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의 셀레브리티 엣지호는 드디어 아틀란틱 오우션, 즉 대서양으로 접어들었다.
하루하루 날짜변경선을 지나 시차가 바뀌었고, 날씨는 흐렸다 개었다를 계속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여정 역시 지난번 크루즈 때처럼 기항지에서의 날씨는 기가 막히게 좋았다.
해서 우린 행운이라고 느끼며 기항지 구경을 즐겼었고, 선상에서는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대체적으로 하루의 일과는 이러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잠시 쉬다 수영장 근처로 가 선베드에서 책을 읽거나 다운로드한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하거나 혹은 음악 감상, 가끔 심심해지면 수영장 안으로 들어가 몸을 적시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물론 가끔 폰 게임이나 배에서 나눠주는 수도쿠, 크로스 퍼즐도 즐겼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잠시 조깅트랙을 걷다 또 선베드에서 뒹굴뒹굴하다 보면 어느새 어스름이 밀려왔다.
이상하게도 선상에서의 시간과 원래의 시간엔 차이가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오후 4시만 되면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샤워를 마치고 디너에 어울리는 의상을 차려입고 저녁식사를 하고 쇼를 감상하고 배 안을 조금 배회하다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는 일정이 계속됐다.
이건 별로 사교적이지 않은, 아니 굳이 사교적이고 싶지 않은 우리 부부의 일상이었고, 우린 이게 편했지만 배 안의 다른 이들은 알코올 섭취에, 사교 활동에 무척이나 열심인 듯 보였다.
매일 배달되는 선상 레터에는 다음 날의 일정이 있는데, 게임도 많고 댄스 클래스, 요가 클래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등 다양한 액티비티도 꽤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저 날이면 날마다 불만 없이 밥 먹고, 조깅트랙 걷고, 쉬고, 멍 때리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고, 그냥 별생각 없이 쉬었다(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내 맘 속은 여전히 복잡했고!).
사실 리포지셔닝 크루징은 바다 항해 날이 많아 조금 지루할 수도 있겠단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또한 그 나름대로 휴식의 시간이 될 것이라 기대했고, 우리로써는 꽤 괜찮았다.
어찌 보면 이렇게 제대로(?) 쉴 수 있는 기회가 흔한 건 절대 아니므로 남편이나 나나 온전히 즐겼다고 생각한다.
단 하나 내 맘을 흔들어대던 그 일만 없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어쩌겠는가?
인생사,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닌 것을!
그렇게 난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순간에 집중하려고 사력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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