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라는 도시는 생전 첨이었다.
학창 시절 역사시간에 배웠던 '부석사 무량수전'이란 단어만 기억할 뿐, 경상도 어딘가에 위치한 영주라는 도시를 알게 된 건 역시 국립숲체원이라는 사이트를 통해서였다.
내가 원했던 날짜에 예약할 수 있었다는 게 사실 영주를 선택한 첫 번째 이유였다.
하지만 점점 인구가 줄고 있다는 한국의 대표적인 인구소멸 도시에 도착했을 때, 대의와는 상관없이 난 그 도시의 고즈넉함에 깊이 빠져들었다.
물론, 유명한 관광 명소 '부석사'는 빼고 하는 말이다.
또 물론, '부석사'는 명성대로 창연한 멋진 곳이었지만 말이다.
우린 제일 먼저 '부석사'에 들렀고, 그곳을 둘러본 후엔 '소수서원'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원래는 다미안을 위해 '선비세상'이라는 테마파크를 가보려고 했는데 어째서인지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또 그날은 일요일이었던지라 동생과 함께 했지만 동생은 월요일 출근을 위해 고속버스로 서울로 먼저 올라가야 할 처지였다.
해서 모두를 위해 테마파크보다는 유적지를 찾는 게 낫다는 결론에 도달해 난 내비를 다음 코스인 '소수서원'으로 찍었다.
이곳에서 참으로 다행스러웠던 건 휠체어가 구비돼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거였다.
앞서 부석사에서는 휠체어를 구할 수도 없었지만 설혹 휠체어가 있었다 할지라도 어머니를 모시고 '무량수전'까지 방문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었다.
우린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쁨에 들떠 '소수서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 기쁨으로 그곳이 더욱 감명 깊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적당한 수의 관광객, 시원하면서 신선한 공기, 적당히 따뜻한 햇살, 모든 게 만족스러웠고 흔쾌했다.
우린 그곳에서 젤라토를 사 먹으며 잠시 숨을 돌렸는데, 젤라토 맛 또한 아주 좋아서 한국에서 맛본 최고의 젤라토로 기억되고 있다.
그날의 숙소인 '국립산림치유원'에 체크인하기 전 우린 영주 맛집이라는 곳을 방문하게 됐는데, '잔디밭숯불 본점'이 바로 그곳이었다.
헌데 문제는 마땅히 주차할 곳이 없어 어머니를 먼저 내려드리고 남편과 주차할 곳을 찾는데, 좁은 골목 사이 그 어디에도 적당한 곳은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마침 뒤편에 있던 모텔에 주차공간이 여유 있어 보여 난 큰 기대하지 않고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께 여쭤봤다.
장애가 있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왔는데 잠시 식사하는 동안 주차를 해도 되겠는지 말이다.
사장님께서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 이 일로 '영주'란 도시에 대한 인식이 다시금 좋아졌다 말한다면 너무 자의적인 해석이 되려나?
암튼 영주란 도시가 점점 좋아졌던 게 사실이었다.
거기에 또 한몫 한 건 방문했던 식당이었다.
첨엔 주인장께서 조금 무뚝뚝하다 여겨졌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음식 맛이 좋았고, 어쩌다 하게 된 대화에서 주인아주머니의 따뜻함이 느껴졌다.
'아, 내가 경험한 영주 분들이 다 좋았으니 영주분들 좋다고 말해도 가히 틀린 말은 아니겠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아니길 바라며 잠깐 이런 생각을 했었다.
식사를 마친 우린 '국립산림치유원'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쳤고, 장애자를 위한 레일 등 특별 시설이 있는 그곳 숙소를 어머니께서 참 맘에 들어하셨다.
물론 그곳에서도 휠체어를 대여해 어머니께서 편하게 지내실 수 있었고, 장애자를 위한 특별 시설이 있는 숙소 바로 옆에 식당이 마련돼 있어 특별히 배려심이 돋보였다.
이곳에선 석식과 다음날 아침 조식까지 이미 예약을 해뒀던 터라 우린 아무 걱정 없이 온전히 숲과 자연을 즐기기만 하면 됐다.
헌데 갑자기 내린 비로 조금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게 되었지만 결론적으론 좋은 선택이었다.
동생을 고속버스 터미널에 내려다 주고 남편과 숙소로 다시 돌아와 어머니를 모시고 다미안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점심식사에서 먹었던 숯불돼지갈비가 아직 다 소화되지 않았지만 우린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마쳤고, 역시 소식가인 어머니께선 거의 식사를 하지 않으셨다.
다음날도 어머니께선 아침식사를 원치 않으셔서 우리만 가서 조식을 먹었다.
그리고 어머니께선 전날 사온 떡과 과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셨다.
식사를 마친 후 잠시 시설을 돌아보고 커피도 마시고 휴식을 취했다.
그날 오후 어머니 병원이 예약돼 있어 여유롭게 숲을 산책하긴 시간이 빡빡해 대신 우린 체크아웃을 마치고 한적한 곳을 찾아 잠시나마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난 열심히 자동차 페달을 밟았고, 우린 넉넉한 시간을 남기고 안전하게 서울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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