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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야기

(고) 이선균 씨 사태를 접하며

여기 시간으로는 12월 26일 밤, 한국 시간으로는 12월 27일 아침, 크리스마스를 하루, 이틀 지난 후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그간 마약복용으로 조사를 받던 (고) 이선균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었다.

 

먼저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가 의심받고 있는 죄목은 마약복용이었고, 무엇보다 공인의 신분으로 유부남으로 업소녀와 사적인 일로 엮인 것과 함께 마약을 복용했다는 소식에 대부분 사람들은 놀랬고 나 또한 그랬기에, 더불어 약간의 배신감(이런 감정을 느껴야 할 뚜렷한 이유는 없지만 그럼에도 워낙 이미지가 깨끗했기에)까지 경험하고 있던 와중이었기에 그랬던 거 같다.

 

우리가 연예인들을 공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은 만인에게 보이는 직업을 갖고 있고, 그걸 바탕으로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도 훨씬 많이 누리고 있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선호하는 직업군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책임성이 요구되는 사람들이니까.

여기서 내가 언급하는 공인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나 공공단체의 공인(公認)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널리 알려지고 인정받고 있는 사람(共認)이란 뜻임을 뒤늦게나마 밝히면서 이야기를 좀 더 이어나가고자 한다.

 

그런 만큼 연예인들은 일반인들보다는 좀 더 책임성이 요구된다고 평소 생각하고 있었는데, 관심 있게 지켜보던 월드스타 이선균씨가 그런 범죄에 연루됐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놀라웠던 게 사실이었지만 또 가만 생각해 보면 공인이기에 겪어야 할 책임의 무게가 너무 과했던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를 들어 보통 사람 같았으면 넘어갔었을 문제, 업소녀와의 만남이 세상에 다 까발려지는 것이라든지, 구체적인 액수까지 언급되며 협박을 받았던 일이라든지, 마약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음에도 몇 번을 되풀이해 재검을 해야 했던 일 같은 거 말이다.

 

분명 마약복용은 범죄고, 정상참작은 될지언정 모르고 마약을 복용했다고 해도 비난은 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아직 확실하게 결말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그는 왜 자살이라는 도피처를 선택했을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다.

 

주변으로부터 평소 착한 사람이라는 평을 들어왔다는 그가 되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이유는 이게 아닐까? 

그는 자신이 행한 행위로 너무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걸 인지했고, 무엇보다 가족에게 미안했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

착한 사람이라는 말은 곧잘 심약한 사람으로 대치되기도 하는데, 그의 여린 심성이 도무지 이 모든 사태를 감당할 수 없었던 건 아닐까?

 

드라마에서 보이는 이미지가 곧 그 사람이 아님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내 최애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왔던 착하고 선한 '박동훈'이 오버랩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바람을 피우고 마약을 한 파렴치한 배우'로 손가락질을 한다 해도 우리 모두는 누구를 막론하고 실수할 수 있는 미약한 인간임을 떠올려 볼 때 그의 죽음은 충분히 애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나마 책임을 지려 했던 그를 매도(罵倒)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의 명복을 빈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불행한 결말을 맞은 공인을 두고 자신의 사익을 위해 헛소리를 떠드는 '조국'이란 인간의 참을  없는 가벼움! 

그런 이가 대한민국의 법무부장관이었다는 것이 무척이나 부끄러울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