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공부할 때 배웠던 것 중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로 이것이다.
드라마는 모름지기 재미와 감동을 줘야 한다는 것!
그후 드라마를 감상할 때마다 난 이 말을 기억해내고 드라마에 대입해 보곤 한다.
그리고 꽤 좋은 평가를 받는 드라마는 어김없이 재미와 감동, 혹은 적어도 그 중 하나를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는 걸 확인하곤 했다.
그런데 며칠 전 몇 년 만에 걸린 지독한 독감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도 무료함을 견디기 뭐해 소파에 드러누워 보게 된 이 드라마는 내게 과연 뭘 줬더라?
으음...
처음엔 워낙 미스테리한 스릴러 장르를 선호하다 보니 꽤 기대감에 차 시청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기대감은 회를 거듭할수록 내 머릿속 뉴런처럼 분화되더니 결국 제 갈길을 못찾고 스르르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먼저, 이 드라마는 이야기에 중심점이 보이지 않는다.
어찌 보면 드라마의 척추라 할 수 있는 주제의식, 즉 뭘 말하고자 하는 건지 그 의도를 전혀 파악할 수 없다.
우선적으로는 드라마 투 톱 주인공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성윤오가 타고난 사이코패스가 맞는 건지에서부터 타인의 감정 읽기에 서툰 또 다른 주인공, 즉 야스퍼스 증후군을 갖고 있는 김섬은 도대체 뭣, 아니 무슨 이유로 겨우 발견한 인생의 최애자인 사이코패스 성윤오를 자기 손으로 직접 처단하는 건지, 그리고 이성적이고 똑부러지는 사이버팀 형사 기은은 도대체, why 사이코패스를 못 잊은 듯 정신줄 놓은 행동을 일삼는 건지, 무당 친구 목원이 드라마 거의 끝부분에 뭔가 발견한 듯 법당을 뛰쳐나가지만 그게 드라마와 무슨 연관이 있는 건지까지...
무튼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 전개가 중구난방식으로 이어지다 보니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혀 눈치챌 수가 없었다.
또한, 곳곳에 이해불가한 장면들과 서로 연관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설정과 개연성까지 허술해도 너무 허술한 티가 팍팍 나 슬슬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하다 결국은 허탈해졌다.
철저히 빠름과 소비에 능한 세대만을 겨냥해 만들어서일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드라마나 영화를 감상한 다음 내가 뭘 본 거지란 생각은 누구나 다 하는 거 아닐까?
아닐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는 실로 오랜 만이었다.
그저 생각없이 주는대로 처드세요!라고 우기는 거 같아 몹시 씁쓸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단 하나, 위로를 찾자면 이런 거 쯤 되려나?
거짓을 일삼는 자들에게 좋은 사냥터가 되기도 하는 일부 온라인 매칭 앱의 유해성을 환기했다는 그것?
그리고 굳이 장점을 찾으려 노력해 발견한 또 하나는 일부 비장애인들이 장애 주차장에 꺼리낌없이 주차해 놓는 현실을 꼬집은 '장애주차장 씬' 그 정도?
배우들의 호연이 무색해질만큼 엉망진창인 결과가 과연 연출의 잘못인 건지, 아니면 대본의 잘못인 건지 한참 골몰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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