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몬트리올의 한 방송에서 언젠가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지역의 토양이나 물에서 기생하는 기생충에 의해 그 지역 사람들의
특성이 결정지어진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영화 ‘기생충’ 제목을 보고 먼저 내가 전에 봤던 그 방송이 떠올랐다.
어찌 보면 조금 주객이 전도된 듯 보이기도 하지만 그 방송의 내용처럼
어쩌면 우린 기생충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쭉
해오고 있던 중이었다. 그 방송을 본 이후로.
그래서 이런 내 생각에 따라 내겐 영화 ‘기생충’ 역시 주객이 전도된
이야기로 보였다. 즉, 자신들을 받아들인 박사장과 아내를 속이고 그들을
교묘히 조종하는 기생충인 기우네 가족, 그리고 박사장네 가족을 속여온
문광과 그녀의 남편이 결국 박사장네 가족을 파멸로 이끈다는 게 말이다.
숙주를 통해 인간의 몸에 들어와 기생하는 기생충, 그건 오롯이 인간의
입장에서 본 해석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또 해 보기도 했다. 만약 이걸
기생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들은 당연히 자기들이 안전하게 정착할
곳을 찾아 안착했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싶다.
즉, 영화 속 기우네 가족이나 문광과 그녀의 남편처럼 누군가를 속여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는 자들은 자기들에게 속은 그들을 비웃거나 자기
들보다 훨씬 나아 보이는 이들을 속인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자신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걸 누리고 있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다 자신들까지 파멸로 몰아넣더라도 일단은 승리감에 도취해 자축연
을 벌이기도 할 테고 말이다.
그렇다. 영화 ‘기생충’은 내게 바로 이런 우매한 인간들에 대한 우화로
보였다. 인정사정 볼 거 없이, 겁 없이, 상대를 우롱하는 자들의 말로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최고의 블랙코미디였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영화 ‘곡성’만큼이나 다양한 해석이 이 영화에 쏟아
진 듯 보이는데 그런 점에서 영화감독은 자신들의 의도 외에도 관객들
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직업이 확실해 보인다. 바로 그런 점에서
그들 역시 우리들을 ‘Direct’ 그리고 ‘Manipulate’하는 ‘기생충’과
흡사하다면 나의 과한 해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