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주의 시절 열강들의 이해에 따라, 또는 그 후 자기들끼리 나눠 먹기식으로 분할되고 쪼개져 위치가 아리송한 지역이 몇 있다.
바로 첫 기항지인 코르시카 아작시오가 그런 곳 중 하나인데, 프랑스령이긴 하지만 이탤리와 훨씬 가깝게 붙어 있는 지역이자 도시고, 이 도시를 유명하게 만든 건 아무래도 나폴레옹이지 싶다. 나폴레옹의 생가가 있는 곳이기에 말이다.









아담하면서 예쁜 도시라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모처럼 불어가 들리니 남편은 희희낙락했고, 나 역시 오랜만에 듣게 된 불어에 순간 친근감이 솟았다.
올드타운을 한 바퀴 돌면서 구경한 뒤 중앙에 마련된 '파머즈 마켓'에서 감과 사과도 사고 우린 아까 봐 두었던 해변으로 향했다.







도시를 돌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앞에 해변이 있는데 그걸 미리 알았더라면 수영복을 입고 해수욕 준비를 해 와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점이었다. 10월 25일 거의 10월도 막바지였지만 아작시오의 날씨는 쾌청한 건 물론 제법 따뜻했다.
해변에 앉아 바다멍, 물멍을 하다가 결국 남편은 참지 못하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다리와 머리를 적셨고, 나도 유인해 우린 마치 아이들이 된 듯 신나게 웃고 떠들며 바닷물을 즐겼다.
그리고 해수욕을 즐기는 분들을 보니 눈에 익은 타월이 보이길래 물었다. 혹시 크루즈 승객이시냐고.
그들 역시 돌아다니다 해변을 발견하고 다시 승선해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후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해서 난 남편에게 원한다면 우리도 다시 배로 돌아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오자고 건의했지만 남편은 귀차니즘이 발동됐는지 그럴 생각까진 없단다.
한 30분 정도 그곳에서 바다도 구경하고 물장구도 치다 배로 돌아왔다. 뭘 하든 어디서든 정보가 최고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말이다.
배로 돌아와서의 여정은 이전 크루즈 생활과 거의 비슷했다. 방에서 쉬다가 솔라리움에서 쉬다가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후 예쁘게 단장하고 저녁식사, 그리고 그 후엔 잠시 여기저기 배 안을 거닐다 공연장으로.









이번 크루즈에서는 베버리지 패키지를 신청하지 않아 남편이 식사와 함께 주문한 와인은 따로 결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크루즈 때 프리미엄 베버리지 패키지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던 우리로서는 이게 훨씬 경제적이라 일말의 후회도 없었다는 거.
그렇게 첫 기항지에서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