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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지중해 크루즈 이야기 14(잊을 수 없는 최고의 뷰와 피자를 맛봤던 '나폴리')

날마다 보는 일출과 일몰이지만 왜 우린 늘 감동하게 되는 건지 말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곳에서 우린 하선해 이탤리 남부투어를 계속 이어나갔을 것이다.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지만 거기에 더해 갖가지 닉네임(Nickname)까지 달고 있는 나폴리(Napoli)가 바로 그곳이었다!

 

나폴리하면 이탤리 남부의 상징적 도시인 것은 물론, 피자의 원조 도시기도 하고, 우리의 김민재 선수가 현재 나폴리 팀에서 수비수로 활동하고 있는 건 물론 마피아로도 악명이 높은, 이래저래 그 이름 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도시라고 볼 수 있다.

그밖에도 나폴리 인근엔 '돌아오라 소렌토'라는 노래로 유명한 소렌토, 낭만적인 섬인 카프리, 화산재로 뒤덮힌 폼페이도 있어 이래저래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이탤리에서 3번째로 인구가 많은 대 도시기도 하다(로마와 밀라노에 이어).

 

해서 남편과 나는 기항지 자유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상당히 흥분됐다.

도시가 크다 보니 돌아봐야 할 곳도 많았고, 무엇보다 선상에서 계속 말썽이었던 유심칩 문제도 해결해야 했으며 그 유명한 피자도 맛봐야 했으니까.

 

아침식사를 끝내자마자 우린 하선했다. 

나폴리은 바로 이전의 기항지 '메시나'처럼 항구에서 시내까지 접근성이 아주 좋았다. 몇 발자국만 떼면 차들이 씽씽 달리고 있는 차도가 있었고, 각종 상점과 명소가 바로 코 앞이었다.

그 옆으로는 명소 '카스텔 누오보'(Castel Nuovo)가 또 턱하니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누오보성 모습.
 
 

 

도착하기 전 남편이 미리 알아본 항구 근처 '팀' 주변에서 속절없이 영업시작을 기다렸지만 오픈 시간을 넘기는 걸 보곤 관광부터 하고 나중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낫겠다고 우린 결론내렸다.

 

그리고 곧장 향한 곳은 바로 전체 나폴리의 광경과 해안가를 조망할 수 있는 '산트엘모성'((Castel Sant'Elmo). 그곳을 가려면 푸니쿨라를 타야 해 우린 구글맵도 없이 물어물어 그곳을 찾아갔다. 푸니쿨라 요금은 1인당 왕복이 2유로 40이었고, 우리는 설레는 맘으로 생전 첨 타보는 푸니쿨라에 올랐다. 

 

잠시 후 도착한 정류장에서 조금 더 걸어올라가다 보니 갈림길이 보였고, 그곳에서 설왕설래하던 남편과 나는

겨우 목적지를 찾을 수 있었는데, 구글맵의 혜택이 없던 과거에는 길을 어떻게 찾아 다녔을까란 잠깐의 소회에 빠졌다 나왔다는 말도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산트엘모성의 입장료는 1인당 5유로였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까진 한적한 카스텔 안을 걸어올라가며 우린 멋진 풍광을 즐기기 시작했다. 올라가면 갈수록 뷰가 판타스틱하게 변하는 걸 여실히 느끼며 살랑이는 바람과 함께 마음도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느낌에 휩싸였다.

"날씨까지 이렇게 받쳐주니 우린 정말 복받은 사람들이야! 함께 할 때 늘 우린 럭키하고 말이지!"

난 이렇게 너스레를 떨며 상쾌한 기분을 이어갔다.

 

위에서 바라보는 나폴리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탤리 북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가난하다는 대표적인 남부도시 나폴리. 그런 건 내게 상관 없었다. 세련미는 덜 해도 왠지 정감이 가는 그런 곳으로 인식되었다.

 

 
 
 
 
바로 옆에 박물관이 따로 있지만 성 안에도 무료 전시 공간이 있었다.
 

 

그런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푸니쿨라(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우린 다른 정거장을 이용했는데, 오를 때는 아우구스테오역이었고, 내려올 땐 몬테산토역이었다.)를 타고 내려와 도심 안에 형성된 시장을 보며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네 시장과 다르지 않은 모습에서,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과 흥정하는 사람들 모습을 보면서 마냥 좋았다.

 

 

 

그리고 마침내 시내에 위치한 '팀'에서 유심칩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이젠 정말 날 거 같았다.

구글맵을 보며 분주함을 뚫고 유명 피자집 '디 마테오'(Di Matteo)도 찾을 수 있었고, 생각보다 소박한 정겨운 모습임에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과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방문해 맛본 피자집이니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감에 휩싸여 주문한 피자를 기다렸다.

 

드디어 피자가 내 눈앞에 도착했고, 우리가 주문한 버팔로 치즈를 듬뿍 얹은 피자를 보는 순간 느낌이 확 왔다. 내 인생 최고의 피자가 될 것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던 거다.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와우! 이거 무슨 맛이지? 뭐라고,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지?' 했다.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냥 한 마디로 '찐'이었다. 말 그대로 '피자의 최고봉, 피자의 정수!' 말이다.

버팔로 우유로 만든 모짜렐라에 바질, 토마토를 토핑으로 한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피자였지만 맛에서만큼은 정말 최고였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피자의 향과 맛이 내 코와 입안을 떠돌고 있다는 말을 덧붙일 수밖에 없음이다.

 

피자 실체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원래는 '마르게리타 캄빠냐 펠릭스'라는 피자와 또 다른 피자를 주문했었는데 재료가 없어 다른 걸 주문하라는 말에 '마르게리타' 하나만 주문을 했었고, 원래 소다를 안 마시지만 그날만큼은 세븐업까지 두 개 주문했었는데 계산서에 13유로 80이 찍혀 있었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가격 면에서나 맛에서나 정말 만족스러웠던, 잊을 수 없는 가장 강력한 나폴리에서의 추억이 되었다.

 

 

피자집에서 나오자마자 우린 수많은 군중들과 섞일 수밖에 없었는데, 주말이기도 했지만 그날은 특별히 또 어떤 정치인들 컨퍼런스가 있는 날이었던 지라 유난히 더 붐비다는 걸 직접 경찰에게 물어본 후 알게 되었다.

한국이든 이탤리든 열정적인 사람들이니만큼 정치에 관심이 많은 건가 라는 생각을 해보며 어찌됐든 배도 부르겠다 본격적인 나폴리 시내 탐방에 나선 우리는 여기저기를 무작정 걸어다녔다.

 

나폴리 시민들의 생활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스파카 나폴리'(Spaccanapoli) 거리, 제수 누오보 성당(Chiesa Del Gusu Nuovo)를 비롯 몇 개의 성당을 더 지나쳐 우린 나폴리 간식으로 유명하다는 '스폴랴텔라'를 먹기 위해 한 베이커리를 찾았다.

 

 
 
 

 

이름하여 '라 스폴랴텔라 마리'(La Sfogliatella Mary)라는 곳인데, 멋지게 지워진 움베르토 1세 갈레리아 정문 입구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에서 스폴랴텔라와 술빵인 바바를 사서 우린 근처 맥도널드 앞에 마련된 좌석에 앉았다. 

남편에게 시원한 아이스 커피 한잔을 사오라고 했더니 한참 후 들고 온 건 커피 아이스크림이었고, 그제서야 

'아! 이탤리엔 아이스커피가 없다지?'란 자각이 들었다.

할 수 없이 가져간 물과 아이스크림과 함께 빵을 먹고 나서 우린 또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플레비시토 광장'(Piazza del Plebiscito)에는 산 프란체스코 디 파올라 성당(Basilica di San Francessco di Paola)과  그 건너편에 '왕궁'(Palazzo Reale)이 있었는데, 플레비시토 광장은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곳으로 보였다. 시원하게 사방팔방 뚫린 그곳엔 햇살이 작렬했고, 장엄함과 위용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었다.

왕궁에 들어가 정원을 조금 거닐었고, 왕궁 안은 건너뛰기로 했다. 그 이유는 이미 우린 피곤함으로 발걸음이 조금씩 쳐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항구쪽으로 돌아오는 길에 누오보성을 방문하려 했지만 또 무슨 행사로 입장이 불가하단다. 오히려 잘 됐다는 심정으로 우린 바로 배로 돌아왔다.

 

점심이 조금 부족했던 지라 우린 우리가 애용하는 카페로 향했다. 그곳에서 또 아포카토와 간단한 디저트류를 즐긴 다음 늘 그렇듯 솔라리움에서 휴식을 취한 후 룸으로 돌아와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정찬식당을 찾았다.

그날의 메인 메뉴 중 우린 '뇨끼'와 '오븐에 구운 칠면조'를 주문했고, 디저트로 카놀리 쵸콜렛 케익을 주문해 나눠 먹었다.

 

 

그날 밤 쇼는 '유포리아'(Euphoria)라는 곡예에 집중된 쇼였다. 

출연진들의 기량도 뛰어났지만 안무와 조명 등 말 그대로 팬타스틱한 분위기 탓에 홀린 듯 난 계속 동영상을 찍고 있었고, 공연 내내 감탄이 이어졌다.

 

 

공연 후 갑판에 올라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제 내일 하루 지나고 나면 다음날 하선인데,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흘러가버린 거지?'라는.

살짝 혼란스러웠다. 애들이 보고 싶기도 하고 동시에 단꿈에서 깨어나기 싫은 것처럼 아쉬움에 젖게 되는 

이 심리는 도대체 뭐람?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