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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이야기

처음 방문해 본 퀘벡 마을 'Chambly' 'Fort Chambly National Historic Site' 외

 

우리만의 일요일을 만끽하기 위해 오늘 찾은 곳은 몬트리올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 위치한 마을 'Chambly'였다.

내가 좋아하는 퀘벡의 '리셀리우 강'(Rivière Richelieu) 가까이에 있었는데, 리셀리우 강을 구경하면서 왜 이곳은 놓쳤었는지 알쏭달쏭했지만 뒤늦게나마 방문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하고 탐방을 시작했다.

 

우리는 제일 먼저 'Fort Chambly National Historic Site', 일명 요새를 방문하기로 했다.

그곳으로 향하는 길에 저 멀리 강 한가운데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을 발견하곤 화들짝 놀랬다.

'어떻게 강 한가운데로 간 거지?'

참으로 신기했는데 아마도 수위가 낮거나 밑에 자갈이 많이 깔렸나 보았다.

 

 

 

이미 색다름을 목도하고 요새 안으로 들어가니 때마침 영어로 퀘벡 군인 유니폼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었다.

앞부분을 조금 놓쳤는데 어떤 여학생이 모델을 하고 있었고, 퀘벡 청년이 나름 유창한 영어로 유니폼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의 말에 의하면 '뉴 프랑스'로 불렸던 올드 퀘벡의 군인들은 프랑스 군인과 똑같이 군복을 입었는데, 프랑스 군복의 특징은 실용성보다는 패션에 더 집중한 스타일이라고 했다.

흰 셔츠에 푸른색의 반바지, 반바지 아래엔 울로 된 푸른색의 긴 양말을 신고 신발은 둘 중 하나를 고르는데, 나막신 같은 거 아님 일반 슈즈였지만 전혀 군화로 보이진 않았다.

모양도 모양이지만 밑에 징을 박아 시끄럽기도 하고 스파크가 일어나기도 했다고.

셔츠 위에는 두꺼운 모직으로 된 망토를 입었는데 어이없게도 여름이든 겨울이든 같은 복장을 유지해야 해서 여름엔 너무 더웠고, 겨울엔 추웠다고 한다.

검 또한 너무 길었고, 총 또한 총알이나 파우더를 넣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한꺼번에 한 번 상대를 향해 쏘는 걸로 만족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폼생폼사를 위해 실용성 같은 건 개한테 던져줬단 얘기인데, 그런 상태로 싸움을 하자니 군인들 입장에선 아주 죽을 맛이었을 듯싶다.

 

 

설명을 다 들은 후 우린 요새 안을 천천히 구경했는데,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전쟁 시에는 군인이었지만 평화 시 군인들은 무역에 필요한 통관을 담당했다는데 당시에는 무역도 무역이지만 밀수 또한 꽤나 빈번했었던 듯 보였다.

군인들이 묵던 병영 공간도 보였고, 신앙심이 깊었던 그 시대 꼭 필요했던 자그마한 교회도 있었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이 군인의 복장과 유니폼 체험했던 소녀의 복장이 똑같다!

 

점심을 먹기로 하고 우린 준비해 간 샌드위치와 과일, 간식을 차에서 가져와 강이 보이는 곳에 자릴 잡았다.

그늘진 곳에 매트를 깔고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는데 냄새를 맡은 벌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샌드위치 때문인지, 달달한 과일 때문인지 아무튼 벌을 피해 후다닥 점심을 마치고 우린 자리를 떴다.

가져간 커피도 그저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곤 차로 돌아갔다.

 

차에서 정리를 마친 우린 산책을 결심하고 공원을 지나 운하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역시나 'Marina Chambly'란 이름답게 그곳엔 많은 보트들이 정박해 있었다.

각각의 크기와 모양, 규모가 갖춰진 보트들, 거기에 패들 보트와 카약 등 강 위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보트 등이 한가롭게 떠 있었고, 그걸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우린 기분이 몹시 상쾌해졌다.

 

공원 안 실내공간에선 '베이비샤워' 준비가 한창이었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공원 모습.

 

산책 겸 동네 구경을 이어가다 우린 '생-조셉 교회'까지 발길이 닿았다.

이미 미사가 끝났는지 교회 주변은 정적만이 감돌았고, 우린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 걷기 시작했다.

아까완 조금 다른 동선으로 귀여운 상점들을 구경하며 걷기를 계속하다 햇빛 작렬함에 못 이긴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조그만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 마을이 리셀리우 지역의 심장이라는 자랑 섞인 글.
예전 수녀님들의 거처로 쓰이던 건물에 대한 설명이 앞에 놓여있는 등 이곳은 마을의 특색을 잘 살린 듯 보였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상냥한 점원 아가씨가 우릴 맞아줬고, 필요한 게 있는지 물어왔다.

우린 맛나 보이는 젤라토 2 스쿱을 주문했다.

피스타치오와 초콜릿 프레인 이렇게 주문했는데, 피스타치오에는 엑스트라가 붙는다는 걸 영수증을 보고 알았다.

가격은 조금 있었지만 맛을 본 순간 남편과 나는 눈을 교환하며 놀라움을 표했는데, 지금까지 퀘벡을 포함 캐나다에서 먹어 본 최고의 맛이라 그랬다.

마치 이탤리에서 원조를 맛본다고 착각할 만큼의 맛에 우린 몇 번이나 맛있다를 연발했다.

 

하나 보면 열을 안다고 급 호감이 생긴 나는 그곳에서 계획하지 않았던 스프레드와 초콜릿을 쇼핑했다.

초콜릿 헤이즐넛, 메이플 시럽 캐러멜, 래스베리 캐러멀 이렇게 3개의 스프레드와 피칸 메이플 화이트 초콜릿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초콜릿이 그것.

 

옆에 있는 아가씨와 건너편의 청년이 함께 레버를 조정하면서 운하의 수문이 열리고 닫혔다.

 

기분 좋게 그곳을 나와 주차된 곳으로 향하던 중 우린 아주 신기한 걸 구경하게 됐는데, 그건 바로 운하를 통과하는 큰 요트를 보게 된 거다.

요트가 있던 곳의 물이 서서히 빠지면서 요트가 아래로 가라앉아 키를 맞추고 수문이 열리면서 요트는 그곳을 빠져나가는 광경이었는데, 총 5분 정도 소요되는 과정이 생전 처음 보는 장면이라 많이 신기했다.

우리가 걸어왔던 통로가 옆으로 빠지면서 수문이 열리고 요트가 다 빠져나가자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 통로가 되는 게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다.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 운하 간 통로.

 

얼마 전엔 몬트리올 살면서 처음으로 '클리프 다이빙'이란 걸 구경했고, 오늘은 또 운하 수문이 열리는 걸 구경했으니 역시 집콕만 할 게 아니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구경거리가 생긴다는 게 실감 났다.

차로 돌아와 그곳을 떠나오면서 다음엔 또 무슨 신기한 구경거리가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어봤다.

하지만 혹 새로운 구경거리가 없더라도 사실 상관없다.

익숙한 것들도 새롭게 보려고 노력만 하면 새로운 뭔가를 발견할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

그렇게 오늘도 좋은 반나절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그렇듯 참으로 안온했다

 

*** 운하의 수문이 열리고 닫히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시간이 총 3분이 넘어가니 업로드가 안 되네요!ㅠ.ㅠ

해서 급하게 유튜브 영상으로 만들어 올려봤습니다. 구경해보세요!^^

운하가 열리고 요트 나가는 모습 (youtube.com)

 

저녁식사는 미고랭에 대구와 새우를 넣어 만든 완자에, 적양배추와 당근, 래디쉬 피클을 섞은 국적불명 음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