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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성스러움과 함께 장관([壯觀)의 정수(精髓)를 보여주는 '몬세라트 수도원'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공적인 것보단 자연적인 것에 마음이 더 간다.

아마도 자연이 보여주는 것이 훨씬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일 듯싶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도 많이 느꼈다.

아무리 공을 들인 작품이라도 자연이 빚어낸 말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엔 절대 길 수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바르셀로나 도착 후 셋째 날이 된 이 날도 바로 그랬다.

기대가 컸던 만큼 기차를 타고 몬세라트에 도착하기도 전 기차를 통해 바깥 풍경을 본 난 벌써 맘속으로부터 탄성이 쏟아졌다.

 

'와! 정말 듣던 대로 위엄 제대로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갈고 닦여진 바위산이 우뚝 솟은 모습이 흡사 우리를 내려다보는 신의 형상처럼 여겨졌다.

절묘하게 그 아래 자리 잡은 수도원 또한 일체감과 그로부터 비롯된 안정감, 안온함이 여실히 느껴졌다.

 

'역시네! 그 어떤 조형물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장관이라니~'

 

수도원도 보기 전 난 이미 충분히 흥분돼 있었다.

그리고 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달리듯 역사를 빠져나와 그 장관을 가까이 영접했다.

역시 감동, 감동, 감동이었다!

 

몬세라트 가는 기차요금+ 랙 레일요금+ 오디오비주얼+ 오디오가이드+ 바실리카 입장료와 소년합창단(Escolania) 공연 감상+몬세라트 뮤지엄 입장료까지 해서 1인당 47유로, 합계 94유로를 지불하고 이미 티켓은 발권해 뒀었다.

몬세라트 가는 기차는 바르셀로나 에스파냐역에서 출발하는데 그전에 부스를 찾아 표를 교환해야 했다.

또한, 바우처에는 소년합창단 공연을 예약한 사람만 바실리카 입장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다.

 

 

입장 시간인 오후 1시가 되기 훨씬 전에 도착한 우린 오디오비주얼부터 감상했다.

그 후 사진도 찍고 주변을 산책하다 바실리카에 입장해 좌석에 앉았다.

 

 
결혼식 모습과 제단 위 검은 성모상의 모습이 작게 보인다.
검은 성모상을 확대한 모습.

 

금요일이었는데 마침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고, 후에 보니 소년합창단 공연 때 그 신혼부부는 특별한 중앙 좌석에 앉아 공연을 감상하는 특혜를 받고 있었다.

 

잠시 '혹시 결혼 선물?'이란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그렇다면 나도 한 번 더 결혼식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진 못하겠지만, 어쨌든 엄청 부러웠다는 내심을 밝히는 바다!

 

 바실리카의 하이라이트 소년합창단의 특별공연뿐만이 아니다.

어찌 보면 가톨릭 신자들에겐 더 중요한 의미가 되겠는데, '검은 성모상'을 알현할 수 있다는 점과 그 성모상이 들고 있는 구슬에 손을 얹어 소원을 빌 수 있는 특혜 바로 그것!

 

이를 위해선 소년합창단 공연이 끝나면 바로 바실리카 밖으로 나가 오른쪽 줄에 서야 한다.

나 역시 공연이 끝나자마자 그줄에 잽싸게 합류했다.

조신하게 마음을 다잡고 간절하게 염원하는 걸 구슬을 붙잡고 맘속으로 말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경건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짧다면 짧은 순간이었지만 어쨌든 정갈해진 정신 상태를 유지하며 내려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 자리에 그대로 신의 형상과도 같은 대자연이 떡허니 버티고 우릴 내려다보고 있다.

참으로 오묘하면서도 특이한 체험이 아닐 수 없었다.

신비함을 간직한 채 현실로 돌아와 배가 고파진 우린 계단에 앉아 준비해 간 샌드위치와 과일로 배를 채웠다.

 

바실리카 방문 후엔 보통 각자 원하는 대로 산책 혹은 트레킹, 뮤지엄 방문을 선택하면 되는데 우린 뮤지엄 방문과 짧은 산책을 선택했다.

뮤지엄은 성화를 비롯해 모네, 피사로, 시슬리, 드가, 달리 등 유명 화가의 작품들 등 볼 것이 무척 많았다.

그곳에서 꽤 시간을 보낸 후 밖으로 나온 우리는 길을 따라 산책을 했다.

 

 
 
 
 
 
 
 
 

 

그리고 다시 성당 근처로 돌아온 우린 푸니쿨라를 타고 좀 더 위쪽으로 올라갔다.

내가 산 통합권에 푸니쿨라 요금이 포함된 줄 알았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는 걸 후에 알게 됐고, 푸니쿨라 가격(왕복 1인당 15유로였던 걸로 기억한다.)이 조금 센 편이란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일단 위로 올라가니 딱 트인 전망 하며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가져간 간식을 먹고, 한숨 돌리고 잠깐 주변을 걷다 다시 푸니쿨라를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시간이 조금 넉넉하면 트레킹도 하고 싶었지만 남편이 원하지 않았고, 피곤해했기에 우린 바르셀로나로 바로 돌아왔다.

그전에 참새 방앗간 들르듯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하는 건 빼놓을 수 없었고.

 

이르게 떠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니 어느덧 어둠이 내리고 있었고, 우린 다시 가볍게 저녁을 먹기로 하곤 보케리아 시장으로 향했다.

전전날 갔었던 곳은 문을 닫았는지 보이지 않아 우린 다른 곳에서 해산물 요리를 먹었다.

 

 

그리고 달달한 마카다미아넛을 또 구입해 호텔로 돌아왔다.

짐을 꾸린 후 내일 시작될 크루즈 여행을 기대하며 일찍 잠자리에 듦으로 알차고 벅찼던 하루를 마감했다는 말로 21년 만에 찾았던 바르셀로나 여행담은 이쯤에서 끝마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