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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스페인 포르투갈 크루즈 다섯째 날 2 말라가 '아랍 목욕탕' 체험기

크루즈 여행을 하면서 기항지 밤을 경험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

지금까지 크루즈 여행을 하면서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말라가에서 처음 경험해 봤다.

간혹 기항지에서 항구로 돌아오는 시간이 늦은 경우가 있긴 하지만 여름 같은 경우 워낙 해가 늦게 져서 밤구경하기가 어렵다.

가을 같은 경우 가능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는 기항지 밤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번에 말했듯 이번 말라가 같은 경우엔 오버나잇이라, 즉 말라가에서 이틀을 머무는 여정이라 그게 가능했다는 얘기다.

우리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 구경을 마치고 크루즈 배로 돌아와 저녁을 먹은 후 밤거리를 나섰다.

미리 예약해 놓은 '아랍 목욕탕'을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말라가 항구를 보기 전엔 택시를 불러 탈까 했었지만, 워낙 항구와 도심이 가까워 슬슬 걷기로 했다.

적당한 밤공기와 분위기에 느긋하면서도 기분 좋게 그곳으로 향하는 도중 요트부터 시작해 찬란한 말라가의 밤을 경험하게 됐다. 낮의 말라가를 보기도 전에 말이다.

 

 

대성당을 지나쳐 구글맵을 따라 우린 '아랍 목욕탕'(Hammam Al Ándalus )에 도착했다. 

입장권은 온라인으로 미리 구입해 놓았는데 한 시간 반 목욕에, 15분 마사지 포함 2인 $165.60을 지불했다.

사진은 찍을 수 없다고 되어 있었고, 준비해갈 것은 수영복과 샤워 후 필요한 간단한 화장품 정도.

샴푸와 컨디션녀, 바디젤과 타월은 구비가 되어 있었고, 타월 같은 경우는 입장할 때 하나를 받고, 목욕이 끝난 후 샤워용으로 또 하나를 받았다.

 

안경을 벗고 탕에 입욕하는데 조명도 은은할 정도로 아주 약하게 되어 있어 약간의 신비감과 더불어 편안함이 몰려들었다.

목욕 시설은 약간 미지근한 탕, 좀 더 따뜻한 탕이 있었고, 스팀 사우나도 있었고, 냉탕도 있었지만, 다른 스파 시설과 달리 이곳에선 오랜 시간 몸을 덥히지 않았기에 냉탕엔 들어가지 않았다.

적당히 목욕을 즐긴 후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15분이란 시간이 짧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온몸이 개운해지며 만족스러웠다.

 

남편과 나는 함께 마사지를 받고 둘 다 노곤하면서도 피곤이 풀린 몸과 마음으로 흔쾌함을 느꼈다.

몬트리올과 다른 점이라면 몬트리올에서는 팁이 거의 반강제적인데 반해, 이곳에선 주고 싶어도 어떻게 줘야 할지 몰라 입으로만 고마움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스페인은 어디든 하몽집을 꽤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말라가 크리스마스 장식이 꽤 유명하다는데 그 명성대로 이미 10월 말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준비돼 있었다.
낮과는 좀 다른 매력을 뿜뿜 내뿜는 교회와 그밖에 거리 모습.
저 멀리 요새도 보이고 있고...
어느 부유한 분의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요트가 정박돼 있었다.
밤 늦은 시간까지 깨여 있어 늦은 시각 몸과 마음을 불태우고 있는 시니어들도 꽤 오랜 만에 구경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목욕과 마사지를 마치고 그곳을 나와 밤거리를 조금 더 감상하다 크루즈 배로 돌아왔다.

보통 우린 9시 정도면 취침을 준비하는데 그날은 10시가 훌쩍 넘어서 돌아왔고, 꽤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여정 역시 말라가 시내 구경이라 심적으로 부담감이 적어 그랬던 거 같다. 

낮에 그렇게나 바빴던 몸과 마음을 목욕과 밤산책으로 마무리하며 기분 좋게 하루를 마쳤던 걸로 특별히 기억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