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기항지 팔마 데 마요르카도 그렇고, 다음 날 도착한 스페인 남동부의 항구도시 카르타헤나 역시 수많은 요트와 상선이 항구에 깔려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오래전 프랑스 마르세이유 이래 이렇게 많은 요트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듯싶을 정도로 말이다!
아침에 눈을 떠 맑은 날을 확인하곤 난 남편에게 이렇게 외쳤다.
"거봐! 내 말이 맞지? 우린 늘 함께 러키 하다니까! 날씨 좀 봐봐!"
찬란하다 못해 우주의 기운이 정말 이곳을 향해 은총을 집중 투하한 듯 하늘색 하며, 기온 하며 모든 게 너무도 완벽해 보였다.
가볍게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가벼운 차림으로 하선해 시내 중심가를 향했다. 카르타헤나 항구는 워낙 수심이 깊어 항구와 다운타운이 마치 엎어지면 코 닿을 만큼 거리였다.
게다가 영화 세트장처럼 화사한 색감과 대리석 바닥으로 쫙 깔린 다운타운은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그중 가장 초입에서 관광객들을 맞는 건 바로 시의회 건물 '콘시스토리얼 팔라치오'.
우린 살짝 들뜬 마음으로 여기저기를 둘러보기 시작했고, 우리가 가려고 하는 박물관 입장이 9시라 조금 더 기다리는 김에 안쪽으로 조금 더 걸어 들어가 보기로 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관광객들이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했고, 견학 나온 아이들까지 타운은 화사함으로 더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는 통합권(1인당 13유로로 로마극장 뮤지엄, 로마 포럼 뮤지엄, 라 콘셉씨옹 성, 파노라믹 리프트 이렇게 4곳을 방문할 수 있는)을 끊어 박물관으로 향했다.
기원전 220년 경에 세워진 도시답게 이곳은 이베리아인, 그리스인, 로마인들의 흔적이 곳곳에 보관돼 있었는데, 그중 로마인들의 흔적이 가장 강력하게 남아 있는 듯 보였던 건 나만일까?
좁은 길을 따라 여기저기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고, 탁 트인 전망대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시내를 조망했던 것도 좋은 기억이지만 그중 남편과 나를 더 기분 좋게 만든 건 따로 있었다.
바로 귀차니즘으로 크루즈 선사에서 주최하는 선택관광을 하고 있는 이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 부부는 적어도 삼백 달러 이상의 돈이 굳었다는 그 사실 말이다! ㅋ
우리가 찾는 그곳에는 어김없이 같은 셀레브리티에서 나온 단체관광객들의 가슴에 선명히 붙어 있는 선택관광 번호가 우리 눈을 사로잡았으니 당연한 우쭐함이었다.
라 콘셉씨옹 성 구경을 마치고 다시 올드타운으로 나온 우리는 화사한 색감의 여러 건축물과 상가들을 구경하다 좋은 향에 이끌리어 가게 안으로 들어가게 됐는데, 그곳은 바로 유명 수제 디저트점이었다.
테이스트용 디저트를 맛본 나는 달달함에 굴복해 선물용 누가(Nougat)를 구입했고, 잠시 후엔 내년 한국을 방문할 때 부모님 가져다 드릴 견과류에까지 돈을 지불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밖으로 나와 또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우린 마지막으로 로마 포럼 뮤지엄으로 향했다.
로마가 건설했던 목욕탕 시설을 비롯해 다양한 시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그곳엔 우리 외엔 아무도 없었다.
어쩌면 그곳까지 가서 로마의 흔적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그날 우리가 그런 이들을 마주치지 못한 것일까? 여전히 그 질문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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