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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스페인 포르투갈 크루즈 일곱째 날(2023/10/27) 아기자기했던 '카디즈'(Cadiz)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기항지는 카디즈였다.

이곳은 작은 도시로 크루즈 승객들은 주로 '세비야' 관광에 나선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라나다에서의 실수(?)

를 떠올리며 카디즈에 남기로 맘먹었다.

'세비야'는 여유를 갖고 적어도 1박 이상 하면서 둘러볼 걸 결심하면서 말이다.

 

해서 이날 역시 느긋한 하루를 예감하며 우린 실로 오랜만에 정찬 레스토랑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뷔페가 아닌 레스토랑에서 브렉퍼스트 메뉴에 나오는 아침식사를 주문해 맛있게 먹은 후 우리는 곧장 카디즈라는 도시 탐방에 나섰다.

 

 

이곳 역시 항구에서 시내가 가까워 항구를 벗어나 광장으로 나온 뒤 오른쪽 바다를 끼고 나 있는 길(San Carlos Walls)을 따라 걷다 보면 갖가지 관광명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 오른쪽엔 바다가, 왼쪽엔 예쁜 정원들이 한동안 이어졌다.

 

 

많이 이른 시간이기도 했고, 우린 따로 입장하지 않고 관광지를 지나치기로 이미 작정했기에 주로는 바다 쪽에 시선을 뒀다.

광활한 바다와 바다 근처에 있는 명소들을 대충 눈으로 훑다 보니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께서 낚시하는 모습도 보였고, 요새를 비롯해 성이 있는 해변에 도착하게 됐다.

 

 

성은 닫혔다는 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곳까지 가보진 않았고, 대신 남편과 나는 해변을 조금 거닐었다.

찬란한 햇살이 제대로 윤슬을 보여주는 낭만이 가슴을 순간 뭉클하게 만들었다.

오래전 제주의 바다에서도 느꼈던 바로 그 감성이었는데, 드넓은 바다가 사방으로 뻗친 햇살을 받아 반짝일 때 난 난데없는 경이감을 느끼곤 한다.

 

 

그곳에서 준비해 간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조금 보내다 우린 다시 걷기를 계속했다.

그 후 우리가 도착한 곳은 카디즈 시장이었는데, 하몽은 말할 필요도 없었고 남편과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봤던 최고의 어종과 해산물 종류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렸다.

"와우! 여기 에어비엔비에서 머문다면 이것들 사다 실컷 요리해 먹을 텐데~"

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던 건 안 비밀이다!

 

요것은 혹시 명란?이라고 지금까지 굳게 믿고 있다!

 

또한 그곳엔 우리의 총각무까지 있었는데, 외국에서 한국 식품점이 아닌 곳에서 총각무를 발견한 건 난생처음이었다.

'와! 여긴 정말 몇 달 살아도 좋겠는걸? 총각김치해서 해물탕 끓여 먹고 하면서?'

이건 입 밖으로 내지 않고 나 혼자 했던 생각이었다.

 

그곳을 벗어나 길을 걷다 보니 사람들이 먹고 있는 납작한 전 같은 게 눈에 들어왔다.

급 궁금해진 우린 레스토랑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주문해 봤다.

작은 새우를 넣어 만든 일종의 빈대떡 같은 거였는데, 먹어보니 새우 맛보다는 밀가루 맛이 강했던 게 사실이었다. 짭조름한 맛이 났지만 결코 고급진 맛은 아니었다는 슬픈 뒷담화를 전한다.

"이래서 궁금해하지만 말고 직접 먹어보고 경험해 봐야 한다니까!"

하면서 다소 씁쓸한 기운을 느꼈지만 이 또한 여행이 주는 불예측성, 혹은 산교육이 아닐까 싶다.

 

 

그날의 백미는 단연코 대성당 근처에서였다.

햇귀를 받은 광장은 찬란했고, 그 광장에선 그냥 보긴 정말 아깝고 미안한 공연이 펼쳐졌다.

기타 종주국 스페인답게 그들의 기타 연주는 월등했다. 해서 난 아낌없이 공연비를 지불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노천카페에서, 성당 계단에 앉아 음악을 감상했다.

우리 또한 거기에 끼어 음악을 들었고, 동시에 햇살을 즐겼다.

"바로 이런 게 행복이지!~"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좀 더 주변을 걷다 다시 그 근처로 와 맛난 젤라또를 또 사 먹었다.

둘 다 말은 안 했지만 아마도 그 햇살이 그리워서였을 거다.

따끈하면서도 포근한 햇살로 마음까지 온화해지는 그런 기분! 아는 사람은 다 아시리라 믿는다.

 

 

그렇게 걷고 또 걷다 크루즈 배로 돌아왔는데, 사진으로 남기진 않았지만 카디즈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길 위에 색으로 관광여정을 만들어 놓은 거였다.

초록색, 핑크색, 노란색, 파란색 등이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날은 대극장을 찾아 오랜만에 뮤지컬을 감상했다.

그 후 곧장 룸으로 돌아와 '이제 내일 바다항해날이 지나고 나면 우린 스페인을 떠나 포르투갈 기항지에 도착하게 된다. 요즘 한국사람들에게 인기 짱인 그곳, 포르투로!'를 맘속으로 외치며 잠자리에 들었다.

 

남편은 점심으로 오랜만에 햄버거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