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시어머님 섬머 하우스를 다니면서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곳을 무심히 지나
쳤었다. 흔히 사람들에게 있는 그런 심리 중 하나가 정작 서울 사람은 서울에 있는 63빌딩
이나 한강 유람선에 관심이 없다 라는… 뭐 그런 게 있겠는데, 우리 역시 그런 맘으로 언젠
가 가 볼 수 있겠지 라는 다소 느긋한 마음으로 꽤 유명한 명소인 이곳을 홀대했던 거다.
그러다 몇 년 전 남편의 생일날에 우리는 가볍게 산책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그곳을 방문
했었는데, 와우! 사실 그곳이 그렇게 만만히 볼만한 트레일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릴 놀라게 한 사실 중에는 그곳에 래프팅
을 할 수 있는 경관이 뛰어난 협곡이 존재한다는 것 외에도 다양한 경로의 트레일 코스와
다소 험해 보이는 줄타기, 암벽 타기와 같은 코스, 거기에 마치 열대 밀림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그윽하되 다소 험난한 산책로까지 그야말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물론 단체 방
문객들을 만족시킬만한 구성요소들이 다채롭게 마련되어 있었다는 게 있겠다.
또한 한여름을 초가을로 느끼게 할만한 시원한 바람과 숲에서 내뿜는 피톤치드가 발걸음
을 가볍게 만들어줬고, 원시 시대를 연상시키는 기묘한 절벽과 돌들, 자연의 아름다움이
관광객들의 숨을 멎게 만들 정도로 눈과 마음을 호사시키고 있었다. 물론 그런 경관을 구
경하느라 위로 아래로 오르내리는 동안 절로 되는 운동은 덤으로 얻게 되는 혜택이 되겠
고 말이다.
10년이 넘도록 시어머님 섬머 하우스를 들락거리는 동안 왜 이제서야 이곳에 오게 됐는
지 왜 부모님을 모시고 오지 못했었는지 왜 아이들에게 이렇게 좋은 곳을 소개해주지 못
했는지 많이 아쉬운 마음과 가까운 곳에 이런 멋진 곳이 존재했다는 걸 새삼 발견하게 된
기쁨이 묘하게 교차하는 가운데 우리는 많이 미안하고 다소 허탈한 맘으로 그곳을 떠나
왔다.
그리고 언젠가 읽었던 알랭드 보통의 책 ‘여행의 기술’에도 나와 있듯이 우리가 굳이 먼
곳으로 눈을 돌릴 필요 없이 가까운 곳에서도 보고, 느끼려고만 한다면, 즉 수용성에 대
한 의지만 열어놓는다면 우리는 충분히 돈 들이지 않고도 주변의 일상에서도 배우고, 느
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던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시어머님 섬머 하우스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만한 거리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다니 이 또한 복된 일이 아니겠는가~ 라는 만족
감까지 더해져 정말 남편에게는 무엇보다 멋진 생일 선물로 기억될만한 하루가 아니
었을까 라는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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