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조심스러워
여태껏 내 의견을 말해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이에 대한 이야길
좀 해볼까 한다.
일단, 물리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열세하니 강제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확률이 높다는 것에 많이 수긍한다.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 면에서도
오랫동안 여자는 남자들의 들러리
정도의 역할을 해 왔기에 남자들이
여자들을 성적인 대상으로 여긴다
는 것에 굳이 반대 의견을 내고 싶
지 않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내 경우만
봐도 지금까지 살면서 수 없이 성
희롱과 성추행에 시달려 온 게 사
실이다.
어린 시절 친척에게 희롱당한 것부
터 초등학교 시절 교사들에게도 여
러 번 당했고,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대학에서도 당했다.
학교를 졸업하고는 직장 상사에게
어이없는 성희롱을 당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고, 일상에서 만난
남자들은 거의 여자인 나를 성적
인 대상으로 여긴 듯 보였다.
그 중 인상적으로 예외였던 분은
조선호텔에 근무하셨던 분이었는데
연세가 내 삼촌, 아버지뻘 되셨던
그분은 직장 일로 날 만난 후 나를
잘 보셨는지 내게 다른 직장 일터
도 주선해주신 고마운 분이시다.
그리고 대학 졸업쯤 단체 소개팅
으로 만나게 된 어떤 분은 나와
데이트를 몇 번하면서도 손 한 번
잡지 않았던 매너남이셨다.
기억을 떠올리다보니 대학 때 잠
깐 만났던 남친도 참 순박하고 정
중한 아이였다. 날 좋아했음에도
절대 성적으로는 접근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된다.
그 외는 거의 예외없이 여자인 내
게 추파와 희롱을 던졌다.
특히 내게 영어회화 개인교습을
받았던 한 남자는 아버지뻘 되는
사람이었는데, 자기 일터인 치과
에서 본격적으로 내게 성희롱, 성
폭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나와 어느 정도 거리는 지
켰지만 내 직장상사였던 한 분도
자신의 사적인 이야길 하면서 아
무 거리낌없이 성적인 이야길 꺼
냈다. 그 분은 의도했다기보다 그
런 행동이 전혀 법적으로나 도덕
적으로 저촉이 되는 행위가 아니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렇게 과거를 떠올리다보니 참
많은 남자들이 내게 알게 모르게
불쾌감과 상처를 준 게 사실이다.
상대의 속을 떠보기 위해 슬쩍
미끼를 던지는 행위가 얼마나 상
대를 불쾌하게 하는지 그런 것엔
관심도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주변에서 주워들은 다른
남자들의 무용담(?)이 별 죄의식
없이 그들에게 전이된 것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 본다.
아무튼 그들 대부분에겐 상대가
동의하지 않거나 불쾌한 표정을
할 경우 즉시 그런 대화나 제스처
를 멈추고 사과를 해야 한다는 기
본적인 상식이 존재하지 않았던 거
같다.
일부는 상식은 있으나, 그걸 통제
할 의지 혹은 힘이 없었던 것일
수도.
하지만 이런 그들의 행동을 과연
그들만의 탓이라 할 수 있을까란
의문도 남아있긴 하다.
과연 여자들은 그들의 그런 시선이
나 행위에서 반대급부를 얻을 생각
이 없었을까 라는 생각이 날 괴롭
힌다.
나 역시 한때 남자들이 예쁘게 봐
주는 걸 많이 즐겼던 거 같기에 약
간의 죄의식을 간직하고 있으니.
그럼에도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상대가 여자든 남자든 누군가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걸 싫어하거나
거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자신의 그런 의지완 별개로
상대가 자신을 성적인 대상으로 삼
을 시엔 단호하게 불쾌감을 밝히고
즉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예를 들
어 그 자리를 벗어난다거나 누군가
에게 도움을 청한다거나 하는 방법
으로.
만약 사정상 당장의 조치가 어렵다
면 차후에라도 반드시 조치를 취해
그가 한 행동이 틀렸다라는 걸 인
지시켜야 한다.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럴
수 있는 기회를 미리 차단하는 것
이다. 만약 전혀 그런 낌새를 채지
못한 경우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제 세상이 변해 상황이 역전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역시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상대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상대를 성적으로 불쾌하게 만드는
모든 행위는 범죄가 맞다.
설혹 그게 분위기 탓이었든, 오해
에서 비롯된 착각이었든, 아니면
막말로 술 탓이었든 뭐가 됐든 상
대를 불쾌하게 만든 게 있다면
사과하고,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닐
경우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책임
지는 행위, 바로 그게 자유민주
국가에서 한 개인이 지켜내야 할
기본 소양임을 인지하고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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