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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리스본 근교 '신트라' 그리고 리스본 여행 셋째 날 '무어의 성'(Moorish Castle), 그리고 다시 리스본!

무어의 성은 예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원래 우리가 구입한 티켓은 패스트트랙이었지만 보통 티켓과 다른 점은 보이지 않았다.

암튼 우리는 다소 여유로운 그곳이 첫눈에 맘에 들었다.

사방이 훤히 뚫린 공간도 그렇고, 여기저기 자연 자연하는 것도 맘에 들었다.

 

역시 남편은 계단을 따라 성에 오르는 걸 조금 힘들어했다.

나보고 혼자 가라고 말해 내가 가서 한참 사진을 찍고 있으면 뒤늦게 따라 올라오곤 했다.

그래도 늦게나마 올라와 산정상에서 신트라 시내를 조망하는 게 다행이라 여겼다.

 

 

좁은 계단을 딛고 올라와 사방이 탁 트인 360도 광경을 보고 있자니 사람들이 높은 곳을 선호하는 게 이해가 됐다.

굳이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전망대를 올라가는, 좀 더 확장해선 고난도 등산을 즐기는 그 심리를 이해했다고나 할까?

 

무어의 성이란 이름 지어진 그곳에서 여기저기를 오르며 마지막으론 페나성이 마주 보이는 최고 지점에 올라 가져간 간식과 과일을 먹으며 남편과 숨을 돌렸다.

힘들었지만 이런 멋진 곳을 방문한 걸 자축하며 조금 쉬다 우린 내려왔다.

내 맘 같아선 걸어 내려가며 다른 곳도 구경하고 싶은데, 남편이 힘든 기색을 내보였다.

해서 우린 맨 처음 신트라역에서 탔던 버스를 기다렸다 타고 다시 신트라역으로 내려왔다.

 

 

신트라에는 페나성과 무어의 성 말고도 신트라 궁전, 헤갈레이라 별장. 몬세라트(우리가 방문했던 스페인 바르셀로나 근교 몬세라트와 이름이 같은)가 있었지만 우린 그곳은 다음에 찾기로 했다.

여전히 조금 힘들어하는 남편과 함께 아직도 사용 가능한 리스보아 카드를 생각하며 나는 리스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리스본으로 돌아온 우리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구글을 검색한 남편이 발견한 식당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난 해물밥을, 남편은 연어구이를, 애피타이저로는 올리브를 곁들인 토마토를 주문해 맛있게 먹었다.

계산서를 받아보니 총합이 50유로 60.

 

 

식사 후 주변을 산책하며 맛있어 보이는 디저트에 눈을 던지다가 나는 포르투갈의 명물이라는 '대구케이크'(바칼라우) 집을 발견했고, 지금은 배부르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하나 맛봐야겠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리스본엔 어딜가나 디저트집이 거리에 넘쳤다는!

 

남편은 라테를, 난 아이스라테를 그리고 페이스트리 하나 해서 9유로 80을 지불했다.

 

식사를 했으니 당연히 디저트와 커피를 빼놓을 수 없었고, 우린 이미 단골이 되어버린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후 거리를 따라 걷다 어느덧 코메르시우 광장을 거쳐 바닷가까지 가게 됐고, 우린 주변을 조금 더 걷다 리스보아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우연히 발견하게 됐다.

그곳은 '리스보아 스토리 센터'라는 곳인데, 한 마디로 리스보아의 과거와 현재를 총망라한 전시관이었다.

 

 

그곳에 입장하니 단정하게 정돈된 전시와 더불어 리스보아 대지진을 영상으로 만든 '영상관'까지 참으로 잘 꾸며진 곳이란 인상을 받게 됐는데, 신트라에서 시간을 다 보내고 만약 이곳을 찾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아쉬웠을까를 생각하니 신트라를 일찍 떠난 우리의 결정이 정말 잘한 일이었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그만큼 '리스보아 스토리 센터'는 내게 상당히 인상적인 공간으로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고, 특히나 영상으로 접한 리스보아 대지진 모습과 폐허에서 다시 도시를 재건한 포르투갈인들의 노고가 확연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계기가 확실하다고 여겨진다.

 

또 하나 우연치고 아주 신기했던 건 우리가 방문한 날, 즉 11월 1일이 바로 1755년 리스본 대지진이 일어났던 날이라는 것이었다!

 

 

호텔 쪽으로 걸어오다 진풍경도 구경하고, 아까 눈도장 찍어 놓았던 '바칼라우'를 드디어 맛보기 위해 하나를 구입(5유로)했다.

난 '바칼라우'를 택했지만 남편은 역시나 '나타'(핫쵸콜렛과 나타 4유로 40)를 선택했고, 우린 장소를 옮기며 각자 원하는 걸 맛보곤 호텔로 돌아왔다.

 

4ㅇ

 

역시 전날만큼 긴 하루였지만, 어느새 우린 피곤함도 잊고 흔쾌한 맘이 되었다.

바로 이런 게 여행의 묘미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 보며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대에 가득 차 샤워를 마친 후 바로 잠자리에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린 곧장 꿈나라로 직진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