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 고향은 강릉이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태어난 곳은 춘천이지만 주로 강릉에서 자랐다.
어머니 말씀으론 당시 강릉은 군이었고, 우리 외할아버지께선 강릉 군수셨다고 한다.
당시 강원도는 지금과 많이 달랐고 어머니 외가는 울진, 해서 동해(당시 이름은 묵호)나 영덕 같은 곳은 익숙하면서 어린 시절 추억이 어린 곳이다.
그런 어머니를 위해 이번 여행에서 특별히 재래시장이 서는 날이 있으면 싶었는데 공교롭게 우리가 망상에 도착한 다음날인 6월 28일이 장날이었다.
망상해변한옥마을에서 체크아웃한 후 우린 북평 5일장을 구경하러 갔다.
가기 전 동생 전화가 왔는데 아침 8시 기차를 놓쳐 다음 기차로 동해에 12시가 넘어 도착한다고 했다.
가능하면 동생과 함께 5일장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다음 여정을 생각해할 수없이 우리끼리만 가기로 했다.
그전 우리는 북평 복지센터에 들러 휠체어를 대여했다.
원래는 어머니 소유 휠체어를 싣기 위해 차를 렌트하려고 했는데 문제가 생겨 부랴부랴 복지센터에 전화를 해 휠체어 대여가 가능한 걸 확인했다.
휠체어를 빌린 후 우린 어머니와 함께 장 구경에 나섰다.
좁은 공간이었지만 사람들은 기꺼이 자리를 내줬고, 난 되도록 사람들에게 피해 주지 않기 위해 애쓰며 어머니 휠체어를 조종했다.
강원도 특산물 외 과일과 생선을 비롯한 해산물, 길거리 음식 등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했고, 우린 구경도 하고 장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나로서는 옛 추억에 빠져 흔쾌해하는 어머니를 보는 즐거움이 컸다.
꽤 많은 걸 사들고 휠체어를 반납한 뒤 우리는 그곳을 빠져나와 시간에 맞춰 동생을 픽업하러 갔다.
동해역에서 동생을 만나 우린 다시 북평 5일장이 열리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위치한 유명 국밥집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점심시간이라 소문대로라면 줄을 서 기다려야 할 걸로 예상했었는데 다행스럽게 웨이팅 줄은 보이지 않았고, 우린 금방 자리를 잡고 앉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린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했고, 드디어 국립 춘천숲체원에 도착했다.
짐을 대충 풀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 맛집을 검색하다 더덕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장가네 더덕밥'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상호에 따라 우리는 더덕반찬을 포함한 백반집인 걸로 예상했는데 도착해 보니 그곳은 한정식집이었다.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그렇고 해서 식사를 주문했는데 원래 우리 가족은 다 저녁식사를 간단하게(캐나다에서 나와 남편은 오후 5시 전에 저녁식사를 마치고, 어머니와 동생도 고구마나 간단한 걸로 저녁을 대신하고, 다미안 역시 량이 많지 않다.) 하기도 하지만 다미안이 한국음식에 익숙지 않아 4인분만 주문하기로 했다.
주문을 받던 분이 조금 난색을 표하는 듯하더니 그럼 리필은 안 하는 걸로 말해서 그럴 거라고 했다.
아이 포함 다섯 명이지만 4인분만 주문했으니 당연히 리필은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었지만.
잠시 후 식사가 나왔고, 딱 보기에 절대 4인분 량이 아닌 듯 보였다.
뻔한 숫자인 김치전이나 생선은 4개였지만 기타 반찬류가 적어 보였다.
가족들 기분 상하지 않기 위해 표 내지 않고 식사를 시작했다.
음식맛은 그냥 그랬고, 3인분인 듯한 4인분이었지만 우린 그것마저도 어느 정도 남기고 식사를 마쳤다.
숙소로 돌아와 쉬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이 떠진 나는 혼자 산책하기 위해 일어났고, 다미안이 곧 깨어나 함께 가길 원해 우린 조용히 숙소를 빠져나왔다.
산책로에 들어서고 잠시 후 남편이 카톡으로 자기도 산책하고 싶다고 해 남편을 기다리다 우린 함께 산책로를 걸었다.
생기지 얼마 되지 않아 투숙객들이 거의 눈에 안 뜨였고, 그 덕분에 아주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시설도 둘러보고, 무인카페에서 자동으로 음료가 만들어지는 걸 구경한 후 마셔보니 맛도 꽤 괜찮아 놀랐다.
다미안 왈 "한국은 미래의 나라다!"란다.
하긴 캐나다는 모든 게 한국에 비해 느린 편이니 당연한 얘기다.
숙소로 돌아와 보니 어머니와 동생도 일어나 이미 퇴실 준비 중이었다.
짐을 챙기고 간단하게 과일과 아침식사용 토스트를 먹은 후 우린 다음 여정인 속초를 향해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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