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커피를 마시고 '히츠마 부시 빈쵸 장어덮밥'집까지 가는 처음 여정은 꽤 순조로웠다.
시간적 여유도 있어 우린 유명한 '긴자식스'도 잠시(언젠가부터 난 쇼핑에 관심이 뚝! 떨어졌기에) 구경하고 다미안이 관심을 갖는 '유니클로'에도 잠시 들러가며 여유를 즐겼다.
물론 긴자의 화려한 건축물 구경도 계속 됐고!
그러다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하러 장어덮밥집을 찾아가는데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그이 구글맵도 내 구글맵도 제대로 작동이 안 돼 우릴 자꾸 엉뚱한 곳으로 데려가는 거다.
내 머릿속의 기억으론 북쪽으로 가라고 하고 있는데, 자꾸 남쪽으로 우릴 안내하는 구글맵을 첨엔 믿고 따라갔다.
그렇게 얼마를 가다 보니 도저히 아니다 싶어 길 가던 이들에게 도움을 청해 물었다.
정신이 없어서인지 장어덮밥집이 있는 '마로니에 게이트'를 물었음 빨랐을 텐데 난 엉뚱하게 구글맵만 보여줬다.
그 결과 한참을 돌고 돌아 우린 겨우 제대로 방향을 잡긴 했는데 그때부턴 시간과의 싸움, 걸음 빠른 난 문제가 전혀 없었지만 남편이 요즘 들어 부쩍 걸음이 느려져 속도가 나지 않는 거다.
난 서둘러 내 위치를 손 들어 표시하면서 앞서 달려 나갔다.
다미안은 할아버지 옆에서 보조를 맞춰주고 있었고, 난 급한 마음에 마구마구 걷기 시작했다.
코너를 돌아 사라진 내 모습을 못 봤을까 싶어 카톡으로 연락하면서 겨우 우린 '마로니에 게이트' 앞에 당도했다.
그렇게 힘겹게 약속 시간보다 약 5분 늦게 도착하게 됐는데, 다행이라면 바로 자리로 안내되었다는 것!
휴! 가벼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우리 셋은 착석했고, 그때부턴 뭘 주문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장 인기가 많아 보이는 걸 주문하고 음료도 주문하고 나서야 제정신이 차려졌다.
그리고 주변의 광경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제법 높은 곳이라 저 아래 풍경도 눈에 들어오고, 맛나게 장어덮밥을 먹는 이들도 보였다.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해소하니 살 거 같았고, 장어덮밥은 기대대로 맛있었고, 쉼과 미각을 다 만족시키니 기분도 아주 좋아졌지만 계산서를 받아 드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엔저라더니 장어덮밥과 음료에 이 가격 실환가?'
15,350엔이면 좀 과한 게 아닌가 싶어서였다(물론 내가 사는 몬트리올에서 이 퀄리티의 장어덮밥은 꿈도 꿀 수 없고 량도 많았지만 서울과 비교해 보자면 그다지 메릿이 있는 거 같지 않아 전날 츠키지 시장에 이어 잠시 해 본 생각이었다!).
원래는 식사를 마치고 걸어 천천히 도쿄역 근처 건물과 풍경들을 구경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역시나 따가운 햇살 탓에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아 우린 지하철에 올랐고, 그렇게 도쿄역으로 향했다.
복잡한 도쿄역을 빠져나와 도쿄역 역사 앞에 도착하니 그제야 진짜 도쿄 여행 중이라는 게 실감 나기 시작했다.
예전 우리의 서울역과도 어느 정도 모습이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암튼 도쿄 명물 중 하나라는 게 분명해 보이는 그곳 근처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광장엔 이미 많은 이들이 북적거렸고,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어 도쿄역을 배경으로 남편과 다미안 사진을 찍고 주변 광경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도쿄역 야경을 찍기 위해 옆 건물 '키테 가든'으로 향했다.
천창이 돋보이면서 널찍한 1층 광경이 눈에 들어오는데, 시원한 에어컨 바람 탓도 있겠지만 무척 시원스럽게 느껴졌다.
이번 여행의 테마 '도쿄의 건축물'을 제대로 탐방하는 건 더운 날씨 탓에 아쉽게 포기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봐왔던 건물 만으로도 이미 도쿄는 충분히 멋진 도시라는 걸 실감하면서 '키테 가든 전망대'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우린 의자에 앉아 휴식하면서 시간이 흐르길 기다렸다.
<일몰>의 시간이 될 때까지.
난 수시로 전망대 밖을 오가며 변해가는 도쿄의 하늘을 체크했다.
여러 컷의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그리고 아주 만족스럽진 않아도 멋진 도쿄역의 야경을 가슴에, 셀폰에 담을 수 있었다.
아마도 도쿄에서 가장 느긋하고 여유로웠던 시간으로 기억될 시간과 함께 말이다.
남편과 다미안과 함께 어둠이 깃든 전망대를 조금 산책한 후 우린 숙소로 향했다.
그날도 우린 저녁은 간단하게 편의점 음식으로 대신했다.
계획에 넣어 두었던 도쿄역 근처 뷔페나 도쿄 라멘 스트릿은 배가 불러서, 줄 서기가 싫어서 생각조차 나지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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