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 만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사바하’를 본
이래 이렇게 몰입하면서 봤던 범죄 스릴러
영화는.
일단, 잿빛 배경과 화면 가득한 암울함이
처음엔 조금 불편했지만, 자꾸 보다 보니
미쟝센으로 여겨질 만큼 촬영기법이 맘에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그래피티 가득한 암울한
배경이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일부 풍경과
오버랩돼 그것도 그리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또한 현재 코로나바이러스로 황폐한 이곳
시내의 풍경과 그리 다르지도 않기에 더욱
유사성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장점은 여자인
내가 보기에도 가슴 쫄깃쫄깃한 긴장감과
몰입감이 아닐까 싶다.
마치 내가 쫒기듯 인물들에게 자연스럽게
동화되며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
드는 힘! 그건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역
량이겠지.
그리고 이번 영화로 이제훈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원래 내가 좋아하는 박정민과 안재홍의
안정적인 연기야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간 이제훈의 연기에 대해 그다지 만족
하진 않았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몰입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박정민과 이제훈을 보고 영화 ‘파수꾼’이
먼저 연상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
의 감독이 파순꾼을 만든 윤성현감독이었
다는 걸 영화를 감상한 후 알게 됐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킬러 박해수
의 모습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에 견줄만큼 오싹하진 않아도
꽤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건조한 킬러의 모습은 좋았고, 조금 더 섬뜩
하게 그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선 조금 불만
이라고 해 두자.
그러고 보니 이 영화에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
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더
영화를 관대하게(?) 감상한 건지도 모르겠다.
욕이 난무하고, 피가 낭자한 류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말이다.
전반적으로 다 좋았는데 단 하나,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 바로 마지막 장면인데, 그
건 열린 결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뭔가
2탄을 염두에 두고 만든 꼼수같은 느낌이 들
었다.
이 영화는 철저히 오락영화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즐기는 자들이나 액션스릴러를 즐기
는 자들이라면 닥치고(?)까진 아니더라도
무난히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시블이나 그 이전의
007 시리즈에서처럼 볼거리가 가득한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쫄깃쫄깃해가며 한 시간
넘게 킬링타임하기엔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는다.
굳이 교훈을 찾자면 <남의 것 탐내지 말라>
뭐 그런 정도의 상식적인 이야기는 덤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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