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장안의 화제였던 드라마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여기저기서 원성이 메아리친다.
그런데 가만히 ‘기대’라는 단어를 곰씹어보면...
과연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서 뭘 기대했던 걸까란 의문이 남는다.
부익부빈익빈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 대한민국 입시 시스템을
통렬하게 까주는 드라마를 기대했던 것인가,
아님 많이 부러운, 잘 사는 여자들이 자식문제로 인해 남편과 지지고
볶는 걸 기대했던 건가,
그것도 아님 흔한 막장 코드인 출생의 비밀, 복수, 삼각 사각관계 뭐 이런
걸 기대했던 것일까?
이 드라마를 쓴 유현미작가는 아예 처음부터 의무감을 갖고 이 드라마를
시작했다고 천명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이 드라마는 교훈적 내용을 담고 있다란 걸 이미 밝힌 셈이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의 결말은 당연히 교훈적일 거란 걸 이미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혹은 그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마지막 회에서 뒤통수를 맞은 듯 원성을 쏟는 걸
보면서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건 또 아니다. 왜왜?
그건 아마도 이 드라마에서 그동안 보여줬던 시쳇말로 ‘떡밥’이
대다수 시청자들에게 이러이러한 걸 보여줄 거란 ‘기대’를 던져줬기 때문일
듯싶다.
다시 말해 극적인 재미를 위해 작가가 의도했든, 시청률 고공행진을 지속
하기 위해 연출가가 그리 만들었든, 혹은 더 높은 분이 지시해서 그러했든
그동안 보여준 드라마에선 뭔가 그럴 듯한 ‘폭탄’이 언젠가 폭발할 것이란
암시를 꽤 여러 번 보여줬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그저 시청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예고편에서
악마의 편집만 했던 것일 수도 있긴 하다.
그러니까, 작가나 방송사 입장에선 우린 궁금증만 던져준 건데 너희들이
북치고 장구치고 한 거야! 라고 말해도 뭐 뚜렷하게 아니다라고 반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또 들기도 한다.
사람은 원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속성이
강한 존재이므로.
그럼에도 드라마가 끝난 후 난 깨달음을 얻었다. 드라마의 인물들처럼.
사람이 쉽사리 변하긴 참 어려운 일이지만 멀쩡해 보이던 여자가 자살을
하고, 멀쩡한 애가 죽어나가고, 절대 개과천선할 거 같지 않던 여자가
자식의 앞날까지 포기하고 정의를 구현할 때(자식가진 대부분의 엄마는
이리 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주변 사람들이 제 정신을 차리고 반성을 하는,
아이들의 행복과 어른의 행복은 절대 같지 않다는 걸,
자존심과 자존감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는 걸,
바로 이런 화두(물론 이런 것만 해야 한다는 건 절대 아니다!)를 시청자들
에게 어떻게 해야 제대로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해보고 그걸
실현하는 게 바로 작가의 필수요건임을.
개인적으로 유현미작가님을 참 좋아해서 그녀를 위한 변명을 하자면,
작가님은 사회에 큰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었을 것이다. 논란의 무게를
홀로 다 짊어지더라도
“이제 그만 우리 아이들을 괴롭히자”라는 메시지를 말이다!
평소 우리나라 교육이 바뀌려면 내 자식만은! 같은 이기적 사고로 똘똘
뭉친 우리나라 부모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썬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엄마들 혹은 아빠의 자식에 대한 과한 사랑(을 빙자한 대리만족이
맞는 표현이지만)을 통쾌하게 풍자하는 게 참으로 보기 좋았다.
그리고 겉으론 인텔리고 행복한 척하지만 실은 한 없이 부박한 현실
속 쓰레기들을 통렬하게 풍자하는 것도 참 후련했다.
결론적으로 난 이 드라마의 엔딩이 다소 오글거려도 좋았다.
좀 더 세련되게 마무리되었다면 하는 바람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순 없어도
작가님이 의도했던 모두가 자기 나름의 행복을 찾는 결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드라마를 위해 애써주신 작가님, 배우님, 연출가님과 스탭 여러분들께
고맙단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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