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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지중해 크루즈 이야기 13(영화 '대부'의 배경인 그 섬, 시실리)

아침에 눈을 떴는데 그림 같은 광경이 눈앞에 턱하니~

 

1997년 백팩여행을 할 때만 해도 안 좋은 기억으로 내 맘에 1도 추억을 남겨놓지 않았던 이탤리란 나라가 이번 여행으로 인상이 확 바뀌었다는 이야긴 이미 한 듯 한데, 그 외 내가 이탤리란 나라를 좋아하는 이유엔 영화 '대부'가 크게 한 몫을 한다.

'대부'는 그저 좋아하는 영화 정도가 아니라 내 최애 영화다.

그러니 이탤리 마피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 영화의 배경인 '시실리'에 도착한 나는 당연히 감개무량했다.

 

내게 시간이 허락했다면 아마도 난 영화 '대부'의 촬영지를 비롯, 영화에서의 장면 장면을 훑어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기항지에서의 시간이라는 게 그리 긴 시간이 아닌지라(대체적으로 아침 7, 8시에 도착해 오후 4, 5시 혹은 6시 반 정도까지였다.) 이번 여정에서는 애써 그 소망을 꾹 눌러야 했다.

 

대신 남편과 나는 시실리섬에서도 고급휴양지라는 '타오르미나 관광'을 선택했다.

정확히 말해서 가이드가 곳곳을 안내하며 설명까지 해 주는 그런 관광은 아니었고, 우리 배가 정박한 '메시나'

(Messina)에서 '타오르미나'(Taormina)까지 버스를 제공해 얼마 간의 시간 후에 다시 '메시나'까지 돌아오는 '트랜스퍼'(Transfer)만 제공하는 선택관광이었다.

요금은 1인당 미화 49달러였고, 그곳까지는 대략 1시간 남짓 시간이 소요됐다.

그리고 도착 후 그곳에서 보낼 수 있었던 시간은 대략 너댓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일단 그곳에 도착할 때까지 차창 밖 풍경부터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왜 아니겠는가? 시실리가 섬이기도 하고, 우리가 가는 타오르미나 역시 휴양지라 당연히 해안가에 형성된 도시다 보니 우리 버스는 내내 해안가를 따라 달렸으니.

세상은 정말 넓고도 넓고, 멋진 곳은 많고도 많다는 생각을 내내 했던 거 같다.

 

 

그렇게 도착한 타오르미나는 타우로 산 기슭에 형성된 마을이었다. 

해서 뷰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또한 분위기가 많이 독특했다.

사실 시실리 섬 자체가 그리스시대부터 존재해 그리스의 영향을 받았던 것 외에도 스페인과 프랑스, 그리고 아랍권의 영향력 아래에서도 있었기에 여러나라의 문화가 묘하게 믹스된 분위기라고나 할까?

한 마디로 특별히 뭐 볼 게 많은 건 아니었지만 예쁘고 신비로운 곳임엔 분명했다.

 

그리고 또 타오르미나를 유명하게 만든 건 바로 다름아닌 고대 '그리스 극장'(Teatro Antico)인데, 기원전 3세기에 지어진 원형극장으로 여름에는 영화제가 열리기도 하고, 이런 저런 공연도 많이 이뤄진다고 한다.

그곳의 입장료는 1인당 10유로였다.

 

고대 그리스 극장 자체도 멋졌지만 그곳에서의 뷰 또한 기가 막혔다!
고대 그리스 극장을 나오면 바로 왼쪽에 호텔 하나가 보이는데 뷰가 멋진 럭셔리 호텔이라고.

 

그곳까지 가려면 움베르토 거리(Corso Umberto)를 지나야 하는데, 양쪽으로 많은 상가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또 길을 걷다 보면 '4월 9일 광장'(Piazza 9 Aprile)도 나오고, 사진을 찍으면 무조건 예쁘게 나올 거 같은 좁은 골목과 카페, 레스토랑 등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 우린 원조 '카놀리'(cannoli)를 파는 한 곳을 방문했다(카놀리라는 디저트 원조가 바로 시실리다).

그곳은 즉석에서 바로 필링을 넣어주는 곳이었는데, 혹시나 싶어 한 개를 주문해 남편과 나눠 먹었고, 맛을 본 우리는 놀라움에 두 눈을 마주치며 눈썹을 들썩이고 말았다.

 

'이거 몬트리올에서 먹던 거랑 완전 다르잖아! 이 맛 실화?' 뭐 이런 감성으로 말이다.

 

 

그곳은 좌석이 없는 곳이라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편한 자세로 커피와 더불어 더 맛보고 싶다는 듯 입맛을 다시고 있었더니 점원이 저쪽으로 가면 본점이 있다고 알려준다.

해서 우린 그곳을 찾아 가기로 했는데, 아쉽게도 남편의 전화기에 장착된 데이터가 터지지 않아 조금 헤매다 포기하고 말았다는 슬픈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음이다!

 

다소 허탈한 마음으로 배로 돌아가기 위해 우린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배가 정박돼 있는 항구로 돌아와선 메시나 시내를 돌아보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경찰이 여권을 검사하고 있었다.

'아! 이래서 앱에 꼭 여권을 지참하라는 메세지가 따로 있었던 거로구나~'하고 깨달았다.

 

여권을 보여주고 바로 길 건너에 있는 메시나 대성당으로 향했다.

대성당은 깔끔한 외관과 더불어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내부가 꽤 인상적이었다. 

누군가가 결혼식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세례식을 하는 것인지 입구 쪽에 장식되어 있는 꽃제단도 멋졌고, 둥근 아치가 정밀한 조각과 함께 양쪽으로 거대하게 장식돼 있는 것도, 모자이크로 정교하게 배열된 플로어까지, 모든 것이 경건함과 멋짐의 완벽한 조화였다.

 

한가해도 너무 한가한 메시나 시내를 조금 걷다가 얼마 전 유투브에서 봤던 유명 카페도 구경하고 얼마 후 우린 배로 돌아왔다.

 

이곳이 바로 이탤리 건축가 지노 코페데(Gino Coppedè)가 지었다는 건물. 카페 이름도 코페데다.

 

맛있는 카놀리를 놓친 탓인지 그날은 처음으로 점심을 제낀 날이기도 하다.

대신 우린 카페에서 놓친 카놀리를 아쉬워하며 아포카토와 디저트와 커피로 마음을 달랬다(고 믿는다).

 

 

점심을 거른 탓에 남편과 나는 저녁식사를 다른 때보다 더욱 음미했다.

그리고 크루즈 여행 시작이래 처음으로 평소와 달리 과식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곤 불안감에 갑판 위를 걷고, 지는 해를 바라보다 그래도 불안해진 나는 솔라리움으로 가서 다소 늦은 수영을 시작했다.

 

몬트리올에서 일주일에 두 번 스포츠 컴플렉스 수영장을 방문해 1.2 킬로씩 수영을 하던 습관도 습관이었지만, 매일 하던 스트레칭도 거른다는 불안감까지 가세하고 보니 그날은 수영에 스트레칭까지 하면서 불안감을 다독였던 거 같다.

 

물론 내가 열심히 수영, 스트레칭 하는 동안 남편은 선베드에 누워 셀폰 놀이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어쩌랴? 그 또한 불안감을 제거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을! 

우린 이렇게 각자 자신이 원하는 걸, 편하게 하면서 시실리로부터 멀어져 북쪽을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