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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이야기

스카이 캐슬 엔딩 논란을 보면서

by 몬트리올 아리랑 2019. 2. 4.

드디어 장안의 화제였던 드라마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여기저기서 원성이 메아리친다.

그런데 가만히 기대라는 단어를 곰씹어보면...

과연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서 뭘 기대했던 걸까란 의문이 남는다.


부익부빈익빈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 대한민국 입시 시스템을

통렬하게 까주는 드라마를 기대했던 것인가,

아님 많이 부러운잘 사는 여자들이 자식문제로 인해 남편과 지지고

볶는 걸 기대했던 건가,

그것도 아님 흔한 막장 코드인 출생의 비밀복수, 삼각 사각관계 뭐 이런

걸 기대했던 것일까?


이 드라마를 쓴 유현미작가는 아예 처음부터 의무감을 갖고 이 드라마를

시작했다고 천명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이 드라마는 교훈적 내용을 담고 있다란 걸 이미 밝힌 셈이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의 결말은 당연히 교훈적일 거란 걸 이미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라고혹은 그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마지막 회에서 뒤통수를 맞은 듯 원성을 쏟는 걸

보면서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건 또 아니다왜왜?


그건 아마도 이 드라마에서 그동안 보여줬던 시쳇말로 떡밥

대다수 시청자들에게 이러이러한 걸 보여줄 거란 기대를 던져줬기 때문일

듯싶다.


다시 말해 극적인 재미를 위해 작가가 의도했든시청률 고공행진을 지속

하기 위해 연출가가 그리 만들었든혹은 더 높은 분이 지시해서 그러했든

그동안 보여준 드라마에선 뭔가 그럴 듯한 폭탄이 언젠가 폭발할 것이란

암시를 꽤 여러 번 보여줬기 때문이다.


아니어쩌면 그저 시청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예고편에서

악마의 편집만 했던 것일 수도 있긴 하다.

그러니까작가나 방송사 입장에선 우린 궁금증만 던져준 건데 너희들이

북치고 장구치고 한 거야라고 말해도 뭐 뚜렷하게 아니다라고 반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또 들기도 한다.

사람은 원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속성이

강한 존재이므로.


그럼에도 드라마가 끝난 후 난 깨달음을 얻었다드라마의 인물들처럼.

사람이 쉽사리 변하긴 참 어려운 일이지만 멀쩡해 보이던 여자가 자살을

하고멀쩡한 애가 죽어나가고절대 개과천선할 거 같지 않던 여자가

자식의 앞날까지 포기하고 정의를 구현할 때(자식가진 대부분의 엄마는

이리 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주변 사람들이 제 정신을 차리고 반성을 하는,

아이들의 행복과 어른의 행복은 절대 같지 않다는 걸,

자존심과 자존감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는 걸,

바로 이런 화두(물론 이런 것만 해야 한다는 건 절대 아니다!)를 시청자들

에게 어떻게 해야 제대로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해보고 그걸

실현하는 게 바로 작가의 필수요건임을.


개인적으로 유현미작가님을 참 좋아해서 그녀를 위한 변명을 하자면,

작가님은 사회에 큰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었을 것이다논란의 무게를

홀로 다 짊어지더라도

이제 그만 우리 아이들을 괴롭히자라는 메시지를 말이다!


평소 우리나라 교육이 바뀌려면 내 자식만은같은 이기적 사고로 똘똘

뭉친 우리나라 부모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썬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엄마들 혹은 아빠의 자식에 대한 과한 사랑(을 빙자한 대리만족이

맞는 표현이지만)을 통쾌하게 풍자하는 게 참으로 보기 좋았다.

그리고 겉으론 인텔리고 행복한 척하지만 실은 한 없이 부박한 현실

속 쓰레기들을 통렬하게 풍자하는 것도 참 후련했다.


결론적으로 난 이 드라마의 엔딩이 다소 오글거려도 좋았다.

좀 더 세련되게 마무리되었다면 하는 바람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순 없어도

작가님이 의도했던 모두가 자기 나름의 행복을 찾는 결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드라마를 위해 애써주신 작가님배우님연출가님과 스탭 여러분들께

고맙단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