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는 원래 부부 밖에 모르는 게 맞다.
세상 부부의 세계를 다 들여다보면 막장 아닐 수 없다는 것도
일면 맞는 얘기고...
우리가 드라마를 보면서 거기에 몰입하는 이유는
우리 실생활과 많이 비슷해서일 수도 있고, 또 때론 많이 다른 듯
보여서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난 이렇게 찌질하게 살고 있는데, 저들은 내가 못하는 뭔가를
추구하거나 혹은 누리거나 하면서 사는 모습이 한없이 부러워서 그걸
보면서 대리만족해서일 수도 있지만, 때론 너도 나랑 별로 다른 거 없구나~
하는 안도감 혹은 위로를 건네줘서일 거란 얘기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시청자들에게 뭐를 주고 있는 걸까?
대리만족? 아님 안도감?
지금까지 보자면 둘 다 아닌 듯 보인다.
불안해하며 바람 피는 남자에게서 대리만족을 느끼긴 어려워 보인다.
그 남자 말대로 아내와 애인 둘을 온전히 다 사랑하는 듯 보이지 않을 뿐
만 아니라 그저 버거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방법으로 위험한 줄타기
아님 지극히 이기적인 일탈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그게 작가의 의도든, 연출의 의도든 아무튼 내겐 그렇게 보인다.
물론 뒷감당은 나중이고 일단 젊은 여자를 안아봤다는 것만으로도 성공
아니냐고, 대리만족한다고 말하는 남자들의 외침까진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자신을 배신한 남편에게 복수하고자 자신 또한 남편 아닌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는 걸 선택하는 의사란 직업을 가진 여주에게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어렵다. <인간의 이성이란 게 이렇게 보잘 것 없다!>라는 주제를
보여주기 위한 거라면 모르겠지만 뻔히 보이는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듯
보이는 여주의 행동은 너무도 하수로 보인다.
그렇다면 안도감은 어떨까?
현실적으로 아내 덕에 가오 좀 잡고 사는 남자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열등감. 그걸 해소하는 방법으로 아내 뒷통수(이 드라마에선 한 두 번
지나가는 바람이 아닌 2년간의 외도를 보여주고 있다)를 치는 그런 남자들
이 과연 현실에서 얼마나 될까?
또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실행(?)하는 여자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차라리 그것보단 “두 여자를 다 사랑한단 말이야!”라는 외침이나 “여자에게
도 본능이란 게 있거든!”이라는 외침이 오히려 더 안도감을 주는 건
아닐까? 충분히 그럼직하고 너무도 인간적인 고백이므로.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드라마로서 별로 특별할 게 없어 보인다.
그저 속속히 들여다보면 다 그렇고 그런 범부부들의 이야기를 그저
그럴듯하게 포장했고, 무엇보다 개연성에서도 별로 특출나 보이지
않는다. 동창회장의 딸과 바람피는 남자, 자길 좋아했던 과거의 남자
와 자기 환자를 이용하는 여자, 친구의 불행을 은근 즐기는 친구 등
너무도 많은 우연과 작위적인 관계설정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이 드라마가 그저 그런 막장과 별 다를 바 없다고
생각된다. 어디까지가 원작이고 어디까지가 다른 해석인진 잘 모르
겠지만 이런 막장드라마에 비싼 원작료를 지불했다면 참으로 아쉽게
느껴지는 바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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