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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야기

'꼰대질' 소리 들을 각오하고 쓰는 글(참을 수 없는 말과 글의 향연을 접하는 심경)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일상화된 비속어와 욕설에 대해선 언젠가부터 면역력이 생겼다.

흔쾌한 건 절대 아닌데, 암튼 자주 접하다 보니 그렇게 된 듯싶다. 

하지만 소리와 달리 내 눈으로 직접 읽게 되는 글에서 보이는 비속어와 욕설엔 관용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엔 그렇다.

 

어쩌면 한때 학생들에게 우리말과 글을 가르쳤던 사람이라 다른 이들보다 더 예민한 건지도 모르겠다.

혹은 내게 심한 비속어와 욕설에 대해 일종의 '포비아'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한 대 맞는 게 낫지 누군가 내게 욕설을 퍼붓는다면 난 기절할지도 모른다.

이상하게 어려서부터 욕지거리하는 사람을 보면 혐오스럽고 도망가고 싶어지고 그랬다.

그럼에도 여전히 소리는 지나가지만 글은 지속성이 있어 글로 된 막말과 욕설은 힘겹다.

 

언젠가부터 온라인으로 읽게 되는 글에서, 하물며 상업적인 유튜브에서조차 비속어가 남발되는 가 싶더니 곱게 차려입은 여성들의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비속어가 튀어나오고 있다.

"라테는 말이야~"로 시작하자면, 참한 여학생이나 조신한 여성은 절대 입에 담을 수 없었던 단어들이 별 뜻 아닌 듯 쓰이고 있어 첨엔 사실 많이 놀랬고, 동시에 헷갈렸다.

 

일례로 요즘 흔히 사용되고 있는 '존맛탱' '개존잼' '존버' 같은 단어에 들어가는 '존'이란 게 원래 무슨 뜻인지 알고 쓰는 걸까?

다시 '라테'로 돌아가, 당시엔 남학생들 조차 불량한 아이들만 쓰던 단어가 바로 그거였다.

남자의 생식기를 일컫는 그 단어가 어째서, 언제부터 '최고' 혹은 '매우'라는 뜻으로 변질된 걸까?

 

여기에 또 하나 덧붙이자면, '개'란 단어가 남용되는 것 역시 맘에 안 들긴 마찬가지다.

'아주' '매우'라는 뜻으로 아무 단어에나 '개'를 붙여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꼰대질한다는 소릴 들어도 어쩔 수 없다. 

어쩌면 한글을 가르쳤던 사람이라 우리말과 단어에 더 집착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암튼 예전엔 남자들 입에서도 쉽사리 나오지 않았던 단어가 지극히 평범한 여자들 입에서 나온다는데 아연실색할 뿐이다.

여자, 남자를 떠나 이런 단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시 한번 얼굴을 쳐다보게 된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을 해가며 애써 그들을 위한 변명을 시도하기도 해 봤다.

'말이라는 게 시간이 가면서 바뀌기도 하고 변질되기도 하는 거니까! 원 뜻도 모르고 그냥 남이 사용하니까 쓰고 있는 걸 테지!'

 

예를 들어 영어 'What's Up?'은 친구들끼리 만나 '어때? 잘 지내?' 뭐 이런 뜻으로 쓰이는 어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줄여 '왓섭'으로 바뀌었다가 그마저도 '섭'으로 바뀌어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또 다른 예로는 내가 사는 퀘벡주의 비속어와 욕설은 대부분 예전에 숭배하던 교회 물품에서 따와 변형된 게 많다고 남편에게 들었다.

이렇듯 시간이 가면서 대개 사람들이 합의(정확히 합의까진 아니겠고, 남이 사용하니까 나도 사용하는 그런 일종의 '밈' 현상?)하는 방향으로 단어의 뜻은 통째로, 완벽하게 변질되기도 하고 단어 자체가 변하기도 하는 듯싶다. 그렇게 '유행어'가 된다고나 할까?

 

이런 예를 보자면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존'이나 '개'가 들어가는 표현 역시 이해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당부하고 싶다.

"친구들끼리나 쓸 수 있는 이런 단어를 낯선 이들과 공유하는 공간에서 구사하는 건 아니다 싶으니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말이 곧 품격인데, 아무리 남 신경 쓰기 싫어하는 MZ세대라지만 가릴 건 좀 가렸으면 합니다!"

 

그밖에 '... 는 못 참지!' '대~박~' '... 그 잡채' 뭐 이런 유행어들도 너도 나도 남발하다 보니 듣고 보기가 많이 피곤한 게 사실이다.

'어쩌면 나 역시 무의식 중에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닐 테지?' 하면서 전염력이 강한 '말'에 대해 나 스스로 주의를 환기시키게 된다(그러고 보니 나 역시 유행어 '라테'를 사용하긴 했다!).

 

그리고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가끔 유행어를 사용할 순 있겠지만 유행어나 비속어를 남발하는 게 재치 있다거나 시대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는 트렌디함은 아니지 않나? 난 그렇게 믿고 있는데... 내가 꼰대라서 그런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