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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다시 온 바르셀로나 첫날 2

공원에는 캐나다 구스와는 조금 다른 종류의 거위들도 보였다!

 

이것저것 볼 것은 많은데 잠을 못 자 약간 어리버리한 상태에서 대충 구경을 하다 결국 우린 도심 속 공원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그곳은 '시우타델라 공원'으로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곳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초록향연에 호수까지, 그곳에서 배를 타는 사람들이 보였고, 옆에선 가히 '나는 가수다!'에 출연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노래 실력을 보이는 길거리 가수의 공연까지 모든 게 완벽해 보였다.

힘겨운 현지인에게도 완전한 피신처겠지만 무엇보다 우리처럼 피곤에 절어 있는 여행객에게도 훌륭한 안식처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는 걸 잠시 후 몸소 체험하게 되었는데...

 

 

그 얘긴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그곳을 지나 광장 비스름한 곳으로 가 보니 멋진 조각으로 장식된 화사한 전체 외관이 눈에 들어오기 전 제일 꼭대기에 있는 네 마리의 황금말과 황금으로 된 여신이 공원의 화룡점정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거대하면서도 고급스럽고 산뜻한 분위기도 좋았지만 물 색깔이 그야말로 에머럴드 빛이 아닌가?

이건 마치 누가 물감을 풀어놓은 듯 비현실적이라 한참을 들여다봤다.

 

날씨도 화창 그 자체라 더욱 화사하게 보였던 이유가 되겠지만 주변에 모여든 비둘기와 사람들이 묘하게 공존하면서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운 화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더위와 피곤함을 동시에 느낀 남편과 나는 벤치에 자리 잡았고, 평소엔 그럴 용기가 전혀 없지만 그날만큼은 너무 피곤하기도 했고, 날 알아볼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일탈을 했으니 그건 바로 남편의 다리를 베개 삼아 벤치 위에 누워버렸다는 것이 되겠다.

눕기만 한 게 아니라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잠깐 눈까지 붙이고 말았는데, 눈을 뜨고 일어나니 왜 그렇게 몸이 가볍게 느껴지던지 말이다.

남편에게도 내가 한 그대로 해 볼 걸 제안하니 남편 역시 서슴지 않고 내 무릎 위에 드러누웠는데 남편은 허리를 게 돼 편하긴 했지만 눈은 붙일 수 없었는지 한 10분 정도 누웠다 일어났다.

그렇게 그곳에서 완벽한 휴식을 취한 뒤 우린 자리에서 일어나 또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도착한 곳이 바로 대성당(La Catedral) 뒤편이었는데 대성당에 도착하기 전 그곳에 있는 젤라토 맛집을 우연히 찾아내 젤라토를 맛보게 됐다.

그곳의 젤라토는 그전까지 최고로 쳤던 이탤리의 젤라토 빰을 때릴 만큼 맛이 훌륭했다는 뒷담화를 전한다.

 

개선문은 그냥 멀리서 구경만 했다.
유럽 중에서도 특히 스페인은 좁은 골목이 참 예쁜 거 같다!
대성당 뒤편에 있는 콘도가 참 멋들어져 보였다!
우린 피스타치오, 헤이즐넛, 라임 이렇게 세 가지 맛으로 정했다.

 

디저트까지 먹었으니 본격적으로 대성당을 방문해 전망대까지 올라갈까 했지만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스킵하기로 남편과 뜻을 같이 하곤 우린 곧 그곳을 벗어났다.

 

결국 우린 잠을 못 자 정신이 여전히 몽롱한 탓에 저녁 먹는 것도 건너뛰고 다시 보케리아 시장 근처 디저트 집에서 커피와 디저트로 저녁을 대신했다.

 

그렇게 짧은 첫날을 마치고 일찍 호텔로 돌아와 체크인 후 씻고 침대에 누우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침대도 킹사이즈에 편하고, 암막커튼에, 화장실과 샤워실도 분리돼 있어 모든 게 다 우리를 위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거였다.

게다가 3박에 캐나다 달러로 600달러 정도 하니 가격도 훌륭한데, 조식까지 포함돼 있는 4성급 호텔(Hotel Barceló Sants)에 바로 기차역이 붙어 있고, 지하철도 관광객에게 최적화된 노선인 L3와 L5선까지 다 갖춘 가성비 최고, 위치 최고 호텔임이 분명해 보였다.

 

암튼 침대에 누운 우리는 애써 잠을 참다 10시도 되기 전 눈이 절로 감겼다.

그 후 난 남편 코 고는 소리에 한 시간 남짓 눈을 붙인 후 눈을 뜨게 됐는데, 여전히 남편은 꿈나라를 헤매더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바르셀로나 첫날 얘기를 이쯤에서 마무리해야겠다.

내일은 분명 내일의 태양이 뜰 때니 역시 잘 보내기를 맘속으로 기도하며 잠자리에서 눈을 말똥말똥 렀다는 사족을 덧붙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