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편과의 태국여행에서 두 번째로 가격 높은 호텔인 치앙라이 '리비에르호텔'의 아침은 미세한 물기를 머금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눈을 떠 커텐을 젖혔을 때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갈색의 강물과 어우러져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광경에 꽤 만족한 우리는 짧은 일정이나마 여기 와 보기 잘했다는 안도의 미소를 서로에게 지어보였고, 흡족한 마음으로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조식 또한 웬만했고, 우리는 이른 체크아웃 후 짐을 맡기고 곧장 택시로 백색사원 '왓 롱쿤'으로 향했는데 비가 오고 이른 시간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입구를 메우고 있었다.
사람들 행렬에 휩쓸린 우린 눈부신 하얀빛을 내뿜는 사원, 그리고 순결한 하얀사원 앞에 턱허니 버티고 있는 지옥의 괴물들과 중생들의 아우성을 형상화한 조각들이 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걸 보며 생각없이 떠밀려 갔던 거 같다.
솔직히 많은 인파가 아니라면 더 사색하며 이곳을 즐겼을 거 같다. 지금 와 생각해보니.
하지만 당시엔 많은 사람들 틈에서 어떻게든 빠져나가야겠단 생각이 더 컸던 거 같다. 별 생각없이 앞으로만 전진했던 걸 보면.
그런데 왜 그랬던 걸까? 많이 바쁘지도 않았으면서. 돌이켜보니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게 기대하며 가 보고 싶었던 곳을 한낱 관광객의 눈으로만 돌아보고 온 게 몹시 후회된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땐 필시 제대로 된(?) 감상을 꼭 하고야 말리라~ 결심해본다.
백색사원의 훤한 모습 외 그곳에는 의외의 장소가 두 군데 더 있었는데, 기괴한 모습의 석조물 위에 홀연히 앉아있는 부처의 모습이 하나라면, 황금으로 꾸며진 화장실이 또 다른 하나였다.
왜 부처는 기괴한 형상들 사이에서 현현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걸까?
그리고 누구를 위해 황금빛 화려한 화장실을 그곳에 만들어 놓은 걸까?
이런 의문이 내 머릿 속을 헤집고 다니다 보니 '그런데 왜 이곳엔 그 흔한 안내글 하나 없는 거지?'란 의문이 또 문득 일어
났다. 표를 샀던 남편이 안 챙긴 건가 아님 안내책자 자체가 없는 건가 워낙 깜박 잘하고 나 또한 살펴보지 않아 지금까지도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사람들에 치여 대충 건성으로 구경을 마친 우리는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번 치앙라이 여행은 짧은 일정으로 인
해 이래저래 후회뿐인가 하던 찰나,
눈 앞에 보이는 코코넛아이스크림을 맛봤는데 그 맛이 오호~ 지금까지 태국 여행 중 최고였던 거 같기도 하고, 또 그렇다면 음식은?하고 간단히 요기할 요량으로 주문한 쏨땀과 국수 역시 맛이 훌륭해 난 쿡에게 "아로이 찡찡"을 여러번 외쳐댔다는 거 아니겠는가?
치앙마이에서처럼 치앙라이에서도 저렴할수록 맛이 더 훌륭하다는 가격반비례의 법칙을 확인했던 순간이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그곳에서 치앙라이 버스터미널까지 택시를 타고 갔는데, 중간에 호텔로 돌아가 짐을 찾지 않았던 이유는 남편이 짐을 들고 다니기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난 버스터미널에 분명 짐을 맡길 수 있는 곳이 있을 거라 추측했지만 확실한 거 외 모험을 즐기지 않는 귀차니즘의 대가인 남편의 뜻을 거스리고 싶지 않아 돈이 들더라도 평화를 선택한 셈이었다.
대신 나 또한 얼굴 붉히는 남편 얼굴 보지 않고 홀가분하게 다닐 수 있다는 메릿이 있으니 이 또한 여행이 주는 여유라고 생각하기로 일찌감치 맘 먹었고, 그래서 그 결과 훌륭한 커피에 환장하는 남편 따라 맛 좋은 커피 집도 기분 좋게 들를 수 있었다는 거!
버스터미널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한 그곳은 아주 작은 공간이었지만 커피맛은 아주 훌륭했고, 전문가적 바리스타 냄새가 폴폴나는 남녀가 꾸리는 아기자기함 그 자체였다.
기분 좋게 커피를 마시고 그곳을 벗어나 이번엔 시간도 떼울 겸 또 풋마사지를 받기로 했는데, 남편은 이번에도 싫단다. 그래서 나 혼자 마사지를 받았는데, 날 담당한 마사지사는 호리호리하고 참한 분위기의 트렌스젠더분이었다.
예쁘게 화장하고 다소곳한 표정과 몸짓으로, 하지만 짚을 덴 또 확실히 짚어 마사지 해주는데 왜 처연한 느낌이 드는 걸까?
나만의 착각일 수 있으리라~ 하지만 내 맘은 그랬다.
해서 그들의 삶은 우리네 삶과 뭐가 닮았고, 뭐가 다를까, 뭐 이런 생각에 빠져들며 마사지를 받은 거 같다.
그러고보면 치앙라이가 내게 준 것도 아주 많은 거 같다. 다양한 생각거리를 선사했고, 훌륭한 맛의 음식하며 커피맛, 그리고 호텔에서 체크아웃할 때 챙겨놓은 기가 막힌 맛의 흑임자아몬드케익까지~
호텔로 돌아가 짐을 찾아 다시 또 택시를 타고 우린 드디어 치앙마이로 떠나는 버스를 탈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리고 살짝 배가 고파 가까운 곳에서 급히(?) 점심을 부랴부랴 먹고 여유롭게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어두움을 뚫고 달리는 버스 안에서 비몽사몽하며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눈을 뜨니 어느새 치앙마이!
와, 우리의 치앙마이다!를 속으로 외치며 내린 우리는 택시를 타고 치앙마이에서의 마지막 숙소에 도착했다.
공항과 가까운 도심 속 자연 같은 그곳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내일 맛있는 조식을 먹고 호캉스를 즐기다 돌아가기로 작정
하고 예약을 했는데 룸에 올라가니 레지던스 스타일의 룸과 웰컴드링크와 간식까지 구비되어 있어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몇 달 전부터 공을 들여 꼼꼼히 살핀 보람이 있구나~를 남편의 표정을 통해 깨닫고 으쓱해진 나! 충분히 그럴 자격 있지?를 속으로 외치며 뜨거운 샤워에 몸을 맡겼고, 그렇게 치앙마이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갔다.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콕 첫 여행 마지막 이야기 '수코타이호텔 조식과 호캉스' (0) | 2019.11.25 |
---|---|
방콕 첫 여행이야기3 '치앙마이, 방콕 호캉스와 수코타이호텔 셀라돈 식당' (0) | 2019.11.21 |
치앙라이 여행이야기1 '낯섦 때문이었을까?' (0) | 2019.11.18 |
마카오 여행이 남긴 것 (0) | 2019.11.15 |
치앙마이 첫 여행 이야기2 '왓프라싱, 스파체험과 놀라운 음식들!' (0) | 2019.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