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하게도 적당히(?ㅎ) 게으른 남편과 나는 늘 말로만 '캠핑'을 읊조려왔다.
그날 다미안과 함께, 아니 어찌보면 다미안 처음으로 캐나다에서의 첫 캠핑을 즐기기 전까지는 말이다.
보통 캐나다의 국립공원 혹은 주립공원은 워낙 인기가 높아 적어도 6개월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는데 역시 게으름 핀 남편 덕분(?)에 남편 생일 바로 다음날, 그것도 겨우 1박을 예약할 수 있었던 덕에 우린 첫 캠핑을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남편 생일날은 여유롭게 집에서 바베큐를 즐기고, 다음날 남은 바베큐용 고기까지 쿨러에 고이 모셔 우리 셋은 캠핑장으로 향했다.
보통 캠핑장이 오후 5시부터 체크인된다고 해서 오카 비치(Oka Beach)에서 일단 다미안은 물놀이를 시작했는데, 그날은 나 또한 물 속에 몸을 담가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주로는 비치 앞에까지 의자를 가져가 호수를 감상하며, 오가는 사람들도 구경하면서 그렇게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다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여행의 즐거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를 여실히 느꼈던 하루였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자면,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비치가 있고,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이 있고, 근처에 조그만 산이, 그리고 편리한 시설이 완비된 캠핑장까지~ 아니 어찌 그것뿐이겠는가! 더 가까이엔 문명의 이기인 깨끗한 화장실에, 아이스크림과 자잘한 것들을 살 수 있는 가게에, 커피샵에, 자전거 대여점까지~
그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준비해간 김밥에 홈메이드 머핀에 과일에 갖가지 주전부리에 배까지 불러가며 가는 시간이 아쉽다 여기며 즐기고 또 즐겼다!
드디어 걸어 5분인 캠핑장에 도착!(물론 걸어간 건 아니고 차 타고 갔지만) 우리의 하루 보금자리를 먼저 눈으로 스캔하고 짐들 나르기 시작. 가져간 쿨러 두개에 침낭에 이런저런 것들까지 일사분란하게 다미안의 도움을 받아가며 안전하게 제자리에 옮기고 나서, 남편은 다미안 소원이었던 마쉬멜로 굽기 위해 장작불부터 지피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캠핑장 도착하기 전에 장작 사기 위해 또 근처 가게에 잠시 들렀다 왔다는 이야기를 빼먹었다. 난 차에서 기다렸고, 다미안이 남편을 도와 장작 한꾸러미를 들고 힘 좀 썼지!~ ㅎ
드디어 마쉬멜로가 익어갔고 다미안은 맛있게 냠냠하며 우리에게도 권하는데, 너무 단 맛이 강한지라 그저 먹는 척만 할 뿐! 그러다 불이 어느정도 잦아들 쯤 난 준비해간 고구마를 알루미늄 호일에 싸서 불에 던지고 익기를 기다렸다. 무한한 인내심을 가지고서. 그리고 마침내 고구마가 먹기 좋게 익었을 때 결과물에 흡족하며 맛있게 시식할 수 있었다.
저녁식사는 이미 비치에서 끝낸 터라 스킵하고 우린 대신 주변을 탐색하기로 하곤 우선 사람들 몰리기 전 샤워부터 하고 긴 팔 옷으로 갈아입고 우리집(?)을 나섰다.
아직 어둠이 가라앉기도 전인데 어쩐지 우리 다미안은 캠핑장 관련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듯 무섭단다! 그래서 조금 걷다 곧바로 안락한 처소로 돌아왔다.
그후 가져간 새로운 퍼즐 만들기에 빠져버린 다미안. 남편을 부르며 같이 만들자고 청한다. 둘이 그렇게 퍼즐 만드는 사이 난 이런저런 캠핑 관련 책자를 뒤적뒤적하며 알찬 내일을 설계했다.
드디어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었다. 원래는 다미안이 혼자 이층에서 자겠다고 하더니 어느새 맘이 바뀌어 날 또 부른다. 그래서 위로 올라가 함께 잠을 청해 보는데 다미안이 침낭을 미리 펴 놔 내 침낭은 이불로 사용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날
대참사(?)를 전혀 예측하지 못 한 채 말이다.
다음날 아침, 아니 더 정확하게는 이른 새벽 뭔가 따끔한 게 느껴져 손바닥으로 딱 치곤 그때부터 잠을 못 이루다 겨우 눈을 붙인 거 같은데 눈을 떠 보니 어느 새 아침이 되어 있었다.
평소 나보다 일찍 일어나는 다미안이 평소와 다르게 여전히 자고 있는 중 아침 공기를 마시기 위해 먼저 일어난 나는 내 다리와 손에 벌어진 참상을 드디어 보고야 말았다! 그것도 겨우 시작에 불과했지만.
옆에 있다 내 몰골을 목격한 남편 왈 "난 발 침낭 안에 꼭 넣고 잤는데! 안 그랬어?"
얄밉다 얄미워 정말!! 미리 말해주면 어디 덧나나?
캠핑 경험이 거의 전무한 미개인의 비참한 결과를 바라보며 난 애꿎은 남편을 원망했다.
그럼에도 상쾌한 아침을 반기며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숲에서의 시간을 즐기는 중 드디어 다미안이 일어났고, 또 마쉬멜로 타령을! ㅎ
평소라면 아침부터 단 걸! 하면서 말렸겠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못 이기는 척 마쉬멜로 굽기를 시작했다. 말인즉슨, 다시 장작불을 지폈다는 얘기다!
그렇게 다미안은 마쉬멜로 먹고 준비해간 시리얼 먹고, 우린 머핀에 커피를 마시고 나서 아침 산책을 위해 집을 나섰다.
새소리 들리는 고요한 숲을 거닐고 거닐어 드디어 공공센터에 도착.
가게에 들러 다미안 티셔츠도 하나 사고, 주전부리도 사고, 여기저기 구경하다, 다미안은 그림도 그리다, 캠핑장으로 돌아와 나는 설거지 하고, 남편은 정리하고, 짐을 챙겨 다시 비치로 가서 한참을 놀았다.
비치에 도착해 얼마 동안은 아주 좋았다. 그런데 두 가지 문제가 우릴 괴롭혔으니...
첫 번째 일은 우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퀘벡쿠아 가족들이 우리 피크닉 테이블 바로 앞에 판을 깔아놓고 다소 시끄
럽게 노닥거리셨다는 거!
그리고 두 번째 일은 드디어 차콜로 바베큐를 해 먹나 했던 내 기대에 어긋나는 일이 벌어졌으니 바로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한 것이 그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우리가족은 짐을 챙겨 그곳을 뜰 수 밖에 없었다는 슬픈 이야기를 전한다! 예상보다 아주 아주 이르게 말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 일은 그리 나쁜 결과는 아니었으니 돌아온 바로 다음날 우린 또 다른 계획이, 그것도 다소 긴 여정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기에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는 그것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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