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 부모님을 모시고 가 본 적이 있긴 했지만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곳을 남편과 찾았다.
몬트리올 다운타운을 찾았던 그다음 날인 지지난 일요일, 우린 늘 가는 오픈마켓에 들렀다 집으로 바로 가기가 그래서(날씨가 너무도 좋으니~) 어딘가로 가자고 마음을 모았고 남편이 기억해 내 그곳으로 향했던 거였다.
그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난 겨우 그곳을 기억할 수 있었는데, 기억이라고 해봤자 교회와 물가 정도였지 많이 변화한 그곳을 남편도 꽤나 첨엔 낯설어했다.
전에 비해 시설이 좋아졌다고 해야 하려나?
없던 의자도 많이 생겼고, 문화센터를 겸하고 있는 카페도 생겼고, 아무튼 10년도 훌쩍 넘어 다시 찾아보니 많은 게 변해있었다.
우린 벤치에 앉아 호숫가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다, 앞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구경하기도 하다 마침내는 주변을 산책하기로 하고 벤치에서 몸을 일으켰다.
고즈넉한 동네는 그야말로 절간마냥 고요했고, 가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눈에 뜨일 뿐 전형적인 퀘벡의 교외 마을다웠다.
언젠가부터 난 도시보다는 시골이 훨씬 좋아졌는데, 특히 햇살을 가득 머금은 드넓은 초원을 바라보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늘 이게 천국이구나 싶어 혼자 감격하곤 한다.
아낌없이 우리에게 힐링을 선사하는 자연에 대한 감사함은 물론 이런 순간을 만끽할 수 있음에 무아지경이 되곤 한다.
그날도 그랬다.
햇살에 은빛 반짝임을 머금은 잔잔한 물결(윤슬이라고 하죠?^^), 햇빛을 받아 다양한 음영을 드러내는 나무와 잎들, 사방에 부유하는 안락한 기운, 지나치며 서로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 이걸 바라보고 있는 남편과 나, 모든 게 참으로 조화롭게 느껴졌다.
삶에 그다지 애착을 갖고 있지 않은 내가 그나마 가장 아끼고 싶은 순간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찰나다.
소중해서 두고 떠나기 너무 아깝다고 여기게 되는 그런 시간.
흔쾌함을 간직한 채 다음을 기약하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되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선 벌써 다음 주말엔 뭐 할지를 의논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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