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이야기

14박 스페인, 카나리제도, 포르투갈 크루즈 여행(마지막 기항지 폰타 델가다'Ponta Delgada' 아조레 제도)

by 몬트리올 아리랑 2023. 1. 23.

이번 크루즈 여행은 대서양을 횡단하는 여정이라 아무래도 기항지가 적었다.

해서 14박 중 절반이 끝난 10월 31일 8일째 되는 날, 우린 포르투갈의 아조레 제도를 마지막 기항지로 이후부턴 긴 바다 항해에 들어가게 된다.

 

포르투갈은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이 없었는데 본토가 아닌 포르투갈령인 섬을 방문하니 기분이 조금 묘했다.

하지만 몇 년 전 어머니를 모시고 마카오를 방문했을 때 포르투갈의 느낌을 기억해냈고, 역시 그 느낌은 유효했다.

특징적인 건 바로 작은 돌로 문양을 이룬 거리였는데, 이곳에도 어김없이 자잘한 장식 타일(아줄레주라고 한다고!)로 바닥이 치장돼 있었다. 더불어 그게 꽤나 산뜻한 느낌을 선사했다.

 

포르투갈 기념품으로 유명한 정어리 통조림 가게의 예쁜 진열이 눈길을 끌었다!

 

하선하기 전 속이 너무 거부룩해 난 의료실을 방문했고, 간호사와 상담 뒤 약 하나를 구입했다. 소화 위장장애에 도움이 된다는 약이었는데, 유로로 8. 45를 결재했다.

약을 먹고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난 남편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신기한 건 이곳은 방파제가 있는데 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이른 아침부터 수영하는 사람들이 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엔 붉은 빛깔의 게도 제법 여러 마리 구경하고 암튼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

 

 

올드 다운타운은 역시 항구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에 있었다. 

성 세바스티안 교회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고, 알록달록한 건물이 꽤나 상큼했다.

신선한 공기를 쐬면서 거리를 걸으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해서 남편과 나는 여기저기를 정처 없이 걷다가 안내소에서 받은 지도에 나오는 공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공원에 도착하니 사방이 초록 초록해 기분이 더 좋아졌다.

대나무 숲도 보이고, 오리 가족도 보이고,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다.

그곳에서 남편과 나는 가져간 간식으로 요기를 하고 가만히 앉아 이곳의 냄새를 머리에 새겼다.

 

여행은 모름지기 이런 찰나가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다.

머리를 비우고 가슴에 행선지의 냄새와 흔적을 채우는 순간 말이다.

그게 바로 여행의 묘미 아닐까?

그렇게 그곳에서 한숨 돌린 후 우린 천천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포르투갈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에그타르트라 무리 지어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내가 영어로 물었다.

 

"여기 근처 혹시 에그타르트 잘하는 곳 아니?"라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던 학생들 중 한 명이 그래도 도와주겠다고 어눌한 영어를 구사했다.

 

"에그타르트요? 그게 뭐죠?"

"아! 에그타르트 몰라? 그럼... 어프 어쩌고저쩌고..."

 

포르투갈 말을 모르니 혹시나 비슷할까 싶어 이번엔 불어로 '에그'를 말해봤다. 그래도 영 모르겠다는 표정들이다.

그때 한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영어로 우릴 도와주셨다.

슈퍼마켓에 가면 있을 거라고.

 

'베이커리가 아니라 슈퍼에 있단 말이지?'

 

일단 감사하다고 인사한 다음 알려준 대로 슈퍼로 향했다.

슈퍼에 도착하니 바로 슈퍼 안에 베이커리 코너가 있었고, 그곳에 내가 찾던 에그타르트(근데 이름이 달랐다! 나타라고 돼 있었다!)가 있었다.

가격도 혜자스럽게 1유로도 안 됐다. 2개에 1유로 70을 지불하고 남편과 나는 맛을 봤다.

 

"오! 제법 맛있는데?"

 

 

우린 조금 더 걷다 또 다른 슈퍼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이 마지막 기항지고 내일부터 바다 항해를 시작하면 더는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했다. 해서 나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 영화를 다운로드하기로 했다.

남편이 공항에서 10유로 지불하고 30일짜리 데이터를 구입했지만 그 또한 내일부터는 무용지물이니까.

 

슈퍼 안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다시 에그타르트와 에스프레소를 시켜 놓고 우린 한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난 다운로드를 하고 남편은 그냥 내 옆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속도가 느려 터져 복장이 터질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배로 돌아가 봤자 별로 할 것도 없고 해서 그곳에서 시간을 죽였다.

그리고 꽤 한참 지나 배로 돌아왔다.

 

그날은 10월의 마지막, 할로윈 날이기도 했다.

한국에선 이태원에서 벌어진 참사로 참으로 어수선했지만 내가 있던 지구 반대편 아조레 제도의 한 도시에선, 그리고 우리가 승선한 배에선 할로윈 행사로 사람들이 들떠 보였다.

 

 

그날 저녁 할로윈 가장 무도 행렬이 있었고, 상도 줬는데 결과를 보곤 주최 측의 농간이 분명하다고 남편과 나는 결론 내렸다.

여기저기서 바람잡이로 얼굴을 자주 들이밀던 사람들이 다 상을 휩쓸고 하는 게 주작의 냄새가 심하게 났기에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린 상관없었고, 그냥 구경꾼에 불과할 뿐이었다. 

내 어수선한 마음은 여전했고, 내일 내 몸이 조금 나아지기만을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