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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신비와 믿음으로 사랑에 접근하는 방법파울로 코엘료의 '브리다'

이 소설은 작가가 직접 순례 길에서 만났던 한 여인의 삶을 모티브로 하여 완성한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실제 인물이기도 했던 브리다는 아일랜드 여성인데, 아일랜드 하면 나는 꽤나 많은 것을 떠올릴 수 있다.  

먼저 얼마 전에도 소개했던 그룹 “더 크랜베리즈” 외에 “보이존”, “유투”, “엔야”, “더 코어즈”, “웨스트라이프”, 프레젝트 그룹인 “켈틱 우먼”, 그리고 문학 쪽으로 보자면 많은 소설의 근간이 되었던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를 비롯한 켈트 신화, 그리고 시인 “윌리엄 예이츠”와 “오스카 와일드”, “사뮤엘 베켓”, 또 의식의 흐름이란 새로운 문학용어를 탄생시켰던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 또한 패트릭 성인에 내가 처음으로 만나봤던 아일랜드 출신의 영문과 교수였던 라이언 교수님까지, 거기에 하나 더 첨가하자면 꽤 오래전에 감상한 영화 “윤년” (원제는 Leap Year)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리고 이것도 역시 한 번 이야기한 내용이지만 라이언 교수님으로부터 들었던 아일랜드라는 나라의 운명(영국의 식민지 정책과 종교적 갈등으로 인한)과 우리나라의 운명(한 때 일본의 식민지였던)의 공통점에 음주가무를 즐긴다는 또 다른 공통점까지 참으로 우리와는 인연이 깊은 나라라는 믿음이 어린 내 마음에 아로새겨졌었다.

 

그러니 먼저 아일랜드의 인물을 내세워 만들어진 소설이라는 점에서만 봐도 이 소설은 내게 아주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또한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이라는 점도 내겐 아주 의미가 깊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소설 대부분을 읽어본 나로서는 그가 늘 소설에서 참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는 작가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소설을 읽어보기 전부터 이미 많은 기대를 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난 지금 나는 이 소설을 그저 단순한 사랑의 이야기라고 말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의 그의 소설이 대부분 그랬던 것처럼 이 소설은 삶의 신비스러운 의미를 찾아 나서는 한 인간의 여정을 아주 밀도 있게 보여주고 있는 건 물론 굳건한 믿음으로 우리네 삶을 매 순간을 채워야 한다는 걸 거듭 말하고 있기에 그렇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은 그의 최고의 작품으로 여겨지는 “연금술사”와 많이 닮아있다.  그리고 그는 여기서도 계속 삶의 신비와 믿음에 대한 확고한 의식을 암암리에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삶의 신비란 무엇일까?  

파울로 코엘료에 의하면 그건 윤회를 거듭하는 우리 삶에서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 즉 우리의 잃어버린 반쪽인 소울메이트를 찾기 위해 익혀야 하는 만물과 공간을 통한 '태양 전승'과 시간을 통한 '달 전승'이자 그것을 통해 소울메이트를 만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건 다른 말로 하자면 삶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인 동시에 우리의 책임이기도 한데, 그걸 위해 우리는 오직 믿음으로 이를 행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모든 과정을 또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그게 바로 “사랑”인 것이고, 우리의 존재 이유는 그러니까 바로 이런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란 이야기다.  

그건 또 이렇게 결론지을 수도 있겠는데, 그런 이유로 그렇게나 많은 남과 여가 서로의 짝을 찾기 위해 “사랑이라는 행위”에 목숨을 걸기도 하고, 그걸로 아파하고, 그걸로 행복을 찾기도 하지만 파멸에 이르기도 하는,

우리에겐 살아감의 절대적 의미라는 거.  

그래서 마침내 자신의 소울메이트를 만났을 때 우리는 가장 자기다움을 발견하게 되고, 자기 본연과 가장 가깝게 조우하게 되며, 결국 진정한 자기가 되어 상대를 사랑할 수 있게 되므로 “사랑”이라는 거룩한 본질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삶의 신비를 찾아 나서는 일을 우리는 죽는 그 순간까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게 맞고, 그 지난한 과정 중 실패와 실망과 좌절을 만나더라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열정적인 탐색의 과정을 거쳐야만 우리는 가장 자신과 가까워지며 진정한 해방감을 만끽하고, 우리의 소울메이트를 만나 합일을 이룰 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