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구석1열에서 소개한 덕에 아주 오랜 만에 내가 썼던 영화
'선생 김봉두'의 감상평을 다시 찾아봤다. 역시나 그때의 감동이 고스란히
느껴지며 아이들의 순수함과 개과천선하는 선생 김봉두로 인해 행복해졌다!
어쩜! 난 왜 이제서야 이 영화를 보게 됐을까? 2003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 말이다. 그 동안
꽤 오래 전부터 최근까지, 좋다는 한국 영화를 많이 찾아 본 것 같은데 이 영화를 이제서야
만나게 된 건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지금의 내 심정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흙 속에
묻혀있던 진주를 발견한, 횡재한 기분”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그런 이유로 난 이
영화를 최근에 감상했던 최고의 코메디 드라마 장르 한국영화라고 당당히 부르겠다.
이미 꽤 세월이 흐른 뒤니만큼 처음에 난 스포일러에 대한 걱정 없이 이 영화의 내용을 속속
들이 소개하고픈 유혹에 빠졌었다. 하지만 비록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어도 영화의 감동이 세
월 따라 빛 바래지는 건 절대 아니므로 절대 그래선 안 된다라는 깨달음이 섬광처럼 날아와 날
유혹에서 건져냈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그러니 나의 감상 평에 조금이라도 마음이 동하시는 분들은 이 영화를 꼭 찾아 감상하시기 바
란다. 절대 후회하시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을 살짝 내비치면서 그럼 지금부터 이 영화에 대한
나의 감상을 피력해보련다.
어린 시절 소사 아버지를 뒀던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아버지의 소망에 따라 소사대신 교사가
됐지만, 아버지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아님 본인의 유흥비를 위해? 아니다. 그가 술을 자
주 퍼 마시고 여자를 가까이 하는 건 자신의 불우했던 과거를 잊기 위해서라고, 난 애써 당위
성을 부여해주고 싶었다. 자신의 열등감과 자신에게 매질을 가했던 미운 담임선생을 생각하며
자학의 몸짓으로 말이다) 촌지를 기꺼이 받고, 공들여 그게 오도록 만드는 아주 질 나쁜
교사다.
거기에 교사가 된 건 그저 자신의 열등감을 조금이나마 지우기 위해, 혹은 아버지의 소망에 따
라, 또는 자신에게 매질을 했던 교사에 대한 앙갚음으로 그리 한 것이지 교사로서의 어떤 책임
감이나 투철한 사명감으로 훌륭한 교육을 펼쳐보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곤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자습대장 지각대장 막장교사라고도 가히 칭할만한 인물이다.
그런 그는 결국 너무도 당연하게 파직을 대신해 강원도에 있는 한 산골 분교 교사로 전근발령
을 받게 된다. 그리고 한숨을 푹푹 쉬며 그곳을 찾은 그는 암담한 현실에서 어떻게든 벗어나
고자 황당, 좌충우돌 무리수란 무리수는 다 둬 보는데 ….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얼마 전 ‘최고의 사랑’이란 드라마에서 무례하고 안하무인, 유아독존의
표본이었던 독고진이 한 여성을 만나 서서히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줬던 연기
자 차승원의 인간성 회복 연기의 첫 시발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가 연기하는
캐랙터가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보이는 그 연유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건 다름 아
닌 그의 실감나는 연기력 탓(?)이라는 걸, 고로 한 인물의 진솔한 모습 앞에서 우리 모두는
다 자기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수 밖에 없으므로 마음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된다.
정말 그랬다. 지극히 불량하고 직무유기의 대가인 이 형편 없는 교사에게 나는 화가 나는 대
신 도대체 왜 그가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거기에 더 몰두하게 됐고, 결국 그를 이해하고 그와
함께 내 인간성도 되찾은 듯한 느낌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를 따라 진정한 깨
달음의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게다가 수려하고 청정한 강원도의 산골, 강가에, 학교를 지키려는 “독수리 5형제”인 순박한
아이들의 빛나는 눈동자, 투박한 강원도의 사투리완 완전 다른, 가슴 따뜻한 산골주민들까지
곁들어지며 온통 나의 마음을 뒤흔드는 배경뿐이니 이로 인해 내 스스로가 정화되는 느낌
을 받게 된 것 또한 덤이라면 덤이라고 하겠다.
덧붙여…,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불쾌지수가 최고치를 마구 갈아치우는 요즘 같은 날, 시원
하게 물장구치는 한 철 없는 교사와 그를 무작정 따르는 순진하고 똑같이 철 없는 아이들의 물
장난을 보면서 내 안의 동심을 맘껏 만끽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라면 재미겠고, 하루 품팔이로
교사에게 자기 마음을 전하는 가엾은 소년 소석이의 그 마음을, 또 한글을 뒤늦게 배우는 꼬장
꼬장하지만 제대로 된 어르신다운 어르신 최 노인의 그 기쁨을, 함께 쫓아가 보는 것도 울컥한
감동의 전율 속에서 참 인간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믿
는다.
이 영화를 감독한 장규성감독은 “이장과 군수”라는 또 다른 코메디 드라마도 연출했던 감독
인데, 그는 가볍고 유쾌한 터치를 주(主)로 하는 코메디 장르를 차용하되 실은 인간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인간성 부활을 말하는 드라마 장르에 더 가까운 작품을 만들어내
는데 주력하는 감독이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래서 그의 코메디는 재미는 필수이고, 인
간성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인간성 부활에 따른 진한 감동까지 우리들에게 두 마리 토끼
를 다 선사하는 듯 보인다. 그러니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그에게 고
마운 마음이 드는 건 너무도 당연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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