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드디어 첫 기항지에 도착했다!
우리의 첫 기항지는 '왕좌의 게임'에 미친 사람들은 물론 유럽인들의 최애 휴양지라는
'듀브로브니크'였다!
설레는 가슴을 애써 부여잡고 남편과 나는 하선했다.
크루즈에서 사용하는 신분카드이자 크레딧카드인 셈인 '선상패스'를 찍고, 모자까지
벗어제치며 내 얼굴을 확실히(승하선 때 보안이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보여주고
나서.
일단 약간의 축축함과 찬란한 햇살을 동시에 내뿜는 듀브로브니크의 첫인상은 좋았다.
여행을 하다보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고, 그게 여행지에 대한 인상까지
좌우한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일단 화창한 날씨는 여행지에 대한 인상에 큰 덤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린 항구에서 셔틀버스를 탄 후 구시가지 근처에서 내렸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의
숫자에 첨엔 많이 놀랐지만 '유럽 최애라잖아!'를 기억하며 마음을 다독였다.
그리고 올드시티 관문이라는 '필레 게이트'(Pile Gate)를 향해 걸었다.



크루즈 여행을 시작하기 전 기항지에 대한 정보를 탐색했었기에 듀브로브니크에서
필수적인 여행루트는 이미 파악이 되어 있었다.
해서 우리는 건너 뛸 것은 건너뛰고(대표적으로 필레 게이트를 지나 왼쪽에 위치한
구시가지성벽 Old City Walls 투어는 요금이 엄청 비싸 포기했다.), 접근이 용이한
곳을 위주로 찬찬히 구시가지를 살펴나갔다.
대표적인 관광명소로는 대성당(Cathedral), 성로렌스요새(St. Lawrence Fortress),
렉터궁(Rector's Palace), 스폰자궁전(Sponza Palace), 루자광장(Loggia Square)
등이 있는데, 여길 가기 위해서는 마치 대리석처럼 보이는 깔끔한 하얀 석회암이 쫙
깔린 스트라둔 거리(Stradun)를 지나야 한다.








그밖에 좁은 골목 사이 정경이 무척 정겹고도 엣지있어 많은 이들의 포토존이 되곤
한다. 그 외에도 관광명소라고까지 부르긴 뭐 하지만 오노프리오 분수(Onofrio
Fountain)와 스르지산 전망대를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수도 있는데 시간도 시간
이지만 가격이 비싸 우린 가볍게 건너뛰었다.
좋은 뷰를 자랑하는 부자카페(Buza Bar)는 멋 모르고 가게 된 곳인데, 알고 보니
유명세를 휘날리는 장소였고, 특히 저녁 일몰이 장관이란다.



구시가지성벽 아래를 조금 걷다, 마련되어 있는 벤치에 앉아 잠시 물멍을 즐기다,
우린 그렇게 듀브로브니크 올드타운 관광을 일찌감치 마치고 배로 돌아왔다.
이제 막 시작이니 힘을 비축하겠다는 뜻도 있었고, 둘다 '왕자의 게임'에 전혀 관심
이 없다 보니 감흥이 그다지 크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고 여겨진다.







우리가 좋아하는 '스파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선베드에서 한참 유유자적하다 룸으로 돌아와
꽃단장(?) 한 다음 우린 저녁식사를 위해 정찬식당 '오우션뷰'로 향했다.



그날의 메인 요리는 '해산물 리조또'와 '닭가슴살 파스타'.
우린 프로슈토를 시작으로 스프와 또 다른 에피타이저까지 맛있게 먹었지만, 이상하게
도 배가 많이 부른다는 느낌은 가질 수 없었다. 그건 아마도 워낙 코스대로 찬찬히 진행
되어서기도 하지만 량 역시 너무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적정량이라서일 듯싶다.
식사를 주문할 때 꼭 1인이 하나씩만 주문해야 하는 건 아니기에 우린 맛보고 싶은
에피타이저를 보통은 세 가지 주문해 나눠 먹었고, 디저트 역시 세 개를 주문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크게 위에 부담을 주지 않았다는 걸 봐도 확실히 그게 맞는 듯!
그날의 일몰의 광경은 특별히 아름다웠다!(사실 시작이라 그랬는데 그날 이후로도
환상적이고도 내 인생 최대의 일몰 광경은 계속됐다는!)



'러브 보우트'와 '리지 앤 페이모스'란 미국 프로그램을 보며 어려서부터 꿈꿨던
크루즈 여행! 그 가운데에서 믿을 수 없는 장관까지 가까이서 내 눈으로 직접 감상
하다 보니 복받쳐오르는 감성에 내 자신을 내맡길 수밖에 없었음이다.
'역시 살아 있음에 요동치는 감상의 회오리를 느끼기엔 자연이 최고로구나!'를
다시금 진하게 느꼈던 순간이었다. 오롯이 자연과 일치감을 느꼈던 시간이기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