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한국, 일본 여행을 오래전에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염두에 둔 항공사는 터키항공이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재작년 호텔 예약까지 해 놓고 사정상 놓쳤던 '이스탄불'에서 레이오우버 시간이 길어지면서 무료관광도 가능해 짧게나마 이스탄불의 흥취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헌데 좀 더 숙고해 보자 예약을 늦췄더니 졸지에 항공비가 엄청 올라버렸다.
그리고 또 하나, 올해 처음으로 에어캐나다가 몬트리올에서 인천공항까지 직항노선을 한시적으로 선보였는데 이것도 꾸물대다 호기를 놓쳐 가격이 엄청 뛰어버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독일의 대도시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가는 루프트한자를 예약하게 됐다.
한국으로 갈 때 레이오우버 시간은 8시간(참으로 긴 시간이긴 했지만 다행히도 처음 독일 땅을 밟는 다미안은 흥분감을 감추지 않았다!) 남짓했고, 한국에서 몬트리올로 돌아올 땐 레이오우버 시간이 무려 22시간이나 돼 난 짧은 프랑크푸르트 여행을 계획했다.
프랑크푸르트는 1997년 혼자 유럽 배낭여행을 할 때 유럽에 처음 발을 디뎠던 공항이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가장 친한 친구가 '마인츠'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친구는 한국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교사생활을 하다 조금 늦게 유학생활을 시작했고 당시 박사과정 중이었다.
유럽 여러 곳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면서 친구집을 허브로 삼을 요량이었고, 또 친구와 함께 여행도 계획한 지라 당연히 프랑크푸르트에 첫발을 내딛게 된 거였다.
당연히 그때 친구가 프랑크푸르트 구경을 시켜줘서 대충 그곳을 둘러봤지만 워낙 오래되기도 했고, 남편과 다미안과 함께 짧게나마 탐방하고 싶어 잘 됐다 싶었다.
올초에 보긴 했지만 마인츠에 여전히 살고 있는 친구 얼굴을 한 번 더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메릿이었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되도록 프랑크푸르트 도심과 가까운 숙소를 찾아보다 적당한 곳을 발견해 잘 살피지도 않고 덜컥 예약을 했다. 어차피 늦게 도착해 잠만 자고 나올 거라 기본 시설만 갖추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분주했던 한국과 일본에서의 시간 동안 한참 잊고 있다 한국을 떠날 때가 되어서야 기억을 떠올렸다.
'참, 우리 프랑크푸르트에서 1박할 거지! 도착 다음날 친구가 얼굴 보러 호텔에 온다고 했고!' 하면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해 몬트리올까지 부친 짐은 찾을 필요 없이 우린 핸들링 가방만 갖고 공항을 빠져나왔고 쉽게 전차를 타고 도심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도보로 10분도 안 되는 곳이라 그야말로 역세권이라는 이점만 보고 예약한 호텔이었는데 막상 호텔을 찾아가는 길은 다소 으스스하면서 우릴 심란하게 만들었다.
거리엔 부랑자로 보이는 이들과 약쟁이, 구걸하는 이들이 관광객들과 혼합돼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미 역 인포에서 위치를 물어봤기에 우린 그나마 수월하게 호텔을 찾았고, 아주 다행이다 싶었다.
체크인을 하면서 호텔 도착까지 상황을 설명하면서 밤에 외출해도 되는지 물어봤다.
리셉션에 계시는 분 말이 이 거리는 괜찮지만 다음 블록은 좀 위험하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불안했던 우리는 가지고 있던 간식으로 버티기로 하고 호텔방에 머물다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다소 불편했던 잠자리(3인 예약이라 당연히 난 싱글베드가 3개든 더블하나에 싱글일 줄 알았었는데 킹도 아닌 애매한 사이즈의 침대 하나였다!) 때문에 일찍 눈이 떠진 우리는 조식을 먹기 위해 아래층으로 향했다.
전날 체크인 때 조식이 포함됐다는 기대 하지도 않았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속으로 '이 정도 수준의 호텔에서 주는 조식이랬자 토스트에 버터와 잼이 고작이겠지 뭐~'하면서 별 기대 없이 말이다.
그런데 웬걸! 웬만한 비즈니스 호텔만큼 꽤 괜찮은 조식뷔페가 눈앞에 떡허니 펼쳐져 있는 걸 보고 나와 남편은 놀랬고, 다미안은 입이 벌어지며 흥분감을 감추지 않았다.
어제저녁식사를 제대로 못했기에 더욱 반가웠던 게 사실이라 우리 셋은 자리를 잡고 분주히 음식을 퍼다 날랐다.
내가 좋아하는 독일빵들과 유제품, 그리고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다양하게 구비된 햄과 치즈와 채소 등을.
게다가 조식당엔 우리 밖에 없었기에 그야말로 전세 낸 기분으로 우리는 흔쾌히 아침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아침 산책을 나가자고 남편과 다미안에게 제의했는데, 둘은 그냥 호텔에 있겠단다.
해서 난 혼자 신선한(아침이라 부랑자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침 공기를 가르며 프랑크푸르트 탐방을 시작했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은 순간은 바로 이른 아침 아직 사람들로 붐비지 않은 호젓한 거리를 산책하는 순간이다. 공기도, 길거리도 아직 다른 이들과 섞이지 않은 그 자체가 참으로 좋다.
바로 그날도, 그 순간도 그러했다.
어쩌면 잠시 후 친구가 호텔에 도착해 또 함께 할 시간이 있었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난 홀가분함을 장착하고 위로 위로 마냥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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