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영화에 호의적인 나지만
이 영화는 내게 불편함을 던져줬다는
말로 오랜 만의 영화평을 시작해야
할 듯싶다.
이 영화가 줬던 불편함에 대해 지금
부터 천천히 펼쳐볼까 하는데...
먼저, 이 영화에선 그간 영화에서
봤던 클리쉐가 상당하다. 어디선가
본 거 같은 장면들과 에피소드들.
과연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게 기정사실인 건지!
예를 들어 왜 남녀는 술이 떡이 되
게 마시고 의식이 몽롱한 채(아님 꼭
그걸 핑계로) 잠자리를 함께 하는가?
그리고 기억은 왜 일관성 없게 있
었다, 없었다 하는 건가?
왜 영화 속 인물들은 그렇게 하나
같이 입에 걸레를 물고 있고, 그런
모습을 쿨한 걸로 묘사하는지?
언제가 부터 보이는 영화의 공식 같
달까 아니면 남 따라 하는 듯 뵈는
장면 장면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늘 같은 어투에 같은 표정의
여주 공효진이란 배우. 순전히 개인
적 호감도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도 역시 이전의 영화나 드
라마에서 보여줬던 그 말투, 그 표정
이 몹시 눈에 거슬렸다.
해서 요즘 뜨고 있는 드라마 ‘동백꽃’
역시 감동과 재미가 반감하고 있고
말이다.
대신 어리버리 이해하기 힘든 남주
김래원은 방금 자고 일어난 눈이 확
실해 보이는 퉁퉁 부은 눈이 사실감
으로 다가왔고, 무엇보다 입이 깨끗
해(?) 그건 아주 좋았다.
왠지 이 영화, 저 영화에서 짜깁기
한 듯한 장면들, 클리쉐로 비치는
영화 속 인물들의 대화와 어법들,
이게 과연 한국 영화만의 문제일까
아니면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너무 영리해진 영화팬들의 문제일까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시종 영화를
감상한 거 같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요즘 싱숭생숭
한 내 심사가 문제일 수도 있긴 하
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한다. 지
금 와서 다시 곰씹어 보니~
이래도 시원치 않고 저래도 시원치
않고, 내 두발을 각각 한국과 캐나다
에 박아놓고 이도 저도 아닌, 어쩜
내가, 내 처지가 문제일 수도 있겠다
싶다. 영화든 드라마든 책이든 뭐든
적절한 타이밍이 무지 중요하다는
걸 너무도 잘 알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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