홀로 계신 남자분들은 식생활 걱정을 놓으려고, 부부인 경우에는 식사 준비에서 벗어나 각자 취미생활하고 싶은 그런 분들이 선택하는 게 대부분이죠. 요즘 우리나라 아이들끼리도 왕따 문제가 심각한데, 어느 정도 나이 들어 각자 편하게 생활하고 싶은 어른들까지 XX님이 언급한 그대로 '왕따'를 시킨다는 게 말이 되나요?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어른들이 말입니다. 치매 같은 경우는 인지장애 문제이므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고, 휠체어를 타시는 분들도 실버타운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건 명백한 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휠체어 타시는 분들을 위해 한 층을 제공하고 거기에 식사할 장소를 마련하면 문제가 해결될 텐데 쉽게만, 끼리끼리만 가겠다는 거 아닙니까? 신체 정상인 사람들만 들어오라는 건 세계 어디 실버타운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그러는 거 같거든요. 이 역시 집단 이기주의지요! 그러니 자라나는 아이들이 뭘 배우겠는지요?"

 

내 댓글에 그가 이렇게 답변했다.

"우리나라 실버타운 30여 개 0.01% 도 들어가지 못하는 곳입니다. 일단 1%정도는 들어가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몸이 불편히신 분들이 실버타운에 들어가게 하면 모든 실버타운은 차차 요양원이 됩니다. 현재 0 .01%도 못들어가는 곳이 더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다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대통령은 실버타운을 활성화하겠다는데 참모들이 반대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법개정되면 돌이킬수 없습니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상관없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노인들을 위한 유투버임을 자부하는 그 역시 다각적인 노력은 외면한 채 무조건적으로 실버타운은 정상인들이 독점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기 때문이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집단이기주의를 당연시하는 듯하다.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끼리끼리 풍조가 판을 친다.

사회의 어른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장년, 노년층까지 '함께'라는 미덕은 멀리한 채 그저 편리함에 길들여진 모습을 보는 건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왜 대한민국만 선진국들이 가고 있는 길을 역행하는 듯한 집단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지 모두 고민해봐야 할 듯싶다.

종교로, 외모로, 출신지역으로, 출신학교로 등등 우리는 너무 편을 가르고 다름과 틀림을 왜곡하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이 숙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과 딱맞아 떨어지는 얼마 전에 들었던 내가 좋아하는 노래 'He ain't heavy he's my brother'의 가사를 옮겨본다.

<그 길은 꽤 구불구불 돌아가야 하는 먼 길입니다.

언제일지 어디로 가야 하는건지를 알고 있는 누군가가 우리를 이끌어줄 거예요

그리고 나는 강해요, 그를 돌보며 갈 수 있을 만큼 강하거든요.

그는 무겁지 않아요, 내 동생이니까요

 

우리는 계속해서 갑니다. 그의 안녕이 내 관심사에요.

그는 견뎌낼 수 없는 짐 같은 존재가 아니에요

그는 내게 거추장스럽지 않아요, 내 형제니까요.

 

만약에 내가 조금이라도 어려울 일이 있다면

슬픔으로 가득찰 형제입니다.

그 모두의 마음이 서로 사랑의 기쁨으로 채워지지 않았을 뿐....

 

멀고  먼 길,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부터

그곳으로 가고 있는 동안

왜 나누어 갈 수 없는지.....

하지만 그 길은 잠시라도 나를 주저 않게 하진 않을 겁니다.

그는 무겁지 않아요 내 형제니까요

그는 내 형제, 그는 버겁지 않아요 그는 내 동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