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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스페인 포르투갈 크루즈 여섯째 날(2023/10/26) 낮의 '말라가'

다음 날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남편과 나는 낮의 '말라가'를 구경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흥미로운 건 항구에서 말라가 시내 가까이까지 조성된 길가에 무수히 많은 대추야자가 열매를 품고 우뚝 솟아 있는 것이었다.

흔한 건 천대받는다는 룰은 어디든 통용되는 듯 이리저리 밟히고 있는 대추야자 열매들! 가까웠다면 다 싸들고 왔을 뻔했다는 이야기를 먼저 전한다!^^

 

 

대추야자 열매 아까비!를 외치며 어젯밤 지나쳐 왔던 해변가의 상점들도 구경하면서 말라가 시내로 향하고 있는데 역시 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 보였다.

그날의 목적지는 특별히 정하지 않고 한가롭게 거리와 사람들 구경만 하기로 맘먹었기에 우리 마음과 그에 따른 걸음걸이는 평소와 다르게 아주 느긋하기만 했다.

 

말라가는 피카소가 탄생한 곳이다 보니 역시 이곳에도 피카소 뮤지엄이 있었는데, 우린 이미 바르셀로나에서 피카소 뮤지엄을 구경했기에 이번엔 건너뛰기로 했다.

그 밖에도 말라가엔 대성당을 비롯해 어트랙션이 꽤 있었지만 역시 그날은 어슬렁거림에 주력하기로 해 그 모든 곳은 눈구경으로만 그쳤다.

 

어디를 가든 화려한 색감의 그래피티엔 눈을 뗄 수 없다는...

 

중심가를 걷다 보니 말라가 역시 이슬람 문화와 밀접했었다는 게 확연하게 다가왔다.

어젯밤 방문했던 아랍 목욕탕뿐만 아니라 건물과 유적지 곳곳에서 아랍의 향취가 진하게 풍겨 나왔던 것!

심지어 기념품으로 파는 것들에서도 아랍 문화의 내음이 솔솔 풍겨 나왔다.

 

물론 말라가에도 로마의 유적으로 보이는 로마 극장이 있었다.

하지만 아랍권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으로 보였고, 사실 또한 그랬다.

대성당을 지나, 피카소 뮤지엄을 지나 우린 계속 걸었고, 드디어 커피 한 잔을 마셔야 할 타이밍이 됐음을 깨달았다.

남편이 검색하더니 아주 작지만 평점 높은 곳을 찾았다고 좋아라 했고, 그곳에 도착한 우리는 콜롬비아에서 온 본토인과 그곳으로 이민 갔던 중국 청년이 함께 가게를 꾸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

 

곳곳에 숨쉬고 있는 피카소의 숨결!~

 

결과적으로 커피맛은 훌륭했고, 두 사람은 친절했다.

우연히 그곳에서 캐나다 퀘벡에서 온 솔로 트래블러 여자분을 만났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더불어 문득, 이렇게 여행은 예측불가능한 일, 좋은 경우엔 '세렌디피티'(운좋은 발견),로 행복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다는 생각이 드는 걸 경험했다.

 

중간에 들른 이곳에서 사온 고소짭쪼름한 마카다미아넛을 한동안 참 잘 먹었다!

 

그밖에 말라가에도 역시 우리가 발렌시아에서 맛보고 구입까지 했던 'Vicens'라는 디저트숍이 있었고, 특별히 그곳에선 창문 너머 퍼포먼스까지 구경할 수 있었다!

이런저런 구경거리를 마친 우리는 항구로 돌아오는 길에 젤라또를 또 맛봤고, 해변 앞 멋진 상점들을 구경하며 크루즈배로 돌아왔다.

 

오동통한 이베리코 흑돼지님들이 조금은 불쌍하게 느껴졌지만 잠시잠깐이었고!ㅠ.ㅠ
이탤리의 내음도 약간 풍기고 있었고!
시내와 항구 사이 길 따라 도심속 공원이 또 자리잡아 시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이런 잎은 살면서 첨 봤다는...
내 손 절대 아닙니다! 주의요! 젤라또를 참 예쁘게 와플에 담아준 언니께 뒤늦은 감사를 전한다!
말라가 관광버스가 항구 바로 앞에 정차했다!

 

그날 역시 제일 빠른 시간에 저녁식사를 하고, 대극장에서 공연을 감상한 것까진 다른 날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날 밤엔 특별히 중앙홀에서 2인 1조가 돼 아크로배트 공연이 있었다.

또한 우린 처음으로 또 다른 뮤지션(바이올린, 첼로 2인조)을 발견해 오랜만에 귀를 호강시켰다.

아울러 모처럼 여행에서 느긋하게 보냈던 날로 기억되는, 마음과 눈과 귀가 함께 흔쾌했던 하루였다!

 

전자바이올린 연주자의 화려한 복장만큼 그녀의 퍼포먼스 또한 강렬했고 활기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