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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이야기

영화 ‘스물’과 나의 ‘스물’

by 몬트리올 아리랑 2019. 4. 29.

이병헌 감독의 2014년 영화 스물’.

파릇파릇한 배우들을 보는 기쁨과 함께 마냥 미래가 밝아 보이지만은

않지만 영화에 나온 대로 아직 뭔가를 많이 할 수 있는 나이므로

그래도 찬란하달 수 있는 스물의 보고서를 관람한 후 내 스물

떠올렸다.

 

 스물은 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 지독한 사랑의 열병, 그것으로

점철된, 무모하달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영화 속 그들처럼 나 역시 먼 미래를 계획하기보단 바로 다음날 그와

다시 볼 계획에 몰두했고, 그 순간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었다.

돈이 없다는 그에게 떡국을 사주고 난 라면을 먹으면서도 행복에 겨웠었고

그와 헤어져 뒤돌아선 그 순간 이미 그를 그리워했었다.

그리고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기대감에 가슴이 마구 콩닥거렸었다.

그는 내게 온 우주, 아니 우주 밖 끝을 알 수 없는 그 모든 것이었고

그로 인해 기뻤고, 슬펐고, 아팠었다.

사랑을 하면 할수록 행복하기보단 더 목마르다는 걸 알게 된 것도

바로 그때였다.

세상에 오직 한 가지 사랑만 있는 걸로 알았던 내 나이 스물.

 

영화 스물은 장면 장면이 다 너무도 사실적이라 참 신선했다.

내가 좋아하던 팝송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마냥 미화되지 않은 스물이라 참 좋았다.

더불어 한참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시절을 기억하며 가슴 뛸 수 있음을

알게 돼 무엇보다 신기했다.

하지만 영화 스물은 내게 약간의 쓸쓸함도 안겨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성인이 되는 나이 스물을 지나온 대개의 이들에게 이 영화가

마냥 훤한 웃음대신 다소의 쓸쓸함을 안겨줬다 할지라도 난 이 영화를

비난하는 대신 좋아하기로 했다.

왜냐면 이미 나를 비롯한 대개의 이들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노래의 의미를 알고 있다고 믿기에 말이다.

더불어 사랑의 여러 빛깔을 알아버렸다고 믿고 있기에 말이다

스물을 추억할 수 있게 된 지금이 그때보다 나쁘지 않다고 믿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